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촛불시위 사진 보여주며 "협상 불가"…소고기·쌀 지켰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농축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을 막기 위해 "미국측에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사진까지 보여주며 감정에 호소했다"고 밝혔다.
여한구 본부장은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기자단과의 백브리핑에서 "소고기, 쌀은 '레드라인'(협상 불가)이라 하면서 미국측에 강한 입장을 보였다"며 이 같이 설명했다.
통상당국은 이날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췄다. 우리나라는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해 미국에 투자할 계획이다. 농축산물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기로 했다. 여 본부장은 이번 협상 과정에서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함께 미국 현지에 체류하면서 미국 통상당국자들과 수차례 만남을 갖는 등 핵심 역할을 했다.
여 본부장은 농축산물 시장을 지키기 위해 각별히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농축산물이 국내에서 정치적, 산업적으로 민감한 부분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미국측에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여 본부장은 "미국은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을 금지한 나라가 한국, 러시아, 벨라루스 3개국뿐이라며 압박했다"며 "우리는 여러 논리적 설득과 주장을 통해 계속 레드라인을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단계부터는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광화문에 모여 집회를 하는 사진을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USTR),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한테 보여주면서 감정에 호소했다"며 "최근 국내 농축산물 업계에서 반발하고 있는 상황도 미국측이 모니터링 하면서 이런 부분들이 종합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자동차 관세가 12.5%가 아닌 15%를 적용받은 것에는 다소 아쉬움을 표했다. 여 본부장은 "우리는 협상 초기부터 FTA(자유무역협정)을 고려해 12.5%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하지만 일본이 먼저 자동차 관세 15%를 받으면서 미국의 자동차 노조 등의 반발이 거셌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더 시간을 끌면 미국 내부의 정치적 반발로 인해 15%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나올까봐 협상에 속도를 냈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이번 협상의 분수령이 된 시점을 스코틀랜드 협상이라고 봤다. 그는 "미국이 일본과 무역협상을 타결한 직후 러트닉 장관이 우리에게 연락해 만나자고 했던 시점부터 협상에 속도를 냈다"며 "계속 협의를 하다 러트닉 장관이 '시간이 없으니 내일도 만나자'해서 뉴욕의 러트닉 자택에 갔고 스코틀랜드에 가서도 만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코틀랜드에서는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도 만나면서 여러 협상의 틀을 구체화했다"며 "러트닉 장관은 우리가 트럼프와 직접 협상할 순간이 오면 어떻게 하면 될지 유용한 팁도 알려줬다"고 말했다.
2주 뒤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여 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제안했다"며 "처음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주에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 어떠냐'고 할 정도로 한국의 선출된 대통령을 빨리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다"고 말했다.
한국이 미국에 제안한 1500억달러 규모의 조선업 협력은 한미 양국이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설명이다. 여 본부장은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고 우리가 지원하는 구조를 만든 건 진짜 윈윈"이라며 "우리 조선산업이 접근하지 못했던 미국 시장에 접근할 목적으로 설계된 펀드다. 이는 큰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조선뿐 아니라 협상 전반에 재계의 지원사격이 큰 도움이 됐다며 "재계 지도자들이 미국에 와서 나름의 인맥을 총동원해 민관 총력으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과 관련해서는 "오늘 합의에는 없었다"며 "에너지 프로젝트는 장기간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진행 과정에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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