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무역협상 타결] “선방했다” vs “끌려다녀”… 전문가 평가 ‘극과 극’
“FTA 효과 사라지고 자동차 15% 日보다 못한 결과” 지적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약 487조원)를 투자하고, 미국은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쪽으로 관세협상을 타결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선전했다’와 ‘끌려다녔다’는 극과 극 평가로 엇갈렸다.
특히 5500억달러와 6000억달러의 투자를 각각 약속하고 같은 상호관세를 얻어낸 일본과 유럽연합(EU)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얻어냈다는 점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민감 품목인 쌀과 소고기 등 농축산물 분야를 방어한 점,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의약품 품목관세에서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은 점 등도 성과로 꼽았다.
일단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결국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무효화 된 점과 자동차 등 일부 품목에서 일본, 유럽연합(EU)보다 불리한 결과를 받아낸 점 등은 부정적이라는 평가다.
결국 향후 있을 세부 협상 결과에 따라 유불리 여부가 갈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농축산물 민간 품목을 추가 개방하지 않은 점, 펀드 투자 규모가 대미 무역흑자 규모를 볼 때 일본·EU에 비해 적은 점, 투자 분야도 한국이 유리하고 잘하는 분야에서 한국 기업에 도움되는 분야로 확정된 점 등은 굉장히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와 의약품 등 향후 품목별 관세가 예정된 분야도 다른 국가에 비해 불리하지 않게 최혜국 대우를 해준다는 점도 매우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장 원장은 그러면서도 앞으로 있을 세부협상이 더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 5월 미국과 관세협상을 타결한 영국도 아직 세부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다”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앞으로 세부협상 내용에 따라 이번 미국과의 협상의 득실이 갈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기업에 생산원가가 높고 현지 벨류체인이 약한 분야에 투자할 것을 요구할 경우 부담이 상당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해야 할 점으로 지목했다.
결국 미국에 끌려다녔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는 처음부터 한미 FTA 준수를 강하게 주장할 의지가 없었고, 트럼프의 눈높이에 맞춰 12.5%가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 FTA를 지키는 틀 안에서 협상을 이끌었어야 했는데, 오히려 트럼프식 협상에 끌려가는 모양새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협의를 계기로 트럼프 정부 이후에도 한미 FTA의 근간에 대한 의구심이 남을 수 있다”며 “다가오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무역적자가 해소될 경우 FTA 수준으로 돌아간다는 문구를 합의문에 담아야 회복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특히 자동차 관세 협상에서 12.5%가 아닌 15%를 얻어낸 점에 대하 강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최석영 전 외교부 경제통상대사(법무법인 광장 고문) 역시 “자동차가 12.5%가 안 되고 결국은 15%로 합의를 이끌면서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유리했다가 불리해진 상황”이라며 “이번 협상 타결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은 건 한미 FTA이며, 사실상 종료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협상들에서 3500억달러에 대한 조건을 미국이 더 구체화하려할 것”이라며 “정상회담에선 주한미군의 역할 등이 포괄적으로 안보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15% 라면 실패나 다름없다. 한미 FTA의 혜택을 살려 12.5%로 낮추면 좋았겠으나, 그 역할을 정부가 해주지 못하면서 25%보다 낮아지지 않았냐는 위안만 얻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15%로 세팅해놓고 관세 협상을 진행했다. 한국도 유럽이나 일본만큼 가져오라는 밀어붙이기 식의 협의에 우리가 밀린 것”이라며 “일본차와의 미국 내 치열한 경쟁은 관세 1%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퍼줄 건 다 퍼주고, 결국 영업이익 감소와 판매 악영항은 피하기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미국 자동차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이기에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불가하다. 일본이나 유럽의 고급차 업체들은 가격을 올릴 수 있으나 양산 업체인 현대차·기아는 더욱 어렵다”며 “10%대의 원가절감이 필요하나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기에 일단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주희·강승구 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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