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계곡 불법 점령한 식당들…사유지화 여전

임지섭 기자 2025. 7. 3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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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 평상·테이블·의자 등 빼곡
"음식 안시키면 발도 못 담가" 불만
법적 제재 어려워 단속 실효성 의문
업주 "불법 알지만 생계 때문" 변명
정부가 계곡 내 불법점용시설 관련 엄정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광주 전남 내 계곡들에 불법 설치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전남 담양군 한 계곡 내 식당에서 하천 내 테이블을 설치한 모습.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

"좋은 자리는 다 차지해놓고 음식을 시키지 않으면 발도 못 담그게 하네요."

31일 오후 전남 담양군 한 계곡. 황룡강 지류를 따라 늘어선 식당 10여 곳이 계곡을 끼고 작은 촌을 이룬 모습이었다. 곳곳에 내걸린 입간판에는 '계곡 위 평상에서 백숙 한 그릇', '워터슬라이드 완비', '자릿세 없음' 등 문구가 적혀 있었다.

계곡 안으로 들어서자 플라스틱 평상과 테이블, 의자가 빼곡히 놓여 있었고, 천막까지 덮여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까지 제공됐다. 인근에는 '하천무단 점유(평상·천막), 옥외영업 등 금지, 위반 시 관련 법에 따라 처분 또는 고발될 수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지만, 무색하게 만든 순간이었다.

이처럼 하천 구역 내 평상, 테이블, 천막 등 설치는 모두 불법이다. 하천법상 공공 하천에 시설물을 무단으로 놓는 행위는 불법 점용에 해당한다. 공공재인 하천을 사적으로 점유하는 것은 물론, 집중호우 시 안전사고나 수질 오염 등 우려도 크다.

문제는 이러한 관행이 수년째 반복되며 사실상 고착화됐다는 점이다. 계곡은 더 이상 모두의 공간이 아닌 일부 업주의 영업 공간이 됐고, 이로 인한 불편은 고스란히 시민에게 전가되고 있다.

계곡을 찾은 김모(37)씨는 "산속 계곡이라 조용할 줄 알았는데, 좋은 자리는 식당들이 다 차지하고 있었다"며 "식사를 하지 않으면 계곡 안으로 들어올 수도 없다고 막아서더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백숙 가격만 9만 원이 넘는데도 자릿세는 없다며 떳떳하게 장사하는 건 말장난"이라고 덧붙였다.

조모(45)씨도 "음식을 안 시키면 앉을 자리조차 없고, 공공장소에서 현대판 산적질을 보는 기분"이라며 "가족들 데리고 왔다가 황당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이 같은 하천 불법 점용 시설에 대해 전국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자진 철거를 유도하되, 불응 시 행정대집행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단속의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단속 절차는 사전 안내, 의견서 접수, 계고장 발송, 최종 처분 등 순으로 이뤄지지만, 시정 기간 중 업자들이 임시로 철수하거나 시설을 철거해버리면 법적 제재가 어렵다. 전남 한 군청 관계자는 "1~2주 시정 기간 안에 영업을 끝내고 구조물을 치워버리면 현장 증거가 없어 처분 자체가 무력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업주들은 불법임을 인지하고 있지만, 생계를 이유로 영업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업주 이모(60대)씨는 "여름 한 달 장사로 1년을 버텨야 한다. 시설 없이 장사하면 손님이 안 오니 어쩔 수 없다"면서 "예전부터 다들 해오던 방식이라 갑자기 바꾸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군청 관계자는 "업주들도 결국 지역 주민인데, 생계를 호소하며 반발하면 법대로만 밀어붙이긴 어렵다"고 말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