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은 피해자, 심봉사는 기득권" 파격 재해석
[EBS 뉴스12]
국립창극단이 고전 '심청가'를 새롭게 해석하는 작품 '심청'이 베일을 벗었습니다.
심청이를 사회적 약자로 그리고, 심봉사를 기득권으로 표현하는 등 파격적인 해석이 나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황대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판소리극 '심청'을 준비하는 국립창극단의 연습실입니다.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대목인데, 아버지를 그리는 애틋한 마음보다 죽음에 맞서는 결연한 태도가 드러납니다.
"공명의 탈조화는, 동남풍 빌어내어, 조조의 백만대병, 주유로 화공하니,"
뱃사람들이 심청이의 죽음을 요구하며 아우성치는 장면에서는 광기마저 느껴집니다.
심봉사가 심청이의 초대를 받아 황성으로 가는 대목에서도 두려움과 죄의식이 묻어납니다.
새로 붙인 이 장면의 부제는 '실수로 인한 자백'
딸을 팔아넘긴 심봉사와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을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로 바라보겠다는 의도가 읽힙니다.
세계적인 오페라 연출가 요나 김이 재구성한 '심청'은 장르명부터 '창극' 대신 '판소리 시어터'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일 정도로 고전의 이야기와 인물을 파격적으로 뜯어고쳤습니다.
아버지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효녀, 심청은 희생을 강요당하는 사회적 약자로 재해석됐고,
인터뷰: 김율희 심청 역 / 판소리극 '심청'
"(심청이가) "아빠를 위해 죽을게요. 여러분 고마워요." 이러고 그냥 다 착한 사람으로만 끝까지 1차원적인 성격 캐릭터로 가잖아요. 심청이가 죽게 된 진짜 이유, 그녀의 감정이 무엇이었을까가 가장 다른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눈이 먼 심봉사는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사회의 고정관념과 기득권 세력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인터뷰: 김준수 심봉사 역 / 판소리극 '심청'
"심봉사가 눈을 뜬 것이 뜨는 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그런 것들이어서 눈이 개개인마다 다 다르게 해석이 되고 와닿을 것 같은…."
무대소품과 의상도 시공간을 뛰어넘습니다.
고전 속 인물들은 모두 현대 의상을 입을 예정이고, 심봉사는 심청의 목소리를 라디오에서 듣습니다.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장면이 최후반부에 배치됐는가 하면, 용궁에서 연꽃으로 부활해 황후가 되는 장면은 통째로 삭제됐습니다.
이야기의 맥락이 바뀌면서 같은 소리도 전혀 다른 의미로 탈바꿈합니다.
인터뷰: 요나 김 극본·연출 / 판소리극 '심청'
"모든 캐릭터를 흑과 백으로 안 나누고 각자의 약점과 장점과 실수와 또 어떻게 보면 자기도 모르게 운명에 끌려가는 그런 나약함 그런 것들을 모두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157명의 출연진이 등장하는 대형 무대를 선보일 판소리극 '심청'은 다음달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을 거쳐 9월 일반 관객들과 만납니다.
EBS 뉴스 황대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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