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석루] 유토피아를 찾아서- 김윤지(하동군 기획예산과 주무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유토피아의 '진짜' 의미를 모르던 초등학생 시절에도, 그 단어는 어렴풋이 마음에 와닿았다.
그러니까 어린 나에게 유토피아는 최고의 무언가, 누군가의 부러움을 살 만한 장소, 나도 언젠가 도달하고 싶은 어딘가를 의미했다.
답안지에 자주 등장하던 유토피아는 우리가 추구해야 하지만 쉽게 닿을 수 없는 그곳으로 묘사되곤 했다.
그렇기에 이 세계에 없는 곳인 유토피아를 찾기 위해서는 장소를 물색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토피아의 ‘진짜’ 의미를 모르던 초등학생 시절에도, 그 단어는 어렴풋이 마음에 와닿았다. 영어 파닉스를 막 익히던 내가 처음 만난 유토피아는 아주 큰 냉수풀이 있는 찜질방의 이름이었고, 당시 최고의 영어학원이기도 했다. 그 학원에서는 레벨테스트 하나를 보기 위해 한 달 전부터 예약이 필요했다. 그러니까 어린 나에게 유토피아는 최고의 무언가, 누군가의 부러움을 살 만한 장소, 나도 언젠가 도달하고 싶은 어딘가를 의미했다.
고등학생이 되어 윤리 시간에 다시 만난 유토피아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16세기 토머스 모어가 만든 말로, ‘없는 곳’이라는 뜻.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상상했지만, 정작 그조차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던 이상향이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 ‘없는 곳’은 논술로 대학을 꿈꾸던 내 귓가에서는 실재하는 것처럼 들렸다. 답안지에 자주 등장하던 유토피아는 우리가 추구해야 하지만 쉽게 닿을 수 없는 그곳으로 묘사되곤 했다.
논술학원에서 배운 지식으로 대학 리포트까지 우려먹던 시절을 지나 이제 현재의 자리에서 다시 유토피아를 생각해 본다. 어쩌면 유토피아는 현실을 향해 던지는 질문, 혹은 방향성이 아닐까.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복지 정책, 더 나은 삶의 방식을 고민하는 지역 행정도 결국 그 연장선 위에 있다.
예컨대 하동군이 운영하는 100원 버스나 어르신 대상 목욕탕 쿠폰 같은 경남 지자체의 일상 속 복지 제도는 유토피아가 말하는 ‘보편적 돌봄’과 닮아 있다.
없는 곳이라고 이름 붙여졌지만, 어쩌면 유토피아는 우리가 매일 조금씩 다가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가끔은 유토피아라는 단어가 허황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교통비 걱정 없이 버스를 타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글 수 있다는 건 누군가에게는 진짜 유토피아일 수 있다. 마을 곳곳에 놓인 벤치 하나, 공유 냉장고 하나, 작은 무더위 쉼터 하나가 누군가의 일상과 존엄을 지켜주는 손길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 세계에 없는 곳인 유토피아를 찾기 위해서는 장소를 물색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김윤지(하동군 기획예산과 주무관)
Copyright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