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답례품] 소비자에겐 신뢰를…어르신들에겐 활력과 행복을 

유은상 기자 2025. 7. 3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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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 좋지 아니한가] 24. 합천군 - '고소한 마을' 들기름

대병면 마을기업...들기름·참기름·건나물 등 생산
29년 은행원 퇴직한 하성목 대표 귀향해 '새 도전'

마을 어르신 용돈 마련·생활 활력 위해 창업
어르신 등 19명 뜻 모아 1050만 원 출자
좋은 제품 생산하고 지역에 활기 불어넣고 '일석이조'
하성목 대표가 주요 생산품인 들기름 참기름 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유은상 기자

대부분 기업은 이윤 창출을 최우선 목적으로 한다. 반면 취약 계층 일자리 제공 등의 사회적 목적을 더 우선에 두는 기업을 사회적기업이라 일컫는다. 그중에서도 지역 인력·문화·자연 자원 등을 활용해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주민 생활개선과 공동체 활성화라는 목적을 실현하는 기업을 마을기업이라고 한다.

합천군 대병면에서 들기름과 건나물 등을 생산하는 '고소한 마을'은 그 목적에 딱 들어맞는 기업이다. 침체한 지역, 마을 어르신들에게 활력을 전하고자 시작한 사업은 깨 볶는 냄새로 주민에게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소비자에게도 '찐한 건강'을 전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합천군 답례품으로도 선택돼 고향 사랑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작지만 의미 있는 '새 출발' = 마을기업 '고소한 마을'은 하성목(66) 대표의 작은 고민에서 시작했지만 그 의미는 작지 않다. 대병면 율정마을에서 태어난 하 대표는 고등학생 때부터 객지 생활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국민은행에 취직한 그는 서울과 일본 도쿄 등에서 29년 6개월을 근무하다 2015년 퇴직했다. 

그는 인생 2막을 고향에서 시작하겠다는 생각에 2022년 9월 합천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를 보살펴야겠다는 의무감도 함께 작용했지만 전적으로 아내의 '큰 결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고향살이'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상상을 초월했다.

"큰 기대는 없었지만 그 속으로 들어와 마주한 마을은 활력을 잃고 너무 쓸쓸했습니다. 제가 이 마을에서 제일 어린 청년입니다. 예전에 6~7남매를 거뜬히 길러낸 어머니들이 지금은 경로당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계십니다. 이게 농촌의 대표적인 장면입니다. 그나마 경로당에 나올 수 있다면 행복한 분입니다."

이에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할 소일거리를 마련해 생기와 활력을 불어 넣어 보자는 것이 '고소한 마을' 출발점이다.

"여유롭게 인생 2막을 보내고자 귀향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돈을 버는 일도 아닙니다. 이 일을 하면 많이 힘들고 바빠질 것이라는 것도 알았지만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물론 당시에 반대하던 아내가 지금은 제일 많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몹시 미안하고 더없이 고맙습니다."
출자자이면서 직원인 마을 어르신들이 건나물 포장작업을 하고 있다. /고소한 마을

◇행복과 보람을 만드는 곳 = 마을기업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했지만, 무엇을 생산해야 할지 판단하는 것은 더 큰 과제였다. 군청과 농협, 산림조합을 찾아다니며 자료도 찾고 논의를 진행한 끝에 들기름 제조로 방향을 잡았다. 몇 가지 아이템이 있었지만 마을 어르신들이 함께하기에 가장 적합한 제품이 들기름이었다.

이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023년 예비 마을기업을 신청해 2월 지정을 받고, 3월 법인을 설립했다. 17명 마을 어르신이 50만 원씩 출자하고 하 대표를 비롯해 2명이 각 100만 원을 출자해 1050만 원 자본금으로 시작했다. 출자금이 적게 들어간 것은 용주면에서 군이 운영하는 농산물가공센터 설비를 이용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소한 마을은 그해 8월 첫 제품을 생산해 판매에 들어갔다.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해 결정을 했습니다. 군에서 집계하는 정보지에서 합천의 들깨 생산량이 어느 정도 받쳐 준다는 것을 확인하고 확정했습니다. 8월에 출시했는데 추석 선물 등으로 팔려나가면서 생각보다 판매가 많이 됐습니다."

2024년부터는 봄철 신선식품 고사리와 두릅을 주문받아 판매했다. 주문을 받으면 곧장 수확·배송하고 소비자가 다음날 바로 받아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건고사리와 건토란 등 마른 나물은 물론 참기름도 생산·판매 품목에 추가했다.

고소한 마을 제품은 합천 주요관광지 로컬푸드 판매장인 야로점(해인사), 합천영상테마파크점, 대구 월성점 등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합천군 먹거리통합지원센터를 통해 학교 급식재료로 공급되며 한발한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출자자이면서 직원인 마을 어르신들이 들깨를 꼼꼼히 검수하고 있다. /유은상 기자

◇신뢰와 품질은 생명 = 고소한 마을이 인기를 얻는 것은 누구도 의심하지 못하는 품질과 신뢰 때문이다. 고소한 마을 들기름은 합천산 들깨로만 생산한다. 가공 과정은 상상 이상으로 까다롭다. 일반적으로 들기름 제조는 2∼3차례 세척과정을 거치지만 고소한 마을은 7~8번 씻는다. 이물질 제거 또한 수작업으로 꼼꼼하게 진행된다.

"이물질은 품질과 직결됩니다. 흙, 돌, 들깨줄기, 벌레 등이 들어가면 색깔이 짙어지고 탁해집니다. 이 과정에 마을 어르신들의 능력이 발휘됩니다. 깨를 펼쳐놓고 일일이 이물질을 가려내고 또 여러 차례 반복해서 씻어 최상의 상태에서 기름을 짭니다."

볶음 온도 역시 엄격하게 관리한다. 고온으로 볶으면 색깔과 고소한 향이 짙어지고 생산량도 증가한다. 반면 유해물질 벤조피렌이 발생한다. 그래서 고소한 마을은 온도를 낮춰 들깨를 볶고 기름을 짠다. 생산량 대신 고객 건강을 택한 것이다.

"고소한 향과 생산량은 달콤한 유혹이죠. 그러나 저희는 엄격하게 관리를 합니다. 금액이 다소 높지만 신뢰와 품질을 기반으로 프리미엄 제품 생산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점점 신뢰가 두터워지면서 판매량도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원재료 확보가 과제인데 발품을 팔며 들깨 매입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들기름은 최근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고소한 마을 들기름 제품. /고소한마을

◇고향사랑기부 또 다른 효도 = 마을 어르신들이 주로 하는 일은 들깨·참깨 이물질 제거, 고사리와 토란 자르고 정리하기, 건나물 소분하고 포장하기 등이다. 아직 회사 매출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어르신들이 일한 시간을 계산해 인건비를 지급한다. 적은 금액의 삯을 받지만 할머니들은 몹시 보람을 느끼고 행복해 하신다. 매일 일어나 갈 곳이 있고, 할 일이 있고, 어울려 이야기할 친구가 있고, 용돈 벌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같이 밥을 나눠 먹을 '식구'가 있다. 돈보다 더 큰 보람을 안겨주는 삶터인 것이다.

이에 하 대표는 어르신들 삶의 질 향상이 회사 존재의 주목적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그래서 더없이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낸다.

"어머니들이 모여서 일하고, 함께 밥을 나눠 먹고, 대화하며 일상을 보냅니다. 자장면과 치킨도 별미로 시켜 드십니다. 가끔 이웃 마을 어르신들까지 모시고 회식도 하는데 너무 좋아하십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정말 보람을 느끼죠. 또 추석과 설 등에 우리가 번 돈 일부로 더 어려운 이웃을 돕고 나누기도 합니다. 너무 뿌듯하고 할 일이 정말 많습니다."

하 대표는 이러한 차원에서 고향사랑기부제가 확산해 빨리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소한 마을은 고향사랑기부 답례품으로 '들기름'과 '들기름+건나물 세트'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가 생산한 제품을 구매해 주는 분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입니다. 그 소비가 지역을 살리고 지역에 사는 우리 부모님에게 힘과 행복을 전합니다. 고향사랑기부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관심이면 가능하고 그 정성은 지역과 지역민 삶의 지지대가 됩니다. 기부자 또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제도입니다. 많은 동참 부탁드립니다." 

/유은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