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폰은 돌기 시작했지만, 교실이 비어간다”.. 제주가 보여준 ‘민생회복’의 역설
제주, 교육예산도 정리추경서 303억 감액 전망
정산 2년 뒤라지만, 학교는?.. 프로그램 축소 우려
소상공인 웃고, 교실 ‘뚝’.. 제주부터 전국, ‘균열’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전국적으로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21일부터 시작된 이번 추경 사업은 1인당 최대 50만 원까지 지급되는 대규모 소비 진작 정책으로, 제주도민의 경우 최소 18만 원에서 최대 53만 원까지 지급받게 됩니다.
이미 지역 곳곳에서는 “소비가 살아난다”, “상권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서는 조용한 불안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이번 재원 마련 과정에서 교육과 복지 예산이 대규모로 감액 대상에 포함되면서,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운영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31일, 제주도교육청의 경우 정리추경 편성을 앞두고 약 303억 원 규모의 교육예산 감액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부는 “감액된 교부금은 2년 내 정산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올해 학기부터 프로그램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습니다.

■ 조용히 줄어든 5조 예산.. 가장 먼저 교실이 ‘흔들’
이날 정치권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추경을 통해 총 5조 2,721억 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감액 항목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전국 교육청에 지원되는 예산 중 무려 1조 9,000억 원이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따라 다수의 시·도 교육청이 정리추경 편성을 통해 감액 조정에 착수하거나 검토 중이며, 도교육청도 약 303억 원 규모의 감액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총 예산 1조 6,000억 원 중 실제 사업 집행에 사용할 수 있는 3,000억 원 내외의 재량 예산 가운데 10% 이상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보통합이나 늘봄학교처럼 중앙정부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 결국 현장 프로그램부터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 “쿠폰이냐 교육이냐”.. 정책 우선순위 논란 확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윤영석 의원은 최근 발표한 분석자료에서 “이번 추경에서 국가장학금 4,400억 원, 기초연금 3,289억 원, 아동자산형성지원 300억 원, 자살예방 사업 104억 원 등 복지성 예산까지 대폭 삭감됐다”며 “복지와 교육을 희생해 만들어낸 잔인한 추경”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윤 의원은 특히 “SOC 예산까지 함께 줄어든 상황에서 전국민에게 15만 원씩 나눠주는 소비쿠폰 정책이 과연 지속가능한 회복전략인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인천시의회 역시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인천시교육청의 경우 정부로부터 1,070억 원 규모의 교부금 삭감을 통보받았음에도 이를 예결위에 정식 보고하지 않아 “허위 보고” 논란까지 일고 있습니다.
제주와 마찬가지로 각 지역 교육청마다 감액 통보를 받은 이후 예산 조정을 위한 고심에 빠진 상태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 정부 “불용 예산 정리”.. 현장은 “이미 사업 중”
기획재정부는 이같은 논란에 대해 “이번 감액은 집행되지 않을 불용 예산을 정리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국가장학금은 2학기 신청이 마감된 후 실제 수요에 따라 미집행이 확정됐고, 교부금 감액도 내국세 감소에 따른 법정 연동 결과라는 설명입니다.
또한 “감액된 예산은 관련 법령에 따라 2년 내에 정산되며, 사업 집행에 차질이 없도록 필요한 예산은 확보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교육 현장의 반응은 다소 다릅니다.
이미 학사 운영 계획과 계약이 완료된 상태에서 감액은 각종 프로그램 중단부터 방과후 수업 축소, 냉방비 절감 등의 문제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이미 계약된 프로그램 비용이나 에어컨 전기료 같은 고정성 지출까지 흔들릴 상황”이라며 “이를 단순히 ‘불용 예산 정리’로 치부하는 정부 인식은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 제주도는 소비 돌입.. 그러나 “질문은 이제 시작”
제주도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집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도는 ‘탐나는전’ 사용 유도, 읍면동 방문신청 창구 확대, 고령자 지원 TF 가동 등 다양한 현장 대응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전체 쿠폰 지급 예상 규모는 약 2,082억 원이며, 이 중 도비 부담 208억 원은 8월 5일 2차 추경을 통해 확보할 예정입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소비쿠폰이 관광 수요 회복과 도민 체감 경제 회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전 부서가 민생 대응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교실의 풍경은 다릅니다.
소비는 시작됐지만, 교육 프로그램은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당장의 정책 효과와 별개로, 재정 구조의 균열이 어디까지 번질지에 대한 질문이 남아 있습니다.

■ 회복 시작됐지만.. 그 대가는 누가 치러야
소비쿠폰은 단기적으로 유효할 수 있습니다. 지역 상권을 살리고, 체감 경기를 끌어올리는 데 분명 일정 역할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 손에 쥐어진 15만 원, 18만 원, 혹은 45만 원 뒤에 어떤 예산이 깎였는지를 들여다본다면, 그것은 단순히 소비 진작이 아닌 '무엇을 희생한 회복이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윤영석 의원의 지적처럼, 교육과 복지 예산을 줄여 마련한 이번 추경이 과연 진짜 ‘회복’이었는지, 묻게 되는 이유입니다.
제주와 인천, 그리고 지방채 발행까지 고민해야 하는 전국 교육청이 보여주는 장면은 하나입니다.
지금 문제는 총액이 아니라, 시간입니다.
예산은 혹 나중에 정리될 수 있따고 해도, 교실은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습니다.
소비는 돌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실 바닥부터 구멍은 뚫렸고, 그 대가가 누구의 몫이었는지 아직 누구도 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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