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 번식장'에서 반복되는 동물 학대… "한국형 루시법 만들어야"

동물생산업이 합법제로 전환된 지 7년째이지만, 번식장의 불법 행위가 이어진다. 매년 1회 이상 점검 및 단속 의무가 있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보호단체에선 번식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반려동물 경매를 금지하는 한국형 루시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을 제기한다.

루시법은 2020년 영국이 6개월 미만 반려견·반려묘의 제3자 판매를 전면 금지한 규제다. 루시는 영국 개 번식장에서 구조된 어미 개에게서 따왔다.
이들은 "지난 24일 인천 강화도의 한 번식장에서 구조된 개 300마리는 발이 빠지는 불법 뜬 장에 밀집 사육됐고, 정체불명의 축산폐기물을 먹었다. 강제 번식에 이용된 개들은 와이어에 다리가 묶여 괴사한 상태였다"라고 했다. 또 "번식장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동물 학대적인 운영을 하고 경매장이 펫숍에 비싸게 되파는 구조도 고착화했는데, 이는 정부와 지자체가 묵인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 소홀도 지적했다. 루시의 친구들은 "강화군수 등은 불법행위를 확인하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 학대를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도 민원을 제기했지만, 시정조치를 하지 않았다"라며 강화도 번식업자, 박용철 강화군수 등을 △동물보호법 △폐기물관리법 △가축전염병 예방법 △직무 유기 등 혐의로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발했다.
동물생산업은 2008년부터 등록제로 운영됐지만, 2012년 신고제로 바꾼 뒤에도 신고율이 저조해지자 2018년 허가제로 전환했다. 당시엔 번식장에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면 동물학대적 운영 등 불법 행위가 줄어들 거란 전망이 많았다.
기대와 달리 분뇨처리 시설을 갖추지 않거나 자가 진료하는 등 번식장에서의 불법 행위는 매해 보고된다. 2022년엔 경기도 연천구의 한 번식장은 비닐하우스에 개 80마리 이상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사육했다. 2023년엔 경기도 화성시의 한 번식장은 개 1400마리를 키웠고, 이 과정에서 상품 가치가 있는 새끼를 꺼내기 위해 어미 개의 복부를 절개해 살해했다. 정부 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번식장까지 감안하면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전문가들 주장이다.
김영환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교육구호그룹 국장은 행정력에 문제가 있어서 불거진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강화군의 한 공무원에게 번식장 점검을 요청했더니 '냄새나고 더럽다'라는 이유로 출동을 거부하더라"며 "인근 주민들이 군청에 수차례 민원을 넣었는데도 모른 척했던 황당한 사실도 드러났다. 행정력이 없는데 법이 있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지자체장 등은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1년에 1회 이상 시설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현 시점에선 해당 규정이 잘 지켜지도록 행정력을 강화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론 반려동물 경매를 금지하는 한국형 루시법을 발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매장들이 사실상 수천 개의 번식장에 대한 지배력을 가진 상황에선, 번식업자가 단가를 맞추기 위해 개를 싸게 많이 넘기는 구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관계자는 "번식과 판매를 일원화해 자격이 검증된 사람만 반려동물을 입양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이 외에도 반려동물은 사고팔 수 있는 물건이 아닌 가족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도 확산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상혁 기자 rafand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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