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조선·가스 실질 투자 '4500억 달러'…트럼프 설득 통했다
3500억 달러 중 1500억 달러는 '조선 펀드'
쌀과 쇠고기 시장 사수, 비교적 선방 분석
한국이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25%) 유예 기한(8월 1일)을 하루 앞두고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데 성공하면서 우리 측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어떤 카드로 설득할 수 있었는지 등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미국에 제시한 대미 투자 규모(3500억 달러)는 미국산 에너지 구매 약속(1000억 달러)까지 포함해 총 4500억 달러(약 626조 원)에 달한다. 우리 정부는 미국에 제안한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했다.

▮3500억 달러 중 절반 정도는 조선 펀드
31일 우리 정부와 미국 측의 무역협상 관련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한국은 최근 일본 및 유럽연합(EU) 사례와 유사한 방식으로 대규모 투자와 미국산 구매 약속을 제안하면서 8월 1일부터 부과될 예정이던 상호관세(25%)와 지난 4월부터 이미 부과 중인 자동차 관세(25%)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 모두 15%로 하향 조정됐다. 일본·EU와 같은 조건이다.
먼저 우리 정부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미국 측에 약속했다. ‘투자 펀드’로 언급된 이 투자 패키지는 앞서 일본이 제시한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기구’(investment vehicle)와 성격이 유사하다.
미국 정부가 조선·반도체·이차전지 등 전략 산업에 투자하려고 할 때 관련 재원을 ▷투자(equity) ▷대출(loans) ▷보증(credit guarantees)을 통해 지원해주는 개념이다.
당초 우리 정부는 주요 국내 기업들의 대미 투자 계획을 묶어 ‘1000억 달러+알파(α)’ 수준을 미국에 제안했지만, 협의 과정에서 미국 측이 이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4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를 요구해 협상 구도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3500억 달러는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약 20%에 해당한다. 다만 정부는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고, 한국이 제공하는 투자에 따른 혜택이 상당 부분 우리 기업이 누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일본의 ‘투자 패키지’와 차별화된다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가 제안한 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의 중심이 한국의 강점인 조선에 맞춰진 점도 일본과 차별화된 부분이다.
앞서 정부는 ‘마스가(MASGA)’로 명명된 대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전체 대미 투자 펀드 3500억 달러 중 1500억 달러는 조선 산업 전용 펀드로 조성된다. 나머지 2000억 달러는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원전 등 미국이 중요하게 육성하려는 전략 산업에 두루 투자하는 범용 펀드로 조성된다.
한미 무역협상의 한국 측 수석대표로 참여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한국대사관에서 에서 열린 한미 무역협상 타결 관련 브리핑에서 “미국과의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한미 조선협력 패키지, 즉 마스가 프로젝트”라며 “이 프로젝트가 무역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정부는 미국이 육성하려는 전략 산업 대부분이 한국이 세계적으로 선두를 달리는 분야라는 점에서 결국 실질적 혜택이 우리 기업에 돌아갈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산 에너지 구매’ 약속도 주효
한국은 가스를 중심으로 향후 장기간에 걸쳐 1000억 달러(약 139조 원)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1000억 달러’를 놓고 예상보다 많은 규모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에너지 수입 대국인 한국으로서는 도입선 조절 등을 통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정부는 설명한다.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천억불은 우리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이번 딜 때문에 추가로 없는 수요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며 “중동산을 미국산으로 바꾸는 이런 정도의 구성 변화는 있지만 우리 경제 규모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 수입액이기 때문에 구매가 무리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조선 부흥 등 카드를 앞세워 경쟁국과 유사한 수준의 경쟁 조건을 확보하면서도 ‘레드라인’으로 간주했던 소고기와 쌀 등 농산물 개방에 관해서 현상을 지켜낸 것은 앞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한 주요국 대비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 정책실장은 “식량 안보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내 쌀과 쇠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일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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