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한·미 FTA시대…시장다변화 새 통상전략 ‘발등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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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한국이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해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췄지만, 이 과정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2년 발효된 한-미 에프티에이는 한-미 간 경제·전략적 기반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유무역'에 대해 보여온 뿌리 깊은 부정적 인식에 가로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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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한국이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해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췄지만, 이 과정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2년 발효된 한-미 에프티에이는 한-미 간 경제·전략적 기반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유무역’에 대해 보여온 뿌리 깊은 부정적 인식에 가로막혔다. 정부는 시장 다변화 등을 통해 ‘포스트 에프티에이 시대’ 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30일(현지시각) 열린 워싱턴 한국 특파원 간담회에서 “트럼프 1기 때만 해도 에프티에이 개정에 초점을 맞췄지만, 2기에서는 에프티에이에 대한 불신이 크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무역협정 틀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여러 가지 관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고, 우리뿐 아니라 무역 상대국에 비관세 장벽에 대한 (철폐) 압박이 계속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이번 관세 협상 과정에서 한국은 일본·유럽연합(EU)과 달리 한-미 에프티에이를 체결하고 있는 점을 강조하며, 자동차 관세를 일본·유럽보다 2.5%포인트 낮은 12.5%로 해야 한다고 끈질기게 요구했다. 지금까지 일본과 유럽연합은 2.5%의 자동차 관세를 물었지만, 미국과 에프티에이를 체결한 한국은 자동차 관세가 0%였기 때문이다. 협상팀은 에프티에이를 근거로 ‘형평성’을 주장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미국식 의사결정 과정은 들으셨겠지만, ‘됐고, 우리(미국 쪽 통상당국)는 이해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다’라고 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는 미국과 에프티에이 체결국이어서 유럽연합, 일본과 수평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데, (그 부분이 반영되지 못한 것은)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프티에이가 미국 제조업을 망치고 무역적자를 키운 주범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는 2016년 미시간 디트로이트 연설에서 “한-미 에프티에이 약속과 달리, 미국에서 10만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한국에 대한 미국 수출은 크게 늘지 않았다”며 “지켜지지 않은 약속(broken promise)의 완벽한 사례”라고 비판했다. 2017년에도 한-미 에프티에이를 놓고 ‘형편없는 거래’(horrible deal)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때인 2018년 만성 적자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한국을 압박해 한-미 에프티에이를 개정했다. 하지만 개정 이후 첫해를 빼고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는 계속 증가했다.
트럼프 정부의 집권이 3년이나 남은 만큼 정부는 포스트 에프티에이에 대비하기 위해 ‘시장 다변화’ 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여 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관세 협상 타결에도 “안심할 것은 아니다. (우리가) 계속 체질 개선, 시장 다변화 등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통상 전략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이날 한겨레에 “성장 잠재력이 큰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등 신흥 시장과 신규 에프티에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또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참여해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경제협력과 공급망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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