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남도일보 독자권익위원 칼럼]

주재환 2025. 7. 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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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환 독자위원(광주사랑나눔공동체 대표)
주재환 광주사랑나눔공동체 대표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도전에 직면한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 반복되는 사회 갈등, 점점 커지는 세대 간 격차 속에서 많은 이들은 때때로 방향을 잃고 지쳐간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말이 있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 말은 단순한 자연의 순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가 공동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자세, 그리고 개인의 작은 실천들이 모여 거대한 변화를 만든다는 믿음에 대한 선언이다.

강물은 결코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다. 때로는 돌부리에 걸려 잠시 머무르고, 때로는 협곡을 돌아 더디게 흘러간다. 그러나 결국 그것은 한 방향, 바다를 향한다. 우리 사회의 변화 또한 그렇다. 누구나 정의롭고 포용력 있는 사회를 꿈꾸지만, 그 길은 쉽지 않다. 이해관계의 충돌, 정치적 갈등, 무관심과 냉소가 흐름을 막기도 한다.

하지만 구성원 개개인의 꾸준한 실천과 연대가 결국 흐름을 다시 만들고, 그 흐름은 마침내 공동체의 바다에 닿는다. 공동체는 사람들의 연결망이다. 강물이 다양한 지류에서 흘러오듯, 사람들은 각자의 배경과 생각을 안고 한 사회를 이룬다. 다양성은 갈등의 씨앗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동체를 풍요롭게 만드는 자산이기도 하다.

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차이를 품을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포용이며, 바다의 품이다. 실제로 많은 사회 문제는 이러한 포용의 부족에서 비롯된다. 누군가는 사회에서 배제되고, 누군가는 기회의 문 앞에서 문턱조차 넘지 못한다. 공동체가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몫을 다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물이 흐르기 위해서는 가로막힌 둑이 열려야 하듯, 사회의 구조도 끊임없이 점검되고 정비되어야 한다. 제도의 개선, 시민 의식의 성장, 그리고 타인을 향한 연민이 그 바탕이 되어야 한다.

한편, 지속 가능성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강물이 바다로 향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듯, 사회 변화 또한 인내를 요한다. 오늘의 실천이 내일을 만든다는 믿음을 갖고, 느리지만 꾸준히 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이 한 걸음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모든 거대한 변화는 작고 의미 있는 걸음에서 시작된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정신이며, 시민사회가 성장하는 방식이다.

우리 앞에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놓여 있다. 기후 위기, 세대 갈등, 지역 간 불균형, 사회적 약자 방치 등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한순간에 해결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물줄기를 잇는 것이다. 지역에서의 봉사, 사회적 대화에의 참여, 일상의 윤리적 소비까지. 이러한 일상적 실천이야말로, 강물의 흐름을 지속시키는 힘이다.

강물은 방향을 바꾸더라도 결국 바다를 향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공동의 가치, 정의, 평등, 존엄, 연대 역시 길을 돌아갈지언정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흐름 속에 함께 있으려는 의지다. 주어진 현실에 체념하지 않고, 조금씩 나아가려는 노력. 그것이 바로 우리가 바다에 닿는 방법이다.

오늘도 강물은 쉼 없이 흐른다. 우리는 그 흐름을 멈추지 않게 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포기하지 않고 함께 흐를 수 있다면, 언젠가 그 바다는 우리의 발 앞에 펼쳐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안에서, 진정 사람 사는 세상의 물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강물이 바다로 향하듯, 우리도 포기하지 않은다면 속된 '평범함'을 넘어 큰 산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다. 물은 마르고 사라질지라도 바다는 자신이 받았던 모든 물줄기를 기억한다.

우리 또한 하루하루 쌓은 흐름을 기억하고, 이어가야 한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가 바다라는 이름의 세상, 꿈, 공동체를 포기하지 않을 때 비로소 강물은 자신이 설계한 길을 완수할 수 있다. 바다는 기다린다. 우리가 흘러온 강물이기에, 어제보다 조금 더 넓어지고 깊어진 우리이기에, 포기하지 않고 흐르는 우리를 바다는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 강물이 여러 갈래로 모여 마침내 바다를 이루듯이, 공동체의 변화도 시민들의 작은 움직임이 쌓여 완성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