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끄럽지 못한 울산의 이별…곤혹스러운 김판곤과 신태용

때로는 만남보다 이별이 어렵다. 울산 HD가 지난해 다섯 번째 우승을 안겼던 김판곤 감독(56)과 아주 서툰 이별을 하고 있다.
울산은 최근 10경기 무승의 늪(3무7패)의 빠지자 내부적으로 김 감독의 경질을 결정했다.
울산은 다른 팀보다 1경기를 덜 치렀지만 7위까지 밀려난 상태다. 강등권인 10위 FC안양과 승점 4점 차로 좁혀졌다. 디펜딩 챔피언이 자칫 2부 추락까지도 걱정할 위기라 변화가 절실했다. 서포터인 ‘처용전사’가 응원을 보이콧한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울산을 둘러싸고, 지난 주말부터 새로운 감독 후보군을 물색해 모기업에 보고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울산이 김 감독을 공식적으로 경질하고 실제 통보하기도 전에 그 후임 1순위가 외부에 노출됐다.
울산의 한 고위 관계자가 지난 28일 신태용 전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을 만나 사령탑직을 타진했다는 소식이 31일 한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경질 사실을 당사자인 김판곤 감독에게 정식으로 알리기도 전에 후임 접촉 과정과 대상까지 드러나면서 울산은 난처한 처지가 됐다.
김 감독은 1992년 울산에서 프로에 데뷔해 현역 시절의 대부분까지 울산에서 소화한 인물이다. 말레이시아 축구대표팀을 이끌던 그는 지난해 여름 울산 지휘봉을 잡으면서 28년 만의 귀환을 축하받았고 우승의 영광을 이끌었으나 불과 1년 만에 명예롭지 못한 이별을 떠안았다.
울산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어떤 말씀도 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김판곤 감독님과 계약을 아직 해지했다거나 새 감독님과 계약서를 쓴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별’은 기정사실화 되고 말았다.
울산의 스텝이 꼬인 것은 지난 30일 팀 K리그와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쿠팡플레이 시리즈가 원인으로 보인다. 프로축구연맹은 올스타전을 대신한 이 경기의 사령탑으로 지난해 우승팀 감독인 김 감독을 추대했다. 사령탑을 교체하려는 팀에게는 보통 올스타 휴식기가 최적기다. 그러나 울산은 김 감독을 경질할 경우 축구연맹의 리그 행사에 민폐를 끼치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울산 모기업인 울산 HD의 권오갑 회장이 프로축구연맹 총재이기도 하다.

결국 울산의 우유부단한 대처는 전년도 우승을 이끈 현 감독은 물론, 후임으로 점찍은 신태용 감독까지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신 감독은 31일 기자와 통화에서 “며칠 전 울산 측으로부터 감독직을 제의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신 감독은 과거 인도네시아 축구협회와 맺은 계약(200만 달러 추정)이 올해까지 유효하다. 울산과 계약하게 되면, 현역 최고의 대우를 받더라도 인도네시아 축구협회에서 받고 있는 기존 연봉이 감액되는 터라 ‘무급 봉사’나 마찬가지가 된다. 신 감독이 울산을 맡는다면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볼 수 있는데, 상황이 남의 자리를 뺏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상당히 부담스러워졌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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