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겔러를 기억하시나요? [생활 속, 수학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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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또래의 사람이면 대부분 자칭 초능력자라고 주장했던 유리 겔러를 기억할 것이다.
1984년 방한 당시 TV에 출연해 손을 대지 않고 숟가락을 구부리는 등 다양한 초능력을 선보였는데 관련 영상은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나중에 그가 행한 초능력이 속임수였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초능력이 존재한다는 것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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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또래의 사람이면 대부분 자칭 초능력자라고 주장했던 유리 겔러를 기억할 것이다. 1984년 방한 당시 TV에 출연해 손을 대지 않고 숟가락을 구부리는 등 다양한 초능력을 선보였는데 관련 영상은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젊은 시절 황인용 아나운서 모습을 보는 것은 덤이다. 전 국민이 숟가락 들고 눈이 빠지게 쳐다본 기억도 새록새록 하고, 다음날 학교에 가서 실제로 숟가락을 구부렸다는 무용담을 펼치는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그가 행한 초능력이 속임수였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초능력이 존재한다는 것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2011년 미국의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대릴 벰이 ‘초능력이 존재한다’는 논문을 학술지에 발표하게 된다.
벰 교수는 다음의 실험결과를 통해 본인 주장을 뒷받침했다. 먼저 100명의 학생들에게 두 개의 커튼을 보여주는 컴퓨터 스크린 앞에 앉게 한다. 이후 두 커튼 중 하나에 이미지가 숨어있다고 말한 후 어느 커튼 뒤에 있을지 선택하게 했다. 이 때 피실험자는 알지 못했지만, 이미지는 피실험자가 선택한 이후에 임의로 위치가 배정되었기 떄문에 피실험자가 이미지 위치를 알아맞히는 건 예지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됐다. 벰 교수는 에로틱한 이미지에 대해서는 예지능력이 53%로서 단순 추측인 50%보다 높다는 걸 바탕으로 초능력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벰 교수의 많은 관련 연구는 다른 학자들에 의해 재현되지 못했다. 나중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벰은 수집한 데이터에 맞춰서 실험설계를 변경하거나 여러 가설 중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만 보고했다. 즉 여러 가지 이미지를 보여주고 그중 에로틱한 이미지에서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자, 그것만 보고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이 왜 문제인지는 여론조사를 예로 들어 설명할 수 있다. 여론조사에는 흔히 ‘95% 신뢰수준’을 사용하는데 이 의미는 평균적으로 20개 여론조사 중 하나는 이상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언론사가 19개의 조사 결과는 발표하지 않고 이상하지만 흥미 있는 조사만 발표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발표한 여론조사는 진실과 거리가 멀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얼마 전 모 장관의 인사청문회에 연구 부정 의혹이 제기됐다. 흔히 논문 저자 순이나 표절 여부만 연구 부정이라고 생각하지만, 광범위한 범위내에서 본인들조차 미처 자각하지 못하는 연구 부정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이 존재한다. 최근 사이언스 저널에서 연구결과가 재현되지 않는다면 자료조작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더라도 논문을 철회할 수 있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학계에서 재현 연구의 필요성을 자각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다양한 범위의 연구 부정이 이뤄지지 않도록 자정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시점이다.

장원철 서울대 통계학과·융합데이터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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