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협력’ 카드 통했다… 농축산물 개방은 ‘온도차’

이지혜 2025. 7. 3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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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 협상 타결] 합의 내용

조선·에너지 486조 투자 앞세워
상호관세·자동차 15%로 낮춰
철강·구리 등은 기존 50% 유지
트럼프 “농업 포함”-韓 “합의 없어”

한국이 총 4500억달러(약 626조원)에 달하는 조선 중심 대미 ‘투자 펀드’(3500억달러)와 에너지 구매 카드(1000억달러)를 앞세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설득하면서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 관세를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경쟁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특히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로 명명된 대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가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 한국 조선 산업 역량이 대미 관세 협상의 결정적 돌파구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무역협상이 타결된 31일 오후 거제시 아주동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에 건조 중인 선박이 보인다./연합뉴스/

다만 주요 수출품목 중 철강은 기존 관세율을 유지하는 데다 농축산물 시장 개방과 관련해서는 양국 온도차가 감지되는 등 논란 여지가 남았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3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제시해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에 성공했다. 486조원은 지난해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약 20% 수준이다. 정부는 직접 투자로 볼 수 있는 지분 투자보다는 공적 금융기관이 담보하는 보증 위주로 구성될 예정이어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합의를 도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한미 관세 협상 타결 후 가진 긴급 브리핑에서 이번 합의로 조성될 3500억달러 펀드 가운데 1500억달러는 한미 조선 협력 펀드로, 2000억달러는 반도체, 원전, 이차전지, 바이오 등에 대한 대미 투자펀드로 구성될 것으로 설명했다.

조선 전용 펀드의 경우 미국 현지에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업이 사실상 한국 기업들뿐이라는 점에서 우리 기업이 직접적인 수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일본이 미국에 제공하기로 한 5500억달러(약 757조원) 규모의 투자 패키지와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투자 펀드’에서 배수 효과가 높은 보증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실질적 부담은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가 경제 규모를 고려했을 때 한국의 투자 규모가 일본과 EU에 비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3500억다러의 투자규모는 한국의 올해 예산총액 72%에 해당한다. 일본의 5500억 달러, EU의 6000억 달러 투자보다 액수는 적지만 상대적 투자 액수는 더 크다는 셈법이다.

이에 김 정책실장은 미국이 지난해 한국에 660억달러 적자, 일본에 685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통계를 들어 “투자펀드 규모를 경제 규모만으로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미국이 한국에 8월 1일부터 부과하기로 예고한 상호관세 25%는 15%로 낮아졌고,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관세도 15%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다만 또 다른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추후 부과가 예고됐고, 철강의 경우는 알루미늄, 구리 등과 함께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게 됐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3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한국은 반도체와 의약품에 있어서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나쁘게 대우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철강, 알루미늄, 구리에 대한 관세의 경우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여전히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4일부터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8월 1일부터는 구리로 만든 반제품과 파생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이번 협상의 ‘뜨거운 감자’로 꼽혔던 농축산물 시장 개방과 관련, 양국 정상 및 고위당국자의 발표 내용 중 일부 ‘온도차’가 드러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 완전 개방할 것이고 자동차, 트럭, 농업(농산물) 등을 포함한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곧바로 이어진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김용범 정책실장은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양국 발표에 차이가 있는 것 아닌가’라는 취지의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정치 지도자의 표현으로 이해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협상을 책임진 각료 간 대화인데, 농축산물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고 합의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지혜 기자 j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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