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확대경]지방의회는 정치의 말단 아니다

박지훈 2025. 7. 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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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광주광역시의회 정책지원관)
박지훈 광주광역시의회 정책지원관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반이다. 그러나 최근 광주광역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 위원장 선출과 관련해 벌어진 정치적 논란을 지켜보며, 지방자치가 여전히 중앙정당의 시각과 논리에 종속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현재 광주시의회 정책지원관으로 일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기초자치단체의 정책비서로, 또 한때는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 활동하며 대학생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의회 안팎에서 정당과 지방정부가 작동하는 방식을 경험해온 입장에서, 이번 사안을 둘러싼 일련의 반응과 해석은 매우 과잉 정치화되어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문제의 발단은 예결특위 위원장이 무기명 투표를 통해 선출되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추대' 형식으로 발표한 데 있었다. 절차는 있었고, 그 안에는 최소한의 숙의와 타협이 존재했다. 다만 시민과 언론은 '밀실 결정'으로 받아들였고, 논란은 급속히 확산됐다. 결국 예결특위 9명 전원은 사퇴했고, 민주당 중앙당은 해당 시의원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 사안은 단지 광주시의회 민주당 의원 일부의 판단 오류나 '권력 나눠먹기'로 단순화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지방의회의 구조적 한계, 정당의 중앙집권적 운영방식, 그리고 시민사회와 언론의 정당감시 방식이 얽힌 복합적 제도 문제에 가깝다.

첫째, 예결특위 구성은 광주시의회 내부 규정에 따라 상임위별 할당과 연차에 따라 자동 배분되는 방식이다. 인적 구성의 다양성과 현실적인 교차추천의 가능성 자체가 낮다. 이런 구조 속에서 위원장직은 사실상 위원들 간 조율 외에는 뚜렷한 해법이 없다.

둘째, 이번 사안은 민주당 내부에서 당론으로 정하지 않은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는 '기강 문란'이라는 기준으로 지방의원 징계를 논의 중이다. 이는 지방정치의 자율성과 맥락을 도외시한 중앙정치의 일방적 대응으로 비칠 수 있다. 더구나 예결특위 위원장이 민주당이 아닌 무소속 의원으로 선출된 결과마저 '밀실정치'라는 낙인으로 돌아오는 현실은 민주당 비판이 목적화되어 있는 정치환경의 반영일 수도 있다.

셋째, 지방의회를 둘러싼 여론 형성의 방식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의정활동에 대한 비판은 필수지만, 단편적인 과정 일부에 대한 '이미지 소비'가 반복될 경우, 진짜 논의해야 할 본질은 사라진다. 예결특위의 기능과 역할, 시민의 세금이 어떻게 다뤄지는지를 보는 대신, 위원장이 누구냐에만 집중하는 방식은 지방자치의 건강한 진화를 가로막는다.

정치는 본질적으로 신뢰의 예술이다. 그 신뢰는 절차의 투명성과 결과의 정당성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절차의 공개와 설명 책임은 정치 주체들의 몫이고, 그것이 부족했다면 반성해야 한다. 동시에, 정치 현실의 구조와 맥락을 간과한 채 벌어지는 징계나 비난 역시 숙의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지방의회는 정치의 말단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가까운 일상 정치의 전선이며, 이곳에서 민주주의의 실제가 실험된다. 이번 논란을 통해 정당은 '무엇을 징계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책임 있는 자율성을 보장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고, 시민사회는 '누가 권력을 쥐었는가'보다 '그 권력이 어떻게 쓰이는가'를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다.

※외부 칼럼·기고·독자투고 내용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