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진짜 의도는 ‘대미 투자 유도’… “정책금융 수혜주 주목”

韓,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펀드 조성
앞서 무역 협상 맺은 EU, 日도 대미 투자 약속
일본서는 정책 금융 지원 업종 주가가 강세 보여

한미 무역협상 결과, 우리나라가 미국에 3500억달러(약 488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정부는 앞으로 대미 투자를 실행하기 위해 펀드를 조성하는 등 국내 기업에 대규모 정책 금융 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는 조선을 비롯해 반도체와 이차전지, 바이오 등 정책 금융 지원이 확대될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이날 한미 무역 협상이 이뤄지면서 한국은 3500억원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운영하기로 했다./뉴스1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는 31일 무역 협상 체결 후 발표한 리포트에서 “대미투자펀드는 정부의 직접 출자보다 무역보험공사나 수출입은행 등 정책 금융 기관을 통한 대출과 보증 형식이 될 것”이라며 “대규모 대미 투자를 진행하고 있거나 예정에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금융 비용 절감 등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정책 금융 지원을 받아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업종에 주목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우선 이재명 대통령이 3500억달러 중 1500달러를 조선업 협력 전용 펀드로 운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조선 업종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 측이 미국에 제안한 조선업 협력 프로그램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앞으로 조선 업종 주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 펀드를 제외한 2000억달러 규모 투자는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등 국내 주요 산업과 연계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품목 관세를 적용받는 반도체도 이번 정책 금융의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존 반도체 업체들은 칩스법에 따라 대미 투자를 진행해 왔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앱솔릭스 등의 투자 총액은 412억달러로 전체 펀드 2000억 달러의 20% 수준에 달한다”고 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셀트리온이 7000억원 규모의 투자로 미국 생산 공장을 인수하는 등 총 1조4000억원 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고 있지는 않으나 미국 내 생산시설 확대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보다 앞서 미국과 무역 협상을 체결한 일본에서도 정책 금융 확대 기대를 받는 업종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일본은 미국에 5500억달러(약 760조원) 투자를 약속했는데,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와 수출입보험공사(NEXI)를 통해 반도체, 에너지, 철강 인프라 사업에 진출할 기업에 투자와 신용 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

일본이 미국과 무역 협상을 마무리한 이후 주가 상승은 정책 금융 수혜주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대표적으로 소프트뱅크의 지주사인 소프트뱅크 그룹은 협상 다음 날 장중 1만2485엔으로 최근 1년(52주) 최고가를 기록했다. 소프트뱅크는 올해 초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과 함께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출범했다. 일본 정부가 이번 대미 투자에서 데이터센터 분야를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가 강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제철 기업 US스틸을 인수한 닛폰스틸도 정책 금융 지원 가능성에 주가가 급등했다. 닛폰스틸은 무역 협상 다음 날 전 거래일 대비 1.53% 오른2990엔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닛폰스틸은 지난달 미국 철강사 US스틸을 인수하면서 미국에 110억달러(약 15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인수금에 더해 대규모 투자까지 약속하면서 재정적인 부담이 불거지기도 했으나, 일본 정부의 정책 금융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으로 보인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당분간은 국내 정책보다는 대미 투자 펀드에 따라 장세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대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들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새로운 프로젝트에 따른 낙수 효과를 받을 종목이 무엇일지 수혜주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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