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폭염의 밤…‘안전숙소’ 찾은 어르신 “시원해 살 것 같아”

장종우 기자 2025. 8. 1.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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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숙박업소 103곳 계약해
에어컨 없는 쪽방 노인에 무료제공
김아무개씨가 지난 29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모텔에서 에어컨을 켜는 모습. 장종우 기자

한낮이 저문 무렵인데도 바깥 온도가 34도를 웃돈 지난 29일 오후 5시, 김아무개(82)씨는 서울 강서구 공항동 모텔 ‘호텔 티파니’ 308호에 들어섰다. “에어컨 없이 5평짜리 방에 작은 창문 하나가 전부”인 염창동 빌라에 사는 그는 2022년까지만 해도 여름이면 더위를 피해 “지하철과 복지관을 전전했다”고 했다. 구청 직원을 통해 서울시가 ‘어르신 안전숙소’를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고선 숨 막히는 열대야를 피하려 이곳을 찾는다. 김씨는 “가스비가 비싸 가스관도 잠가뒀는데, 여기 오면 온수로 마음껏 씻을 수도 있으니 감사하다”며 활짝 웃었다.

여름철 경로당이나 주민센터 등에 무더위 쉼터가 마련되지만 대부분 오후 6시 이후 운영하지 않는 상황에서 역대급 폭염은 최장 열대야 기록으로까지 이어졌다. 서울시의 ‘어르신 안전숙소’는 그나마 공공의 지원으로, 폭염 취약계층인 고령층이 밤의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서울시는 에어컨이 없는 쪽방·고시원·옥탑방 등에 사는 저소득 고령 가구를 위해 2019년 시범사업을 거쳐 2020년부터 안전숙소를 운영하고 있다. 자치구별로 숙박업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면, 시가 객실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주민센터 등에 늦어도 당일 오전까지 신청하면 숙소를 이용할 수 있다. 한겨레가 안전숙소에서 만난 이용자와 공간을 내준 숙박업소는 정책을 반기는 분위기지만 이용률은 자치구마다 편차가 크고, 서울 전체 폭염 취약계층 규모에 견줘 그 수도 많지 않다. 올해 들어 25개 자치구로 확대된 서울시 전역의 안전숙소는 103곳이다.

숙박업소도 안전숙소 제도를 반긴다. 도심 숙박업소의 비수기인 7~8월, 정부 지원으로 빈방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이용하는 어르신들도 방을 깨끗하게 쓴다고 한다. ‘호텔 티파니’를 운영하는 이동원(59)씨는 “일반 손님 중엔 방을 지저분하게 쓰는 손님도 있지만, 어르신들은 모두 쓰레기까지 정리한 뒤 퇴실하신다”며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게 지원금이 조금 모자라도 작은 방은 드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모든 자치구에서 안심숙소가 활발하게 운영되지는 않는다. 25개 자치구 중 9곳은 지난해까지 누적 이용자 수가 100명이 안 됐다. 송파구(1명)와 성북구(24명), 광진구(44명), 마포구(51명) 등이다. 노원구(2918명)나 중랑구(2722명), 영등포구(1655명), 금천구(1558명), 중구(1234명) 등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안심숙소 이용이 폭염 취약계층을 발굴하려는 각 자치구의 발품에 좌우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심숙소 제도가 활성화한 중랑구의 담당자는 “얼마나 열심히 취약 가구를 찾느냐에 따라 이용자 수도 늘어난다”며 “주민센터 직원들이 일일이 집에 에어컨이 있는지 물어보거나, 복지관 맞춤 돌봄 사업으로 집을 방문해 안부를 물을 때도 발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0일 중랑구 면목동의 안전숙소를 찾은 한아무개(85)씨도 “자녀가 있어 기초생활 수급자가 아니라, 퇴직연금으로 생활 중”이라며 “3년 전 집을 방문한 복지관 직원이 에어컨 없이 지내는 걸 알고 안전숙소를 알려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폭염 취약계층 지원이 ‘밤’에도 충분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생리기능이 떨어지는 고령층은 요즘 같은 더위에 에어컨 없이 선풍기만 틀어놓으면 밤에도 체온이 계속 올라가 위험하다”며 “처음 이용할 때 동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종우 기자 whddn3871@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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