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일상 '한 컷', 누군가에게는 지친 하루의 작은 위로
그림 제대로 배운 적 없지만
첫째 육아 그림일기로 시작
공부방, 가족 등 일상 담아
"그리는 게 좋아서 하는 일"
산업화 시기 창원 이야기 등
지역 이야기로 주제도 확장
"또래 공감할 내용 그리고파"

◇창원 토박이 = "어쩌다 보니 태어난 곳에서 5㎞를 안 벗어나고 계속 살고 있네요."
정우 씨는 창원 토박이다. 지금은 차룡단지가 들어선 동네(차룡동)에서 태어난 후 명서동에서 자랐고, 결혼 후에는 팔용동에 살고 있다. 초중고는 물론 대학도 국립창원대학교를 집에서 통학했으니 팔용동 주변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지겹지 않으냐고 물으니 오히려 창원이 좋다고 했다.
"지금 사는 팔용동은 살기 편해요. 동네 안에 모든 게 다 있어요. 벗어나고 싶지는 않은데, 우물안 개구리라는 생각은 하죠."

놀랍게도 그는 그림이나 만화를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다.
"2007년 첫 아이 임신하고 출산하면서 엄마 커뮤니티에 그림일기를 올리면서 시작했죠. 아기 엄마들이 댓글을 달면 거기 또 답글을 달면서 놀았어요. 블로그 같은 데 만화를 올리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이때죠. 그림을 따로 배운 적은 없어요. 그냥 타고난 것 같아요. 어떤 일을 겪으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그려져요."
임신과 육아로 시작한 그림일기는 실제 〈만화로 보는 좌충우돌 임신·육아 일기〉(파인앤굿, 2010)란 책으로 나오기도 했다. 아이들이 점차 크면서 그의 그림은 다양한 주제로 확장된다. 지금은 공부방 아이들이 이야기가 주된 주제다. 이는 '정우 공부방 역사서'란 제목의 노트에 차곡차곡 그려진다. 또, 그가 참석하는 글쓰기나 책 읽기 모임 이야기도 자주 그린다. 더러 가족 이야기도 있다.


◇"지역 이야기 더 담아내고파" = 인스타그램 같은 누리소통망(SNS) 말고도 그는 노트에도 꾸준히 그림을 그린다. 다이어리도 그림으로 정리하고, 자연 관찰 일기를 그림으로 그리기도 한다. 산업화 시기 한창 확장되던 창원 도심의 비극적인 이야기가 담긴 〈창원대로드킬〉(창원대로 + 로드킬)나 여름 모기 이야기를 과격하게 그린 〈모기〉를 비롯해 여아 낙태로부터 살아남은 이야기를 그린 〈세 번째 아이〉, 언니한테 반항하면 안되는 이유를 담은 〈언니들〉처럼 나름 서사가 있는 책자를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정우 씨는 왜 이렇게 열심히 그리는 걸까.


여기서 알 수 있는 게 그에게 그리는 일은 현실 도피이거나 답답한 일상의 해방구 같은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즐거운 일상임을 알 수 있다. 그는 공부방에서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일도 정말 좋아한다. 그는 얼마전 '급성 대동맥 박리'로 죽음 문턱까지 갔다왔다.
"그때 죽음에 관해 생각을 했는데, 현재 삶이 만족스러워서 당장 죽어도 크게 상관은 없겠다 싶었어요. 지금 곧 죽는다고 해도 뭔가 더 해보고 싶은 거라든가 후회되는 게 하나도 없어요. 다만, 지금 사라지면 남겨진 사람들이 무척 슬프겠다는 생각은 했죠."
그래도 정우 씨가 뭔가 그림이나 만화로 하고 더 싶은 일이 있다면 〈창원대로드킬〉처럼 지역 이야기를 발굴해 담아 내는 일이다.
"가만 보면 우리 또래 이야기가 많이 없더라고요.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고 싶어요."

/이서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