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질식 안전관리로 일터 사망 자초…재해사례 공유, 예방지원 늘려야

서대웅 2025. 8. 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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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사망과의 전쟁]재래형 사고 막으려면
'사고 안 나면 안전' 안일한 인식
문제 생겨도 임시조치 하거나 미뤄
재해 요인 없애는 게 예방 첫걸음
중기 정보부족..모범사례 공유 필요
예방사업 예산 늘려 지속성 절실

[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2022년 7월 14일 경남의 한 창호·자동차부품 생산 업체의 주조팀 직원 A씨는 주조금속 기계에 눌어 붙은 금속 찌꺼기를 제거하던 중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A씨가 하던 금형 청소는 작업자들이 근무시간 중 3~4회 정도 하던 통상적인 업무였다. 이 기계를 이용한 생산 과정도 비교적 단순했다.

해당 기계는 애초 안전문을 열면 멈추도록 설계돼 있지만, A씨가 청소하던 기계는 안전문을 열어도 정지하지 않았고 A씨는 기계에 빨려 들어갔다. 게다가 직원들 다수는 안전문을 열면 기계가 멈추도록 설계된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숨지기 전 이 회사 주조팀장은 해당 기계의 안전장치 결함을 파악하고 운영총괄 이사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총괄이사는 수리를 맡기면 공장을 쉬어야 해 여름휴가 시즌에 수리를 진행하자고 했다. 시즌이 되기 전 회사에 형성된 ‘관행’(동작 중인 기계 안을 청소하는 작업)은 참변으로 이어졌다. 대법원은 이 회사 대표에 대해 징역 1년형을 선고했다.

7월 31일 오후 서울 중구의 공사현장 모습.(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작년 사망사고 60%가 ‘후진국형’

“작업 현장에서 비정상적인 상황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이때 개선책 없이 임시방편식 작업이 고착화되면 작업자의 불안전한 상태와 행동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말 발간한 ‘2024 중대재해 사고백서 : 우연히 일어난 사고는 없다’에서 서용윤 동국대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작업자들이 관행으로 여기는 비정형 작업이 만연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있어야 할 곳에 안전 덮개가 없어 끼여 죽거나, 안전 발판을 설치하지 않아 추락하는 사고의 근본 원인은 임시방편식 작업이 고착화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사고사망자 589명 중 추락(227명), 끼임(66명), 부딪힘(50명) 등 이른바 ‘재래형 사고’(후진국형 사고)가 60%를 차지했다. A씨 예처럼 핵심 안전수칙만 지켜도 예방이 가능한 분야에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것이다. 서 교수는 “사고가 나지 않는 한 안전한 상태라고 오해하는 사업주의 잘못된 인식은 근로자들에게도 전파되는 치명적인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고 했다.

정재욱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중대재해를 막는 것은 근본적으로 재해요인을 제거하는 노력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추락사고 예방을 위해선 근로자가 추락할 수 있는 조건을 가능한 한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업종·직종별 산재예방 체계를 구축하자는 제언도 나왔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안전관리학과 교수는 “동종업계 업체들이 서로의 위험성평가를 돕는 것이 진정한 ‘자기규율 위험성평가’”라고 했다. 중소기업은 산업재해 정보가 부족한 만큼 업종이나 직종별 재해와 이를 막기 위한 모범사례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강 교수는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중대재해가 발생할 확률이 훨씬 낮다. 몇 년 동안 산업재해가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중소기업 구성원들이 재해사례를 더 많이, 더 쉽게 접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지역특성 맞춘 안전보건 지원책 내놔야

정부의 산재예방 지원 사업이 일회성에 그치는 점은 문제점으로 꼽혔다. 사업 예산은 산업재해보상보험기금에 의존하는데 국고(일반회계) 출연금이 미미해 지속적인 예방사업이 사실상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지난해 산재 예방을 위한 정부 일반회계 전입금은 213억원으로, 기금지출예산 총액(9조 8232억원)의 0.2% 수준에 그쳤다.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산재예방 사업은 대부분 단발성 지원에 그치고 있다는 게 노사의 공통된 지적이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은 “사업장 여건에 적합한 맞춤형 예방사업을 추진해야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해 산재예방 효과가 미미하다”고 했다. 노사정은 2023년 3월 ‘산재예방 지원에 관한 법률’을 마련하는 데 협력하자고 합의했지만 이후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기업의 자율적인 산재 예방 활동을 유인하기 위해 산재보험 개별실적 요율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명구 을지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는 “보험료율 인상 폭과 인하 폭을 50%로 하고 재해예방 활동 수준을 평가 지표에 적극 반영하면, 안전관리에 힘쓴 기업에 확실한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지방자치단체의 안전 담당 인력 규모를 늘리고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특정 지역 사업장에 대한 행정지도 권한과 정보량은 정부보다 지자체에 많아 지자체 정보 협조를 받아 지역 특성에 맞춤화한 안전보건 지원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대웅 (sdw61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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