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이탈리아 산지오베제 와인 산지 몬탈치노를 가다 ③ ‘자유로운 영혼’ 산탄티모 와인과 판티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산탄티모 DOC는 ‘몬탈치노의 자유로운 영혼’/산지오베제 100% BDM과 달리 다양한 품종 허용/산탄티모 강자는 테누타 판티/베르멘티노·비오니에·트레비아노로 빚는 화이트 솔라리사/무더운 한여름에 ‘찰떡궁합’/달콤한 빈 산토 한잔에 피로 ‘싹’



몬탈치노에는 모두 4개의 DOCG와 DOC가 지정돼 있습니다. BDM, RDM(로쏘 디 몬탈치노·Rosso di Montalcino), 모스카델로 디 몬탈치노(Moscadello di Montalcino) 그리고 산타티모입니다. 산타티모 DOC(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원산지명칭통제)는 1996년 1월 18일 지정됐습니다.
BDM이나 RDM은 반드시 산지오베제 100%로 만들지만 산탄티모 로쏘(Sant’Antimo Rosso) 또는 산탄티모 비앙코(Sant’Antimo Bianco)는 토스카나에서 허용된 모든 포도 품종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양조 방법도 비교적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따라서 와인 메이커는 다양한 품종을 블렌딩해 개성 넘치는 와인을 만드는 솜씨를 부릴 수 있습니다. 산탄티모 와인이 매우 다채로운 스타일과 특성을 지니는 이유랍니다. 레드 와인은 햇와인인 ‘노벨로(Novello)’ 스타일로도 생산됩니다. 스타일이 다양하기 때문에 음식 페어링 폭이 상당히 넓다는 점도 매력입니다. 이탈리아 요리는 물론 스파이시한 아시아 요리도 잘 어울립니다.





토스카나 전통 스위트 와인 빈 산토(Vin Santo)도 산탄티모 DOC 명칭으로 생산됩니다.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정도로 달콤한 빈 산토는 산도가 잘 뒷받침돼 질리지 않는 달콤함을 선사합니다. 빈 산토는 주로 트레비아노 토스카노와 말바시아 비앙카 품종으로 만듭니다. 산탄티모 DOC에 따라 다른 품종이 최대 30%까지 허용됩니다. 산탄티모 오키오 디 페르니체(Occhio di Pernice)는 ‘메추라기 눈(Eye of the Partridge)’이란 뜻으로 와인이 붉은빛이 감도는 호박·오렌지 톤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주로 산지오베제와 말바지아 네라로 만듭니다. 견과류, 말린 과일, 꿀, 스파이스, 발사믹 노트의 어우러지는 복합미가 매력적입니다.



산탄티모 DOC 이름은 몬탈치노 남부 카스텔누오보 델라바테(Castelnuovo dell’Abate) 마을 의 산탄티모 수도원(Abbazia di Sant’Antimo)에서 유래됐습니다. Sant’Antimo는 이탈리아어로 ‘성 안티모(Saint Antimo)’를 뜻합니다. 중세 로마네스크 건축 양식이 돋보이는 수도원은 몬탈치노 포도밭과 어우러져 빼어난 풍광을 선사합니다. 수도원에서 5분 가량 차로 달리면 고풍스러운 돌벽 건물이 아름다운 테누타 판티(Tenuta Fanti)에 닿습니다. 1800년 판티 가문이 몬탈치노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역사가 시작됩니다. 농작물을 재배하던 판티 가문은 1970년 현재 오너인 필립포 판티(Filippo Fanti)가 산지오베제를 심으면서 본격적인 와인 생산에 뛰어듭니다. 이어 1980년 첫 BDM 와인을 선보입니다. 현재 두 딸 엘리사(Elisa)와 엘레네(Elena)와 가업을 이어 받아 열정적으로 와인을 생산합니다. 테누타 판티 세일즈 매니저 이레네 달 칸토(Irene Dal Canto)를 만났습니다. 판티 와인은 서울와인앤스피릿에서 수입합니다.





판티 소랄리사 비앙코 산탄티모(Fanti Soralisa Bianco Sant’Antimo) 2024는 베르멘티노 60%, 비오니에 30%, 트레비아노 10%입니다. 빈티지에 따라 말바지아도 들어갑니다. 시더, 포멜로의 시트러스로 시작해 온도가 오르면서 잘 익은 노란 복숭아, 살구와 열대 과일향이 더해지고 라벤더, 엘더플라워, 레몬밤의 향긋한 허브향이 은은하게 피어납니다. 와인 이름인 소랄리사(Soralisa)는 필리포가 매우 아꼈던 숙모 엘리사(Elisa)에 따왔습니다. 해산물 요리, 신선한 샐러드, 가벼운 파스타, 부드러운 치즈와 잘 어울립니다. 포도밭은 해발고도 300m로 갈레스트로(galestro)와 알베레세(alberese) 기반의 자갈이 섞인 중간 점토질로 와인에 미네랄과 우아한 산미를 부여합니다.

비오니에(Viognier)는 프랑스 론(Rhône) 북부 지역, 특히 콩드리유(Condrieu)가 유명합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주로 토스카나, 움브리아, 라치오 등의 고급 화이트 와인 블렌딩에 많이 사용되고 미국 캘리포니아, 호주, 칠레에서도 많이 재배합니다. 살구, 복숭아, 오렌지 꽃, 머스크, 꿀, 향신료 등의 아로마가 매우 풍부하고 관능적입니다. 낮은 산도, 무거운 유질감이 돋보이고 숙성 잠재력도 뛰어납니다. 오크 숙성하면 복합미와 볼륨감이 증폭됩니다.



판티 사쏘마뇨 산탄티모 로쏘(Fanti Sassomagno Sant’antimo Rosso) 산지오베제, 메를로, 시라, 까베르네 소비뇽을 블렌딩하는 수퍼 투스칸 스타일입니다. 산지오베제의 미네랄과 산도를 잘 살리면서 다양한 국제 품종을 섞어 복합미를 끌어 올렸습니다. 잘 익은 오디(블랙 멀베리), 앵두의 과일향과 유칼립투스, 타임, 레몬그라스의 허브로 시작해 코코아 노트도 더해집니다. 상쾌하고 복합적인 아로마가 돋보입니다. 225L 바리크, 30hl 대형 오크통에서 숙성해 오크향을 최대한 절제했습니다. 이탈리아 와인을 평가하는 감베로 로쏘(Gambero Rosso) 와인잔 2개인 ‘두 비키에리(Due Bicchieri)’를 받았습니다.


판티는 뛰어난 BDM도 생산합니다. 시그니처 와인이 발로키오(Vallocchio)입니다. 잘 익은 블랙체리, 검은자두, 스피릿에 절인 흑체리, 오디로 시작해 감초, 말린 꽃, 흰 후추가 은은히 드러나며 담배잎, 구운 밤 껍질, 다크 플럼, 벌집, 구운 아몬드, 진한 다크 초콜릿 향이 더해져 복합미를 완성합니다. 포도밭은 해발고도 330~370m로 판티가 소유한 가장 오래된 다섯 개 블록에서 생산된 브루넬로로 만듭니다. 36개월 숙성하며 60%는 30hl 대형 오크통, 40% 500L 토노(Tonneaux)입니다. 추가로 병 숙성 6개월을 거칩니다.

신맛이 살짝 느껴지는 체리, 잘 익은 산딸기, 커런트, 석류, 라즈베리로 시작해 말린 장미 꽃, 유칼립투스의 허브향, 페퍼의 향신료, 발사믹 노트가 더해지고 온도가 오르면 달콤한 시가, 커피, 초콜릿도 도드라집니다. 첫 입부터 복합미가 뛰어나고 우아하고 부드러운 탄닌과 생동감 있는 산미가 특징입니다. 225L 바리크와 30hl 대형 오크통에서 24개월 숙성하고 병 숙성 최고 4개월을 거칩니다.


판티 RDM은 225L 바리크, 30hl 대형 오크통에 숙성합니다. 신맛 있는 레드체리, 라즈베리, 잘 익은 앵두, 블랙 멀베리의 아로마로 시작해 섬세한 꽃향, 흰 후추의 향신료, 시더우드, 정향, 달콤한 오렌지 껍질이 더해지고 온도가 오르면서 바닐라, 말린 허브, 감초, 흙내음, 발사믹, 블랙페퍼, 담배 뉘앙스도 잘 느껴집니다. 미디엄 바디로 세련되고 접근하기 쉬운 스타일입니다. RDM이지만 숙성잠재력도 좋아 5~10년 숙성시키면 더욱 복합미가 더욱 좋아집니다. 토마토 피자나 파스타, 가벼운 치킨이나 칠면조와 잘 어울립니다.


판티 가문이 정식으로 와인을 생산한 것은 1980년부터지만 빈 산토는 이미 1800년대 초부터 만들었습니다. ‘빈 산토 장인’이란 말이 잘 어울릴 정도로 역사가 깊네요. 필립포는 빈 산토는 환대를 상징하는 전통 와인으로, 빈산토를 통해 ‘옛것’과 이어져 있다고 강조합니다. 판티 빈 산토 산탄티모 2016은 트레비아노 토스카노 40%, 말바시아 토스카나 40%, 산 콜롬바노 20%입니다. 30년 수령 포도로 만들며 9월 중순, 잘 익고 건강한 포도만 수작업 선별합니다. 아마로네를 만드는 자연 건조 방식, 아파시멘토(Appassimento)로 만듭니다. 포도송이를 천장 고리에 걸어 통풍이 잘되는 방에서 건조합니다. 작은 오크통(caratelli)에 70%만 채워 시멘트 마개로 막아 숙성합니다. 알코올 도수 14%, 총산도 7g/L, 잔당 337.3g/L입니다. 꿀, 밤, 건과일, 건포도 향이 두드러지고 자두 잼과 전나무 솔방울의 뉘앙스도 느껴집니다. 입에서는 코에서 느낀 향에 아몬드, 호두, 건과일 풍미가 더해지고 뚜렷한 산도와 미네랄리티가 돋보입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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