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마음의 층을 맞추는 일

한승남 2025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자 2025. 8. 1.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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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층으로 쌓여 있다. 아파트의 물리적 층만이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사고방식, 감정, 삶의 리듬은 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것이 다른 이에게는 커다란 문제일 수 있다. 잘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조금씩 서로 다른 높낮이에서 어긋난 채 살고 있다.

“꼭두새벽부터 공사라니요?” 창밖을 타고 들어온 시멘트 가루가 마음에 앙금을 남긴다. 관리실은 연락이 닿지 않고, 공사는 사전 공지도 없이 시작됐다. 층간 소음이라는 도시의 오래된 병은 오늘도 고요한 전쟁을 일으킨다. 때로는 소음보다 시끄러운 침묵이 있다.

“사진 찍어 보내주세요. 처리해 드리면 되잖아요.” 윗집 젊은 부부의 사무적인 응대에 마음이 불편하다. 서로 다른 말투와 태도는 작은 사건을 큰 갈등으로 만든다. 윗집 남자는 로봇 창문 청소기는 빌려줄 수 있지만 청소는 못 해 준다고 한다. 감정은 선을 긋고, 입은 닫혔다. 종일 냉기류가 오가고 신경이 곤두선다.

결국 로봇 청소기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작은 기계가 유리를 닦는 동안, 우리의 감정도 닦이고 있었다. 창문에 쌓인 미움과 오해를 지워간다. 창문 너머 여름 하늘이 더 맑게 들어온다. 청소기를 돌려주러 올라간 집 앞에서 스티커를 본다. ‘아기가 자고 있어요.’ 출산이 머지않아 미리 스티커를 붙여 놓았다고 했다. 그녀가 임신 중이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날이 서 있던 그녀의 말투가 이제는 다르게 들린다.

도시의 갈등은 대개 소리에서 시작되지만, 소통의 부재로 인해 더 커진다. 아파트는 한 층씩 위로 올라가지만, 마음은 한 칸씩 멀어진다. 층간 소음이 아니라 층간 감정, 그것이 문제다. 상식적으로 행동한다고 믿었던 나는, 내 생각이 늘 옳다고 여겼다. 그날 이후, 보이지 않는 벽에 갇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갈등의 벽을 허무는 건 기술이나 법이 아닌 ‘배려’와 ‘이해’다. 얼굴을 마주하고 차 한잔 나누며 마음의 층을 맞추는 일이 왜 이다지 어려울까. 블록 놀이처럼 마음을 맞추어 가자. 서로 다른 높이에서 한 발 내려와 함께한다면, 어긋난 생각도 어느새 평평해지는 것을.

※ 8월 일사일언은 한승남씨를 포함해,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일송 희곡 전문 출판사 이안재 대표, 박한슬 약사·‘숫자한국’ 저자, 에노모타 야스타카·‘나만의 일본 미식 여행 일본어’ 저자가 번갈아 집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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