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감세' 지우고 세수 35조 확보…법인세율 1%p씩 올린다
감세 정책 되돌려 세입기반 확보 목표
윤석열 정부 감세정책 '세수결손' 주범
증권거래세·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도 환원
"세수 확충엔 공감...각종 감면 정책부터"

이재명 정부가 8년 만에 법인세를 높인다.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율을 1%포인트씩 높여 윤석열 정부 이전 수준으로 되돌린다. 주식 거래 시 발생하는 세금(증권거래세율)도 0.05%포인트 올려 0.2%로 맞추고, 상장주식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도 10억 원으로 낮춰 세입기반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5년간 35조 원의 세수가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능력에 맞는 과세(응능부담) 원칙에 따른 '세부담 정상화'라고 강조하지만, 미국발(發) 무역 전쟁 등 대내외 악재가 쌓이는 상황에서 기업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기획재정부는 3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주요 추진과제는 △경제강국 도약 지원 △민생안정을 위한 포용적 세제 △세입기반 확충 및 조세제도 합리화이지만,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무너진 세입기반을 되살리겠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이형일 기재부 1차관은 "지난 3년간 우리의 세입 기반은 급속히 약화됐고 조세부담률(국민소득 대비 조세 비율)은 크게 낮아졌다"며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약화한 세입 기반을 다지는 것에 역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실제 2022년 조세부담률은 22.1%에서 지난해 17.6%(잠정)까지 떨어졌고, 법인세로 벌어들인 세금은 같은 기간 103조5,000억 원에서 62조5,000억 원으로 39.6% 하락했다. 2023~2024년 계획 대비 덜 걷힌 세금(세수결손) 규모가 87조 원에 달했는데, 이런 감세 정책이 세수결손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우선 법인세는 윤석열 정부 이전인 2022년 수준으로 되돌린다. 문재인 정부였던 2018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린 이후 8년 만의 인상이다. 기업의 소득금액(과세표준)에 따라 △2억 원 이하 9% △2억 원 초과 200억 원 이하 19% △200억 초과 3,000억 원 이하 21% △3,000억 원 초과는 24%의 세율이 적용됐지만, 1%포인트씩 올려 각각 10%, 20%, 22%, 25%로 오른다. 기재부 관계자는 "영국도 2023년 법인세율을 19%에서 25%에 인상하는 등 법인세 감세가 국제적 추세는 아니다"면서 "지방세를 포함한 법인세율은 우리와 비슷한 경제규모 국가들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활동 위축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통상마찰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등 국내외 경제 여건이 안 좋아지는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기업이 살아야 나라 경제가 산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대치된다는 것도 정부에 부담이다. 이 차관은 "(법인세 인상 등으로) 확보한 재원으로 첨단산업에 과감한 투자를 함으로써 근본적 경쟁력 강화에도 집중할 계획"이라며 "세제 개편만 보지 말고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과 내년도 예산 등에 기업 관련 내용을 담을 계획인 만큼 종합적으로 보고 감안해 달라"고 말했다.
안창남 월드텍스연구회 회장(전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은 "세부담 정상화라는 접근 자체는 무리 없는 접근이며 특히 조세 감면을 포함한 실제 부담하는 세율(실효세율)은 낮은 편이라 1% 정도 인상할 여유는 있다"면서도 "진짜 세수 확충을 원하면 세율 인상과 더불어 각종 감면이 담긴 조세특례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과세체계 합리화를 위해 불필요한 조세 감면 제도는 줄이기로 했다. 특히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72개 조세지출 항목 중 종료·축소 항목은 16개다. 향후 5년간 4조6,000억 원의 세수효과가 발생한다. 5개년 평균 감면 정비(13개·5년간 5,000억 원) 대비 적지 않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외국인 관광객 미용성형 부가가치세 환급' 특례 일몰 종료가 대표적이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미용·성형 등의 의료행위를 하면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았는데, 올해를 끝으로 이 제도는 종료된다. 박금철 기재부 세제실장은 "환급액이 최근 3~4년 사이 4배가 늘어난 만큼 이 제도의 목적은 이미 달성했다고 보고 종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증권거래세율도 2023년 수준으로 되돌린다. 현재 코스피에 부과되는 증권거래세는 농어촌특별세(0.15%)를 제외하고 없다. 또 코스닥은 0.15%인데 이를 각각 0.05%포인트씩 인상한다. 코스피 0.05%, 코스닥 0.20%가 되는 것이다. 금융투자소득세 시행과 연계해 증권거래세율을 인하했지만, 금투세 자체가 폐지되면서 올릴 명분이 생겼다. 증권거래세 인하에 따른 자본시장 활성화 효과도 불분명하다고 정부는 설명한다. 이로써 5년간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증권거래세는 11조5,000억 원 수준이다.
대주주가 상장된 주식을 팔 때 발생하는 양도소득세(소액주주는 해당 없음)도 강화한다. 현재 지분율이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대주주를 판단하는데 종목당 시가총액 기준을 50억 원 이상에서 10억 원 이상으로 낮춘다. 세금을 납부하는 대주주 범위가 확대되면서 한 해 더 걷히는 세금은 2,000억 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의 주식시장 활성화 기조와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박 실장은 "대주주 범위 변경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거둬들인 재원으로 기업 투자가 많아지면 오히려 주식시장도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세제개편으로 2026년부터 5년간(누적법) 예상되는 세수효과는 총 35조6,000억 원이다. 특히 법인세가 18조5,000억 원 더 걷혀 대기업의 세부담은 16조8,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은 6조5,000억 원 수준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 확대 등에 따라 소득세는 5,000억 원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됐는데, 고소득자의 세부담은 4,000억 원 증가하고 서민·중산층(총급여 8,700만 원 이하)은 세부담이 4,000억 원 줄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는 8월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9월 열리는 정기국회에 13개의 개정 법률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수확대 방향 자체는 타당하고 동의하지만, 기업에 세부담이 집중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고, 정권에 따라 법인세 기조가 바뀌면 정책의 예측 가능성도 무너지게 된다"며 "소득세 실효세율은 낮은 편인데, 골고루 올리지 않고 기업만 더 내라는 식의 일방적 증세는 포퓰리즘"이라고 평가했다.
세종= 이성원 기자 suppor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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