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베선트 건너뛰고 트럼프 면담…투자액 수정없이 40분만에 타결
긴박했던 한·미 관세 협상
韓협상팀, 美와 릴레이 조율
여한구, 러트닉과 10회가량 만나
김정관, 스코틀랜드~워싱턴 오가
트럼프 '깜짝 SNS'로 급진전
日·EU땐 펜으로 직접 금액 수정
韓과 협상은 짧고 부드럽게 진행
"조선협력 프로젝트가 크게 기여"
한·미 관세 협상이 30일(현지시간) 급물살을 탄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빠른 결단이 있었다. 당초 한국은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협상안을 타결하면서 코너에 몰린 상황이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하는 ‘한·미 2+2 재무·통상 수장 협상’이 지난 24일 취소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및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의 협상을 주도했다. 이후 구 부총리가 가세하고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가세하면서 협상이 탄력받았다.
◇SNS로 ‘만난다’ 고지

하지만 이날 점심시간 후에만 해도 당장 협상 타결을 기대하기는 힘든 분위기였다. 한·미 재무·통상 2+2 협상이 다음 날 오전 9시45분으로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담판을 거쳐야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구 부총리와 김 장관, 여 본부장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가량 러트닉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났다.
지난 6월 22일부터 워싱턴DC를 찾아 협상 실무를 벌여온 여 본부장은 러트닉 장관과 10회 가까이 만났고, 김 장관도 워싱턴DC와 뉴욕, 스코틀랜드에서 러트닉 장관과 최소 네 차례 만난 상황이었다. 최종 협상안에 포함될 내용을 조율하는 ‘랜딩 존’에 관한 이야기가 무수하게 오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MASGA)를 내세우며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러트닉 장관 말대로 결정권자 없이는 마무리가 쉽게 지어지지 않는 분위기였다. 우리 측 협상단에서도 이튿날 구 부총리가 베선트 장관과 면담하기로 돼 있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타결을 기대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
급진전이 일어난 것은 오후 3시52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한국 협상단과 만난다는 글을 올렸다. ‘헬스케어 테크놀로지를 다시 위대하게’ 행사(오후 4시)에 참석하기 8분 전에 먼저 글을 남기고 백악관 이스트룸으로 향한 것이다. 소식이 들리자마자 구 부총리 등은 백악관으로 달려갔다. 이들이 도착한 시점은 오후 4시30분이었다. 구 부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이) 진짜 오늘 이렇게 전격적으로 이뤄질지 알 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면담 계획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이게 이제 현실화하는구나 알게 됐다”고 말했다.
◇“조선 협력 프로젝트가 가장 기여”
헬스케어 테크놀로지 행사는 오후 5시14분에 끝났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참가자들과 인사하며 조금 더 지체했다. 따라서 한국 협상팀과의 면담은 일러야 5시30분께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계속 대기하고 있던 구 부총리 등은 정확하게 회담에 얼마나 시간이 소요됐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30~40분”이라고만 떠올렸다.
협상은 부드럽게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베선트 장관, 러트닉 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그리어 대표,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등이 배석했다. 앞서 일본, EU와 즉석에서 투자 내용이나 이익 규모를 수정한 뒤 강요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앞서 한국 협상팀과 러트닉 장관 등이 제안과 역제안을 거듭하며 3500억달러 규모 투자, 1000억달러 규모 에너지 구매에 어느 정도 합의점을 만들어둔 덕분이었다. 구 부총리와 여 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조건 오케이 한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임의로) 펜으로 수정한 것은 없었다”고 했다. 구 부총리는 특히 조선 협력 프로젝트가 무역 협상 타결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끝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투자 금액은 이재명 대통령이 2주 내 백악관에 방문해 양자 회담을 할 때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디테일을 다투는 ‘진짜 협상’이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워싱턴=이상은/박신영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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