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 에세이] 나를 비추다- 서영덕(수필가)

knnews 2025. 7. 3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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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자꾸 하다 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내게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나는 오랜 시간 내 얼굴을 차마 보지도 못한 것으로 보아 스스로에게 크나큰 죄의식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피하고 모른 척했기에 많은 시간이 흘러서야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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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자꾸 하다 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내게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개인 사진이든 단체 사진이든 말이다. 누군가가 사진을 찍어주는 것은 물론, 심지어 셀카 모드로 찍는 것조차 어색했다. 사진 찍기뿐만이 아니다. 미용실 가기, 옷 사러 가기 또한 내가 꺼리는 것들이었다. 낯선 누군가인 미용사나 옷 가게 점원과 함께 거울 속 나를 마주하는 것 또한 꽤 불편한 일이었다.

가만 보면 하나같이 렌즈나 거울을 통해 내 모습을 비춰보아야 하는 과정이 있는 일들이었다. 이는 나 자신이 무척이나 내향적이기 때문이라 여겨왔다. 오랜 시간을 그렇게 알고 지내왔다.

얼마 전이었다. 긴 시간 하늘의 별처럼 띄워 놓고 우러러보며, 바라오던 일을 찾게 되었다. 마침내 그 길에 들어서자 하루하루 놀라운 경험뿐이었다. 사람과 일, 일과 사람과의 촘촘하고 치밀하게 짜인 네트워크. 나는 그 안에서 전에 없던 안정감과 평온함을 느끼고 있다. 또한 심장이 뛰고 온몸에 자신감이 차오르니 희망차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내 안에서 시작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묵은 껍질을 몇 겹이나 벗은 듯 새로운 면이 드러났다. 수시로 거울을 꺼내 모습을 확인하고 내 얼굴을 한참이고 들여다본다. 셀카를 찍어 SNS에 올리기도 하고, 어디를 가든 지인들과 사진 찍기를 즐긴다. 그 모습들을 담아 놓은 사진첩을 보고 또 보며 행복을 느낀다. 전에는 없던 일이었다.

이제 와 돌아보니 그랬다. 우리가 살면서 누군가에게 잘못을 하면 그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대화와 용서를 통해 우리의 관계는 곧 나아간다. 나는 오랜 시간 내 얼굴을 차마 보지도 못한 것으로 보아 스스로에게 크나큰 죄의식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세 아이 양육하며 그저 하루하루 살기 바빠 안에서 두드리는 것을 들어주지도 마주하려 하지도 않았다. 내 자신은 늘 우선순위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피하고 모른 척했기에 많은 시간이 흘러서야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았다.

그렇듯 자기 자신은 물론, 사람을 불편해하던 내가 여러 사람을 만나야 하는 길에 들어섰다. 그러나 두렵거나 불편할 것이 없다. 이제는 ‘내’게 ‘내’가 있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하듯 차근차근 대화를 나누고 정중하게 용서를 구했다. 그가 마침내 끄덕이며 미소를 짓자 참 어여쁘게 보였다. 그러니 자꾸만 보고 싶고 알고 싶다.

거울 앞에 서서 나를 들여다본다. 오늘은 어떤 표정과 생각이 담겼는지 사진을 찍어 남긴다. 무엇을 기뻐하는지, 걱정과 슬픔이 있다면 무엇인지 찾아내려 애쓴다. 그렇게 그가 원하는 것, 말하는 것을 함께 좇고 또 쫓는다.

이제 밝은 곳으로 나가 나를 기꺼이 비춘다. 나는 나로 하여금 세상을 통하고 비추는 것이니 마음껏 나를 비춘다.

서영덕(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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