[강현철의 중국萬窓] 중국 역대 황제들의 엽기적 취향

중국 역사상 제왕의 수는 600명이 넘는다. 이들 가운데는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백성의 삶을 편안하게 한 현군(賢君 )과 성군(聖君)이 있는 반면 정반대의 암군(暗君)도 적지 않다. 암군 가운데는 특히 엽기 성향의 취향을 가진 황제들이 많았다.
기원전 21세기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진 하(夏) 왕조의 마지막 군주인 걸(桀)왕은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는 고사성어를 낳았다. ‘술로 연못을, 고기로 숲을 이룬다’는 뜻이다. 사마천은 ‘사기’(史記) 은본기에서 ‘以酒為池,縣肉為林,使男女裸相逐其閒,為長夜之飲(이주위지 현육위림 사남녀라상축기한 위장야지음)’이라고 적었다. ‘술로써 연못을 삼고, 고기를 매달아 숲을 삼아, 남녀로 하여금 벗고 그 사이에서 서로 쫓게 했으며, 밤새 술을 마셨다’라는 것이다.
걸왕은 또 ‘포락’(炮烙)이라고 해서 잔혹한 형벌을 내리고 이를 지켜보면서 즐거워했다. 포락은 기름을 바른 구리 기둥을 숯불 위에 걸쳐 달군 후, 그 위로 죄인을 맨발로 건너가게 하는 형벌이다. 이처럼 잔혹했던 걸왕은 하늘의 노여움을 받아 결국 은나라 탕왕에 의해 나라를 잃고 만다.
‘중국사의 수수께기’(김영수 지음·랜덤하우스 펴냄)에 따르면 춘추전국시대 초(楚)나라의 영왕 미위는 여성 취미가 유별났다. 그는 ‘가늘 허리’를 가진 여성을 특히 좋아했는데, 수많은 궁녀들이 영왕의 눈에 들기 위해 굶기를 밥먹듯 했다.
역시 춘추전국시대 송(宋)나라 강왕은 과대망상증이었다. 매일 조회때 고위 관리들이 힘차게 발을 구르며 ‘만세’를 외치도록 ‘만세 놀이’에 열중했다. 강왕은 ‘사천’(射天)이라고 해서 소의 피를 가득 채운 가죽 주머니를 높은 장대에 매달고 활로 맞추는 놀이도 만들었다. 주머니에 활이 명중하면 피가 공중에서 튀었는데 그때마다 “우리 국왕께서 하늘을 쏘아 맞추셨도다”라고 난리법석을 떨었다.
후당(後唐)을 세운 장종은 어려서부터 연극을 무척 좋아했다. 자신의 성이 이(李)이고 황제라는 데에서 착안, 이천하(李天下)라는 예명으로 직접 배우 노릇까지 했다.
동물 놀이도 황제들의 취향이었다. 양귀비와 로맨스로 나라를 망국으로 몰아넣은 당 현종은 닭싸움, 즉 ‘투계’(鬪鷄)를 일삼았다. 궁중에 닭장을 지어놓고 전국의 싸움 잘하는 닭을 모조리 잡아들였다. 어린 병사 500명을 뽑아 이들 싸움닭을 기르고 훈련시키는 일도 맡겼다. 민간에선 “아들을 공부가르칠 필요가 없다. 닭싸움이 더 낫다”라는 노래조차 유행했다고 한다.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의 장종은 예술을 중시하던 황제였다. 그에겐 화장품 만들기라는 독특한 취미가 있었다.
명 11대 황제인 무종은 백금 24만냥을 들여 ‘표방’을 지어놓고 각종 맹수들을 길렀으며, 그 안에 밀실을 여러개 마련해 부녀들과 간음을 즐겼다.
16대 황제인 희종은 조각과 인형놀이에 심취했다. 나무로 인공 연못을 만들어 인형 놀이의 무대로 삼았다. 작업 중에 대신들이 찾아와 정치나 국사 얘기를 꺼내면 혼쭐을 내기까지 했다. 희대의 간신인 위충현은 희종이 조각에 열중할때에만 자신의 이익이 되는 일을 보고하고 윤허를 얻어내 국정을 좌지우지했다.
명나라 영락제의 손자인 선덕제는 귀뚜라미 싸움을 시키고 도박을 하는 것을 즐겼다. 전국의 관리들은 싸움 잘하는 귀뚜라미를 찾는데 혈안이 됐으며, 귀뚜라미 한 마리 가격이 10여 냥을 넘을 정도였다고 한다. 가정제는 불로장생을 위해 신선법술에 심취했다.
청나라 옹정제는 서양인이나 신선, 낚시꾼 같은 옷차림으로 코스프레하는 걸 즐겼다. 명나라와 청나라의 황제들은 ‘관어지락’(觀魚知樂)이라고 해서 금붕어를 보며 즐기는 취미를 가진 이들이 많았다.
황제들의 취미는 그 자체로는 비난할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백성의 고혈을 짜내는 지나친 취미는 결국 망국의 한 원인이 된다.
춘향가에는 ‘金樽美酒千人血(금준미주천인혈)이고 玉盤佳肴萬姓膏(옥반가효만성고)이니 燭淚落時人淚落(촉루락시인루락)이며 歌聲高處怨聲高(가성고처원성고)라’는 구절이 나온다. ‘아름다운 동이에 담긴 향기로운 술은 뭇사람의 피요, 옥쟁반의 맛있는 안주는 만 백성의 기름이라. 촛불의 눈물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노래 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드높도다’는 뜻이다. 윗자리를 차지하는 이들에 높은 도덕성과 청렴이 요구되는 이유다.
강현철 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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