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같이 어린 존재라도 이길 수 있지 [.txt]

한겨레 2025. 8. 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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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하시 나호코는 '정령의 수호자'를 비롯한 '수호자' 시리즈(전 10권) 등 판타지 문학으로 2014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노마아동문예상,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일본 서점 대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한 유명 작가다.

이 판타지 세계에서 모험하고 성장하는 인물은 대개 어린이와 청소년으로 설정되지만 어른 독자에게까지 감수성과 인식의 전환을 불러일으킨다.

와카사 들판에 흐르는 수원지를 둘러싼 전쟁을 한순간 흩어질 물방울 같은 존재들이 종식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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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color: rgb(0, 184, 177);"><strong>김유진의 청소년이라는 세계</strong></span>
여우피리 l 우에하시 나호코 지음, 매화책방지기 옮김, 매화책방(2022)

우에하시 나호코는 ‘정령의 수호자’를 비롯한 ‘수호자’ 시리즈(전 10권) 등 판타지 문학으로 2014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노마아동문예상,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일본 서점 대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한 유명 작가다. 인류학자이기도 한 작가는 여러 지역의 설화와 민속 연구에 바탕해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섬세하면서도 웅대한 판타지 세계를 만들어낸다. 이 판타지 세계에서 모험하고 성장하는 인물은 대개 어린이와 청소년으로 설정되지만 어른 독자에게까지 감수성과 인식의 전환을 불러일으킨다. ‘수호자’ 시리즈는 라디오 드라마,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텔레비전 드라마(NHK방송 90주년 기념작)로 제작됐으며 ‘사슴의 왕’ 역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더욱 널리 인기를 얻었다.

‘여우피리’는 하루나국과 유키국 두 나라가 국경인 와카사 들판을 두고 서로 주술을 벌이며 이 지역을 지키고 빼앗으려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와카사 들판의 스기타니 수원지는 “없다고 해서 나라가 위험해질 정도로 중요한 곳”은 아니다. 다만 유키국의 영주 모리타다는 사악한 주술의 힘을 빌려 이 지역을 찾으려 하고, 하루나국의 영주 하루모치는 그들의 주술로 부인과 소중한 이들을 잃자 원한을 갚으려다가 갈등이 증폭됐다. 하루모치의 주술사 하나노는 “원한의 뿌리가 아직 눈에 보일 때” 와카사 들판을 돌려주어 원한을 끝내야 한다고 여긴다. “이대로 죽고 죽이다 보면 어느샌가 뭘 해도 지울 수 없는 증오가 쌓여 단단히 굳어갈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전쟁의 근원에는 두 국가 위에 군림하며 와카사 들판을 하루나국에 하사해 전쟁의 씨앗을 만들어 놓고도, 전쟁에는 관심 없고 자신의 이득만큼은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 대영주가 있었으니, 이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불렸던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시작해 지금 이 순간까지 일어나고 있는 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두 국가의 전쟁을 해결할 실마리는 악한 주술사 쿠나의 손아귀에 잡힌 ‘영물여우’ 노비와 선한 주술사 하나노의 딸 사요가 적국에 속한 서로를 자신의 목숨까지 내어놓으며 구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위대한 그 마음은 거창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가느다란 거미줄 끝에서 떨리는 투명한 물방울” 같은 어린 존재들이 “순진해서 자기 마음을 못 깨닫고” 있는 데서 시작된다. 와카사 들판에 흐르는 수원지를 둘러싼 전쟁을 한순간 흩어질 물방울 같은 존재들이 종식시키는 것이다. 존재는 미약하지만 선을 향한 열망은 명확하다. ‘영물여우’ 노비가 악한 주술사를 거역하면 자신의 죽음을 피할 수 없는 미래를 감내하며 사요를 구하기로 결심할 때 그가 감각하는 세계는 한층 또렷해진다.

“신기했다. 몸에 후끈후끈 열이 난다. 굴속에만 있다가 처음 밖으로 나왔을 때처럼, 불안과 설렘이 한데 뒤섞인 기분이 든다. 눈 앞을 가리던 막이 사라지고 새하얀 아침 햇살로 가득한 들판이 눈앞에 확 펼쳐진 느낌이 들었다.”

악한 주술사 쿠나는 “모든 생물은 태어나고 죽는다”는 운명의 진리를 이유 삼아 다른 생명들을 이용한다. “죽이는 힘을 지닌 생물은 죽임을 당하는 생물보다 격이 높은 법”이라 여기고, “원한이야말로 주술의 힘이 나오는 원천”이라며 일부러 백성을 착취하며 백성의 원한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한 번 태어나고 죽는 물방울 같은 존재들이 이를 이길 수 있다는, 선을 향한 열망과 가능성을 이 판타지는 말한다.

김유진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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