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7주년 특집] 그녀들은 무엇을 입고, 무엇을 꿈꿨을까? 1988 트렌드 리포트

김지호 인턴기자 2025. 8. 1.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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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그해 <우먼센스>는 서울 명동을 붉게 장식하며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37년 동안 대한민국의 희로애락을 함께한 <우먼센스>가 1988년 여성의 모습과 트렌드를 살펴봤습니다.

icon 트렌드세터의 탄생 

뮤즈는 언제 어디서나 존재했다. 1990년대에 가수 엄정화가 있었다면 2000년대엔 이효리가 있었다. 최근에는 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우먼센스>가 창간된 1988년의 뮤즈는 누구였을까? 대한민국에서 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경제는 급격히 성장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로 형성된 '오피스 우먼' 문화는 TV와 잡지를 타고 확산됐다. 미디어는 현대적 여성상을 제시했고 신드롬급 인기를 얻은 스타들이 대거 탄생했다. 격동적인 변화 속에서 유행을 선도한 <우먼센스>는 스타 등용문으로 통했다.

'혜성 같은 신인' 김혜수 
15세였던 1985년 네슬레 '마일로' 광고로 연예계에 데뷔한 김혜수는 영화 <깜보>를 통해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영화, 드라마 속에서 보여준 김혜수의 스타일링은 유행에 민감한 2030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특히 작품에서 파워숄더 재킷과 볼륨감 있는 앞머리, 메이크업으로 성숙한 매력을 뽐내는 것은 물론 통통 튀는 연기로 대중에게 사랑받았다. 스타 반열에 오른 김혜수는 1992년 <우먼센스> 창간 5주년 기념호에 등장했다. 네이비 컬러 원피스에 비비드한 핑크 컬러 재킷, 진주 목걸이를 매치한 그녀는 "기초화장에 중점을 둔 내추럴 메이크업을 즐기고 액세서리를 좋아한다"고 스타일링 노하우를 전했다.

'팔방미인' 고현정
1989년 미스코리아 선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그녀는 KBS1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걸렸네>(1990)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동양적인 청순함과 서구적인 세련미가 조화된 외모로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데뷔 1년 후 배우, 모델, 가수, 라디오 DJ, 방송 MC까지 1인 5역을 소화하며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그녀가 <우먼센스>에서 스타일링 노하우를 공유했다. 고현정은 "긴 생머리를 하나로 묶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만 정장을 입을 땐 업스타일 헤어를 즐긴다"며 "모자와 시계, 액세서리도 즐겨 스타일링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마돈나' 김완선
당시 '섹시(SEXY)'라는 단어가 통용되지 않아 '야한 가수'로 불리던 김완선.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는 여자 가수 최초로 단일 앨범 100만 장 판매를 기록했다. 김완선의 시그너처 스타일은 짙은 아이라인과 컬러풀한 아이섀도, 과장되게 띄운 볼륨감 있는 헤어다. 타이트한 미니스커트에 박시한 재킷을 매치하고 펼치는 과감한 퍼포먼스는 37년이 지난 지금도 김완선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김완선은 1991년 여름 <우먼센스> 화보 촬영에 나섰다. 특유의 볼륨감 있는 헤어스타일은 모자로 감췄지만 무대 위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 아닌 환하게 웃는 표정에서 김완선의 천진난만함을 느낄 수 있다.

'컴퓨터 미인' 황신혜
1983년 MBC 16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황신혜는 1987년 영화 <기쁜 우리 젊은 날>에 주연으로 데뷔했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캐릭터를 맡아 도시적인 이미지로 인기를 얻었는데 단순히 아름다운 배우를 넘어 여성들이 닮고 싶어 하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컴퓨터 미인'으로 불리며 당대 최고 미녀로 꼽혔던 만큼 화장품, 의류 등 트렌드와 관련된 CF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황신혜는 1991년 여름 <우먼센스>와 화보를 촬영했다. 그녀는 바다를 배경으로 여름 신상품을 소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의상은 강렬한 레드 컬러 원피스다. 피트되는 원피스와 볼드한 이어링, 레드 컬러 립은 황신혜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부각시켰다. 

8090's FASHION파워 숄더·청청 패션

이 시기 패션 트렌드의 핵심은 과감함과 자신감이다. 어깨에 패드가 들어간 파워숄더 재킷과 드레스를 미디어와 일상생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980년대 탄생한, 파워숄더와 잘록한 허리선이 강조된 아워글라스 룩. 이 같은 패션 트렌드를 반영해 <우먼센스> 1988년 9월호에서도 다가올 가을 패션에 대해 다뤘다. 당시 패션 테마는 복고풍으로, 1950년대 허리를 강조한 실루엣이 주류였다. 어깨선은 넓고 부드럽게 전개되며, 하체는 넓게 퍼지는 스타일로 자연스러움을 강조했다. 실루엣 다음은 컬러다. 이때는 색상 활용도 과감했다. <우먼센스>는 같은 해 12월호에선 '유로피언 컬러 룩'을 제안했다. 한 착장 안에 5~6가지 색상이 사용되고, 모든 색상이 원색에 가깝다. 색상 조합도 대비되는 초록, 빨강, 파랑 등 신호등이 연상될 정도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색 조합만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검정에 빨강과 초록 등 색상을 섞어 포인트를 주는 룩과 채도 차이를 주되 비슷한 색을 매치하는 톤온톤 코디도 추천한다.  
캐주얼한 분위기의 옷도 유행했다. 1980년대를 지나 1990년대 초중반까지 겨울이면 고등학생은 물론 대학생도 떡볶이 코트를 꺼내 입었다. 여기에 체크무늬 목도리까지 두르면 완성이다. 상하의를 청으로 맞춰 입는 청청 패션도 인기였다. 모래시계 실루엣을 만들기 위해 승마 바지 같은 항아리 핏, 배기 핏을 선호했다. 

'영원한 클래식' 리바이스
1953년 미국에서 출시된 리바이스가 국내에도 소개됐다. 당시 한주통산에 의해 라이선스를 취득해 국내 생산된 청바지로, 시대를 떠나 꾸준히 사랑받는 데님 브랜드다. 광고 속에 등장한 리바이스 레드탭 505-0217 제품은 1960년대 제품을 복각한 것으로 당시에도 높은 가격에 판매됐다. 1993년부터 직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부의 상징' 캘빈클라인
고급 언더웨어와 데님 브랜드로 유명한 캘빈클라인도 이 당시 인기 제품이었다. 1968년 설립된 캘빈클라인은 의류 외에도 언더웨어와 액세서리, 진, 스포츠 라인을 전개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현재는 PVH코리아가 직영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까지 뉴진스, 세븐틴 등 많은 연예인이 착용하거나 광고하고 있다.

'식품 회사 청바지' 핀토스진
소개한 브랜드 중 유일한 국내 브랜드다. 식품 회사인 청보식품이 핀토(조랑말)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경기 불황으로 청보식품은 오뚜기에 매각됐고, 자연스럽게 핀토스진도 잊혔다.

'2019년 돌아온'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1972년 프랑스에서 시작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스톤 워싱, 배기 진, 엔지니어드 진 등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국내에선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 현재는 국내 회사에서 라이선스 브랜드로 출시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8090's BEAUTY 과감하고 화려한 메이크업

여성들의 어깨에 들어간 뽕만큼 1980년대 헤어스타일의 키워드도 '크게, 더 크게'였다. 풍성한 헤어스타일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머리카락 전체에 펌을 해 볼륨감을 만든다거나 앞과 위쪽 머리카락만 펌하는 방식도 있었다. 1990년대까지 이어져 미스코리아의 상징이 된 사자 머리를 떠올리면 된다. 긴 생머리나 웨이브를 더한 후 앞머리만 살짝 띄운 헤어스타일도 유행했다. 이런 헤어스타일은 방송이나 잡지에 등장하는 연예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당시 여성들이 집에서도 헤어롤과 스프레이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대중적인 트렌드였다. 1980년대 메이크업은 화려함의 대명사다. 선명한 색조 화장이 유행했고, 블러셔와 아이섀도가 주목받았다. 탤런트들의 메이크업은 과감한 블루와 핑크 아이섀도, 짙은 아이라이너, 그리고 선명한 블러셔로 완성됐다. 이러한 메이크업은 카메라 앞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역할을 했다. 당시 메이크업 특징은 과감한 색상과 선명한 윤곽이었다. 블러셔는 광대뼈를 강조하며 얼굴에 입체감을 더했고 아이섀도는 블루, 퍼플, 그린 등 원색 계열이 주를 이뤘다. 립스틱 역시 레드, 코럴, 핫 핑크 같은 강렬한 색상이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화장법은 볼륨 헤어 연출법과 마찬가지로 TV나 잡지에 소개될 만큼 성행했다. 

'37년 전통' 태평양화학 '순정' 
1988년 태평양화학(현 아모레퍼시픽)이 출시한 저자극 화장품 '순정'은 현재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인 에뛰드하우스에서 같은 이름으로 2017년 재출시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9년 만에 돌아온 순정은 클렌징 워터, 수분 에멀전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판매되고 있다.

'추억의 화장품' 한국화장품 '쥬단학'
한국화장품은 불량 화장품에 시달리던 사람들을 위해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제품을 생산했다고 한다. 남성용은 '단학포마드', 여성용은 '쥬단학'이다. 남성용 명칭은 달라졌지만, 여성용 쥬단학 브랜드는 현재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과 프랑스' 한불화장품 '센세이션'
1989년 <우먼센스> 광고에 노출될 때만 해도 한불화장품은 신생 브랜드였다. 당시 첫 출시한 '센세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아스트린젠트, 하이드로크림, 아이섀도, 립스틱 등을 선보였다. 2017년 잇츠스킨과 합병해 사명을 잇츠한불로 변경했고, 지금까지 다양한 화장품을 내놓고 있다.

HOT PLACE 번화가로 거듭난 대학가

<우먼센스> 창간 당시는 통행금지가 해제된 지 6년째로 서울의 밤이 길어졌다. 지금도 핫한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그 시절에도 핫했다. 갤러리아백화점 건너편은 신압구정으로 불리며 젊은이들의 욕망이 표출되는 곳이었고, 명동은 문화의 중심지였다. 연세대와 이화여대, 성신여대 등 대학가 주변 또한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대학 진학률이 높아져 재학생이 많아졌고, 지하철 개통과 버스 노선 증가 등으로 인구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욕망의 해방구' 압구정
예나 지금이나 압구정동은 핫플의 상징이자 젊은이들의 거리다. 그 시작이 1980년대다.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현대백화점에서 갤러리아백화점에 이르는 1km 남짓한 압구정로의 남쪽이었다. 그중 압구정동 선두 주자 패션 숍은 '지역암호'였다. 맞춤 디자인이 가능하고 매장만의 액세서리와 직접 장식한 신발 등 기획 상품도 판매했다. 런던 버스 이미지 그대로 매장을 꾸민 옷 가게 '런던버스'는 여대생과 직장인 여성, 30대 주부도 많이 찾았다. 

'문화 중심지' 명동
지금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 연말에 크리스마스를 즐기러 백화점을 찾는 곳 등으로 여기지만 8090년대에는 신세대들의 핫 플레이스였다. 종로서적과 YMCA 앞이 젊은이들의 대표적인 약속 장소. 명동 하면 패션도 빼놓을 수 없다. 노란 들국화와 안개꽃으로 매장을 꾸민 '팔레트'와 항상 경쾌하고 빠른 템포의 음악 소리가 울리던 '포스트카드'는 젊은 여성들이 자주 찾는 옷 가게였다. 

'여성 패션의 거리' 이대 앞
이대 앞은 1984년 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입구역이 개통되면서 본격적인 상권 중심지로 부상했다. 거리에 들어선 상가에는 여대생을 대상으로 한 수많은 보세 옷 가게가 들어서며 여성 패션 문화의 중심이 됐다. 당시 이대 앞을 찾은 여성이라면 꼭 방문했던 곳은 '하마비'와 '인스타일'이다. 하마비는 자체 디자인실을 운영했고 코너마다 왕골 바구니와 드라이플라워로 매장을 꾸몄으며, 인스타일은 15㎡(4.5평) 공간에서 운영된 순수 보세 옷 가게였다. 

IT ITEM 생활 편의 아이템 등장

경제가 급격히 성장한 1980년대에는 컬러 TV를 비롯해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에어컨 등이 보급됐다. 즉 생활 편의를 위한 가전제품이 생산되기 시작한 것. 가스레인지, 전기밥솥, 청소기 등의 광고가 증가했는데 이는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로 가사를 대행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가전제품의 수요가 늘어난 것의 방증이다. 
또 정부가 산아제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던 시기.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로 가구당 자녀가 1~2명인 가정이 늘어났고 이는 아이에 대한 투자로 이어졌다. 국내 최초로 육아용품 브랜드가 생겼고, 유아 의약품과 의류, 고급 분유, 기저귀 등도 활발히 유통됐다.

육아템

'영원한 어린이 상비약' 삼일제약 '부루펜'
삼일제약이 1987년 출시한 어린이 해열제 시럽 '부루펜'은 지금까지 출시되고 있다. 어릴 적 감기에 걸리면 부모님이 한 숟가락 입에 넣어주셨던 그 약이다. 오렌지 액상 맛 역시 38년 전 그대로다. 당시 자녀를 키우는 집에는 하나쯤 구비해둔 상비약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엄마들의 필수 구비 의약품으로 통한다. 

'한국 최초 유아용품 기업' 아가방 '흔들 침대'
아가방은 1979년 국내 최초로 유아 의류·용품 전문 업체로 출범했다. 아기 의류와 신발, 흔들 침대 등 육아에 필요한 제품을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현재는 생산하고 있지 않지만, 수동 흔들 침대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자동 흔들 침대를 출시해 격세지감을 느낀 7080세대가 많았을 것이다. 

'세상 모든 아이 위해' 매일유업 'G80'
1969년 설립된 매일유업 분유도 1988년 <우먼센스> 창간호에서 한 면을 차지했다. 1979년 출시된 '매일분유G'와 1983년 출시된 '매일맘마' 2가지 제품이다. 이후 매일유업은 1999년 매일맘마Q, 2000년대 앱솔루트 등을 출시했다. 매일유업은 1999년부터 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특수 분유 8종을 만들고 있다. 현재 판매 중인 앱솔루트 특수 분유는 13종이다.

생활 가전 

'침대에서 전화를?' 맥슨 '무선전화기'
당시 집에서 사용하는 무선전화기는 부의 상징이었다. 맥슨 '무선전화기' 광고에서는 한밤중 침대맡에 전화기를 두고 사용하는 것을 강점으로 소개했다. 디지털 디톡스를 하는 지금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맥슨전자는 필립스 음향 부문을 독점 판매하는 등 현재도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서랍식 그릴 탑재' 린나이 '파워렌지' 
'편한 불, 좋은 불'을 모토로 1980년대 출시한 린나이 '파워렌지'는 가스레인지다. 누르는 버튼식 작동법과 안전을 위한 락(Lock) 장치도 설계돼 있다. 서랍식 그릴이 부착된 점도 특이하다. 당시 가격은 3구 27만5천원, 2구 17만6천원. 

'지금 봐도 세련' AEG 세탁기 '라바마트 528' 
1989년 신제품으로 출시한 독일 AEG사 자동 세탁기 '라바마트 528'은 최신 유럽풍 디자인으로 소개됐다. 지금은 익숙한 모습이지만, 당시 생소한 모양의 세탁기였을 것이다. 울 세탁 기능 등 14가지 세탁 프로그램 구성으로 1/2 절약 코스 기능도 있었다. 당시 가격은 95만원.

CREDIT INFO

취재 김지호 인턴기자

사진 서울문화사 DB, Chat GPT, 게티이미지뱅크

김지호 인턴기자 djawl19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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