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더위 피해 여기로"... 쪽방촌 주민들이 '사우나' 향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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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이 계속 더운 날에는 토요일, 일요일에도 와요. 땀난 몸 깨끗이 씻고 동네 주민들하고 모여 수다도 떨고요."
정씨와 함께 둘러앉은 10여 명은 '밤더위 대피소' 이용권을 내고 사우나에 들어 온 쪽방촌 주민들이다.
서울시가 2023년부터 쪽방촌 주민을 위해 운영하는 '동행목욕탕'과 '밤더위 대피소'가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같은 날 영등포 쪽방촌에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고령인 주민들이 여전히 무더위와 씨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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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한미약품 지원해 올 상반기 2만명 이용
단골 손님 늘어 목욕탕 소상공인과 '상부상조'

"요즘같이 계속 더운 날에는 토요일, 일요일에도 와요. 땀난 몸 깨끗이 씻고 동네 주민들하고 모여 수다도 떨고요."
역대 7월 중 가장 많은 열대야 일수를 경신한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동남사우나' 안 찜질방의 황토방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던 주민 정건길(81)씨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한 말이다. 요즘 매일 이곳을 찾는다는 그는 "에어컨도, 씻을 데도 없는 방에 우두커니 있기보다 여기서 푹 쉬다가 자고 가는 게 좋다"며 "삶의 낙"이라고 했다.
정씨와 함께 둘러앉은 10여 명은 '밤더위 대피소' 이용권을 내고 사우나에 들어 온 쪽방촌 주민들이다. 하루 평균 40명이 이곳 찜질방과 수면실에서 연일 계속되는 열대야를 피한다. 이 사우나 '40년 단골'이라는 김옥자(76)씨는 "센터(쪽방상담소)에서 하루 한 장씩 티켓(이용권)을 받아 들어온다"며 "올해는 이용자가 너무 많아서 미리 줄을 서도 티켓이 떨어진 적도 있다"고 했다.

서울시가 2023년부터 쪽방촌 주민을 위해 운영하는 '동행목욕탕'과 '밤더위 대피소'가 호응을 얻고 있다. 쪽방촌 인근 민간 목욕시설과 협업해 취약계층 주민의 한여름 씻을 권리, 쉴 권리를 보장하는 사업이다. 동행목욕탕으로 지정된 곳에서는 이들이 씻고 쉴 수 있고, 밤더위 대피소로 지정된 곳에서는 하룻밤 무더위를 피해 편히 잘 수도 있다. 서울 전역에 여덟 곳의 목욕시설이 두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중 다섯 곳은 한여름(7·8월)과 한겨울(1·2월)에 밤더위·밤추위 대피소로도 활용된다. 서울시 재난관리기금과 한미약품 지원금으로 운영한다.
이 사업은 목욕시설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에게도 도움이 된다. 매달 100만 원씩 운영비를 지원받고 단골 손님도 늘릴 수 있는 덕이다. 동행목욕탕 이용자는 지난해 3만7,873명이었고, 올 상반기에만 1만9,236명에 이르렀다. 동남사우나도 신종 코로나바이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폐업 위기에 처했다가 사업 참여 후 낮에는 20%, 밤에는 50%가량 손님이 늘었다고 한다. 목욕시설 내 매점이나 비품 매출이 오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서현정(65) 동남사우나 사장은 "처음에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했는데 경제적으로는 물론, 주민과 함께하며 몸과 마음도 좋아졌다"며 "24시간 물을 데우고 에어컨 돌리는데 손님이 늘어나니, 영업에 큰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영등포 쪽방촌에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고령인 주민들이 여전히 무더위와 씨름하고 있었다. 약 400명 이곳 주민 중 더위를 피하기 위해 걸어서 20분 거리인 목욕탕까지 다녀오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었다. 휠체어를 타고 있거나, 술에 취한 주민이 골목마다 설치된 쿨링포그(물안개분사장치) 아래에서 잠시 더위를 식힐 뿐이었다. 이곳에서 무더위 쉼터를 관리하는 주민 강동기(70)씨는 "근처에 목욕탕, 무더위 쉼터를 만들어도 거동이 불편하거나 마음을 닫은 주민들은 아무리 좋은 시설이 와도 사용하려 하지 않는다"며 "결국 사회복지사 등이 일일이 방문해 설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재명 기자 nowl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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