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 전기차 화재 1년] 수사·수습 장기화…아파트엔 깊은 상흔
화재 확산 책임자 특정도 난항
주민들 피난·트라우마 시달려


화마가 할퀸 상처는 1년이란 시간에도 아물지 않고 있다. 여전히 복구가 안 된 주차장 탓에 하루하루가 주차 전쟁이다. 어디서 불쑥 튀어 나올지 모를 분진 가루에 늘 노심초사다. 공포에 떨게 했던 화재 원인은 끝내 밝혀내지 못했고, 책임은 누구에게도 묻기 어려운 실정이다.
나이를 불문하고 전기차만 보면 냉가슴을 쓸어내려야 하고, 소방차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 불안함 마저 피어오른다.
<인천일보>는 1년 전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를 곱씹으며 찾지 못한 화재 원인과 미궁에 빠진 책임론을 되짚어보고, 재발 방지책 마련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1년 전 이날, 인천 서구 청라동 1500여 세대 규모 아파트 단지를 쑥대밭으로 만든 불길이 지하 주차장에서 치솟았다. 연기와 분진이 아파트를 덮쳤고, 평온했던 일상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화마는 8시간을 넘겨서야 걷혔고, 재난의 꼬리는 그보다 길었다.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수개월간의 피난 생활과 집안 구석구석 쌓인 분진,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한 화재에 대한 두려움 등은 피해 입주민들을 오래도록 괴롭혔다.
여러 추측과 가설에도 화재 원인은 알 수 없었고, 책임을 물을 대상도 없다. 재난은 여전히 '미완'이고, 아파트는 상흔을 간직한 채다.
31일 <인천일보> 취재 결과, 8월1일 청라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지 꼭 1년째가 된다.
화재 발생 후 365일이 지났지만, 원인은 미궁인 데다 관련자 수사도 매듭지어지지 못한 채 장기화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화재 직후 경찰은 전담팀을 꾸리고 수개월간 수사를 이어갔다.
합동 감식만 세 차례에 벤츠코리아 본사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도 벌였지만 끝내 화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경찰은 수사 결과 브리핑을 열고 "배터리 팩 외부 충격에 의한 발화 가능성 등을 확인했으나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A씨 등 4명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지만, 사건은 다시 경찰 손으로 돌아왔다.
A씨는 아파트 화재 당시 '솔레노이드 밸브'와 연동된 정지 버튼을 눌러 스프링클러 작동을 멈추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인천지검은 지난 4월 보완 수사를 요구하며 사건을 경찰로 돌려보냈다. 다만 구체적인 보완 요구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로부터) 보완 요구를 받았으나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며 "향후 보완 요구를 이행해봐야 결과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재 발생 직후 거세졌던 벤츠 책임론도 유아무야해졌다.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사고 피해 복구를 위해 '아이들과 미래재단'을 통해 45억원을 지원했고, 최근 15억원을 추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는 여전히 피해 복구에 한창이다.
김주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지하 주차장은 8월15일을 전후로 완전히 개방할 계획"이라며 "사고 이후 1년이 되었는데, 그간 입주민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 참고 견디고, 위로해주며 잘 버텨온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1일 청라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세워진 벤츠 전기차에서 불이 나 주민 23명 등이 연기를 흡입하는 등 병원으로 옮겨졌고, 차량 959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다.
소방 당국은 해당 화재로 인한 재산 피해액(동산·부동산)을 38억여원으로 집계했다.
/정혜리 기자 hy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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