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 대비 도로공사에 시민·관광객 불만 확산

황기환 기자 2025. 7. 3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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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불로 일대 중장비 점유·보행로 방치…“보여주기식 행정” 비판
경주환경운동연합 “건설폐기물 양산보다 안전 중심 행정 필요”
경주 보불로에 있는 한 버스 정류장 인도에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각종 공사 자재가 방치돼 있다. 황기환 기자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둔 경주시가 대규모 도로경관개선 공사를 벌이면서 시민과 관광객들의 불편과 안전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경주 시내 곳곳에서는 도로 포장덧씌우기, 인도블럭 및 경계석 교체 공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특히 관광객과 시민들이 많이 찾고 있는 보문관광단지에서 불국사로 이어지는 보불로 약 6km 구간은 왕복 4차로 가운데 2차로가 공사차량과 중장비에 점유된 상태로 차량 정체가 일상화되고 있다.

31일 찾은 보불로 구간에는 인도 곳곳이 파헤쳐지고 끊기면서 보행자 안전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다.

뿐만 아니라, 일부 구간은 보도블록이 완전히 철거된 채 방치돼 있으며, 파손된 인도 가장자리는 보호 장치나 안내문 하나 없이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특히 탑마을 인근 버스정류장 앞 인도는 깊이 패이고 울퉁불퉁한 채로 방치돼 있었다. 버스를 이용하려면 공사장처럼 변해버린 인도 가장자리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다.

경주 보문단지에서 불국사로 이어지는 보불로 전 구간이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도로경관정비 공사를 한꺼번에 실시하면서, 일부 구간의 차로가 공사차량과 중장비에 점유되는 등 차량 정체가 일상화되고 있다. 황기환 기자
이처럼 정류장 앞 맨홀 주변이 들뜨고 붕괴 돼 보행자 발목을 접질릴 위험도 커 보이지만 안내문 하나 보이지 않았다.

보불로 전 구간의 도로 양 옆 곳곳에 쌓여 있는 석재 블록과 무단 방치된 공사용 자재들, 좁아진 차선, 보행로의 급경사, 가림막 없는 작업 구간 등은 그 자체로 교통사고와 안전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 "길이 이렇게 파여 있으면 누가 다치지 않겠느냐"며 "특히 어르신들이나 아이들에겐 너무 위험하다"고 말했다.

관광객 이종국(6·1경산시)씨는 "경주는 고즈넉하고 깨끗한 도시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번 여행은 계속 공사장 냄새와 소음 속에서 다닌 셈"이라며 "특히 가족과 같이 다니기엔 인도가 너무 위험해 불안했다"고 말했다.

이번 정비공사는 APEC 정상회의를 대비한 도시 미관 개선 차원에서 시작됐지만, 이용에 문제가 없던 도로나 보도까지 무리하게 철거하면서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경주환경운동연합은 "불필요한 도로 정비로 시민 불편을 초래하고 건설폐기물만 양산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공사 재조정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단체는 "지금 필요한 것은 겉모습 치장이 아니라, 시민과 관광객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지속가능한 행정"이라고 밝혔다.

경주시는 APEC 회의 전까지 공사를 완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시민들의 불만과 관광객 안전 문제가 지속되면서 공사 속도 조절 및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