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 사무관이 모아간 ‘광우병 시위사진’ 보여주며 쌀·소고기 지켜···농민단체 “환영”

김세훈 기자 2025. 7. 3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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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1일 서울시청에서 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청와대로 향하려 거리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농민단체들은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쌀·쇠고기 시장 추가 개방을 막아내자 “농민의 생존권과 국민 안전을 지켜낸 결과”라며 환영했다. 정부는 ‘2008년 광우병 시위’ 사진을 보여주며 쌀·쇠고기 개방의 민감성을 내세워 미국을 설득했다. 농민단체 사이에선 그러나 당장 안도하지만 정부가 미국과 과채류 검역 절차를 추가 협의하기로 하면서 사과 등 품목이 추후 개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31일 협상 결과 브리핑에서 쌀·30개월령 이상 쇠고기를 비롯해 농산물 시장을 미국 측에 추가 개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농산물은 이미 2031년까지 다 순차 개방될 예정이고, 유보된 30여개 민감품목 중 오늘 협상에서 추가로 개방된 농산물 품목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농산물 시장 개방’ 언급은 국내 정치용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부는 당초 쌀과 쇠고기를 ‘레드라인’으로 설정 했으나 협상 막판에 미국 측의 시장개방 요구가 거세지면서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정부는 국민 반발·외교적 상황 등을 근거로 미국 측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단은 특히 2008년 ‘광우병 시위’ 사진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 수습 사무관이 당시 관련 사진을 일일히 모아 만들어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단은 또 이미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를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고, 30개월령 이상 수입 쇠고기의 경우 전체 수입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고 전했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30개월 쇠고기와 쌀 쿼터는 상징적인 측면이 있지만 다른 주요 사안에 비해 실익은 크지 않다는 게 한국·미국의 공통된 인식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농민단체들도 일제히 협상 결과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농민의길 등은 이날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느 정부도 앞장서 막아내지 않은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막아낸 것은 다행”이라며 “트럼프에 끌려다니지 않고 국민을 믿고 당당히 맞선 결과”라고 했다. 전국한우협회도 이날 성명에서 “농민의 생존권을 지켜낸 것이자, 민감한 국민의 건강 우려 마지노선을 지켜낸 값진 성과”라고 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협상에서 농업을 더 이상 협상의 카드로 삼아서는 안 되며, 더 이상의 희생은 불가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날 서울 한 재래시장에서 과일을 고르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다만 향후 사과나 유전자변형작물(LMO) 등 품목에서 시장 개방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워싱턴 현지브리핑에서 미국 측과 과채류 검역 절차에 대해 향후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이날 성명에서 “검역 완화는 결국 사과 수입을 앞당기기 위한 조치이며 국내 시장 개방은 시간문제라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좀 더 적극적인 대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사과연합회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미국산 사과 수입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라며 “경솔하게 양보하는 순간, 연쇄적 시장개방압력과 농업 기반의 급격한 붕괴가 뒤따를 것”이라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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