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나답게 살고 싶은 제주 읍면 여성들을 위한 ‘훈련 매뉴얼’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 사람. 마을 안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쉽지 않았던 사람. 새로운 공간에 들어왔지만 왠지 겉도는 사람.
젠더폭력에 대응해 본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은 사람. 누군가의 불편함에 귀 기울이고 싶은 사람. 일상을 자기답게 살아가고 싶은 제주 여성들을 위한 일상대응력 훈련 매뉴얼이 나왔다.
사단법인 제주여민회는 읍면지역 성평등 실현을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일상대응력 향상 훈련 매뉴얼'을 제작, 배포했다. 읍면지역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이 더 안전하고 자기다운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일상대응력 향상 훈련'이 주요 내용이다.
일상대응력은 누군가 나의 정서적, 신체적 경계를 침해했을 때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를 인식하는 일, 그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힘, 상황을 주도하며 내 선택지를 계속 늘려가는 일이다.
제주여민회는 한국여성재단 젠더폭력 대응활동 지원사업을 통해 지난 2월부터 이달까지 도내 5개 지역, 55명을 대상으로 일상대응력 향상 훈련을 진행했다. 프로그램은 기존 여성주의 자기방어 훈련의 철학을 바탕으로 읍면지역 여성들의 삶의 조건과 맥락을 고려해 구성됐다.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일상대응력 향상 훈련 매뉴얼은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일상 대응 진단표 △훈련 프로그램 구성 및 운영 방식 △시뮬레이션 시놉시스, 사후 조사 양식 등 훈련 실습 도구 △훈련 이후 과정 제안 등 내용이 담겼다.
제주여민회는 "읍면지역은 공적 공간이자 사적 공간, 즉 중간지대가 많다"며 "그 경계가 흐릿하기 때문에 일상적 젠더폭력에 더 취약하다. 그래서 자기 삶의 감각을 회복하고 다시 안전하게 연결되기 위한 일상대응력 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활동하는 전국 주체들이 영감을 받기를 기대하며 제주 읍면지역에서 시범 운영한 훈련 전반을 공유한다"며 "더 많은 여성들이 읍면지역에서 더 나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적극 지원하고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