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자가 말하는 도시, 연대와 공동체 회복

조봉권 선임기자 2025. 7. 3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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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자 백진(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최근 펴낸 저서 '정의와 도시' 상·하권에서 거듭, 건축은 단지 건축 행위와 그 결과물을 뜻하는 데 그치지 않음을 알려준다.

역사·예술·철학·사회학, 저자의 현장 체험·비판·사유·대안, 현대와 과거 건축 거장의 제안과 시도, 거대도시 서울이라는 주제에 이르기까지 재료가 정말 풍성한데 흐름은 간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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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와 도시 상·하- 백진 지음 /효형출판 /각 권 1만9000원

- 정의라는 시선으로 도시 해석
- 타인과 연대 위한 근본 원리
- 上, 고대 아테네·시에나 등 분석
- 下, 도시 서울 공존 가능성 탐구

“원래 정의와 도시라는 두 말은 동전의 앞 뒷면처럼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말이었다. 일면식 없는 이들이 모여 살며 연대가 깨지지 않고 지속되려면 정의라는 원리가 근저에 작동하고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요람 아테네와 공화정을 실행한 로마의 기본 가치는 정의였다. 중세 시에나도 그러하였다. 르네상스 시대의 이상적인 성곽도시는 폭군이 다스리는 정치체제 대신 공화정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바로크 시대에 절대군주가 등장하면서 정의는 도시와 다시 멀어진 것 같다….”(‘들어가며’ 중)

‘정의와 도시’ 저자 백진이 ‘박완서의 집-기억의 조타질’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소개한 사진. 박완서 작가가 1961년부터 20년 동안 살았던 서울 보문동 한옥 주택이다. 박완서 작가는 이 한옥 마당에 잔디를 깔고 풀·꽃·나무를 기르며 오아시스 같은 공간을 일궜다. 효형출판 제공


“낯선 타자와의 연대를 유지하는 데에, 즉 도시가 탈 없이 작동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원리는 무엇일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라고 답한다. 그의 말을 다시 옮겨보자. ‘서로 다른 사람들을 도시에서 / 어울려 살 수 있도록 묶어내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정의다. 충돌 상황에서 균형을 잡고/ 더 큰 융합으로 나아가는 정의는/ 도시가 존속하고 작동하는 가장 중요한 원리다.”(상권 48쪽, ‘아리스토텔레스의 도시 이야기’ 중)


건축학자 백진(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최근 펴낸 저서 ‘정의와 도시’ 상·하권에서 거듭, 건축은 단지 건축 행위와 그 결과물을 뜻하는 데 그치지 않음을 알려준다. 또한 도시는 많은 사람이 모여 생존을 모색하는 넓은 공간이라는 단순한 관념 안에 담을 수 없는 주제임을 선명히 환기한다. 건축과 도시는 우리 삶, 공동체 운명, 후손의 미래를 위해 너무도 중요해 최선을 다해 사유하고 질문해야 하는 인문의 핵심 영역이라는 새삼스러운 깨우침이 이 책을 읽고 얻은 큰 수확이다.

저자는 특히 도시에 집중한다. 도시라는 주제를 놓고, 다채로운 분야를 종횡무진 넘나들고 잇는다. 역사·예술·철학·사회학, 저자의 현장 체험·비판·사유·대안, 현대와 과거 건축 거장의 제안과 시도, 거대도시 서울이라는 주제에 이르기까지 재료가 정말 풍성한데 흐름은 간결하다. 이를 통해 백진 교수는 ‘화려하고 자극적인 감각의 마력을 한껏 발산하는 21세기 거대도시의 스펙터클’ 탓에 ‘왜 우리가 모여 살기로 결정하였을까?’와 같은 큰 질문을 잊는 실수를 하지 말자고 제안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정의(Justice)에서는 ‘균형감’이라는 성분이 중요해 보인다. “‘정의’라는 말은 정의하기 어렵다. … 그래도 한 가지 짚어보라고 한다면 균형감을 빼놓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상권 49쪽) 이런 바탕 위에서 책은 상권에서 ‘거울의 도시 아테네’ ‘시에나의 캄포, 광장이 영원한 원형’ ‘타협과 공존의 빈’‘피사로의 프렌치 카페’ 같은 단원에서 정의가 어떻게 도시 구성에 스몄는지 인문학의 눈으로 설명한다. 작가 고 박완서 선생이 1961년부터 20년 살았던 보문동 한옥의 잔디 깔린 마당과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수졸당의 미적 원리 등이 여기서 등장한다.

하권으로 가면 현실감이 더 큰 내용이 갈마든다. 서로 다르고 부딪히는 온갖 요소가 계통 없이 섞인 듯한 거대도시 서울에 관해 ‘헤테로토피아’(철학자 푸코의 개념)를 적용하면서 저자는 비관하는 듯하지만, 동시에 이 특징이 새로운 장점으로 발현될 가능성을 본다(‘헤테로토피아 서울’). 그런데 이어지는 단원 ‘모노토피아 서울’에서는 비관과 우울을 감추지 못한다. 아주 큰 도시인 부산 등의 독자도 충분히 참고할 대목이다. 일본 등의 사례를 통해 교정시설, 돌봄 공간을 진단하고 다른 요소가 어우러지는 ‘콜라주 도시’에는 미소를 보낸다.

저자는 이 책을 끌고 가는 중요한 사유 체계로 니체의 ‘은유’ 개념을 중요하게 제시하는데, 그래서 하권 마지막 단원은 ‘니체의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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