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맨들에 둘러싸인 리더 "에코챔버를 탈출하라"

백승현 2025. 7. 3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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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휴넷과 함께하는 리더십 여행


오늘날 리더들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경쟁업체도 외부 위협도 아니다. 바로 리더 주변의 ‘예스맨’들이다. 리더의 권력이 커질수록, 불편한 진실보다 듣기 좋은 말만 전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이는 리더가 조직원들을 평가하고 승진을 결정하는 권한을 가짐으로써 발생하는 필연적 현상이다. 그래서 팀원들은 진실을 말할 때 발생하는 손해를 우려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안전한 선택을 한다.

예스맨들은 리더를 '에코챔버(Echo Chamber)'에 가둔다. 에코챔버는 본래 물리학 용어로, 소리가 벽에 부딪혀 계속 되풀이되면서 원래 소리가 증폭되는 공간을 의미한다. 예스맨이 많은 조직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리더의 잘못된 의견과 편견은 예스맨들을 통해 반복되고 강화되어 다시 리더에게 돌아온다. 결과적으로 리더는 현실과 점점 더 동떨어지고, 잘못된 의사결정을 되풀이하게 된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의 CEO는 부하들의 장밋빛 보고만 믿고 위험신호를 간과했다. 그로 인해 회사를 파멸로 이끌었다. 엔론의 경영진 역시 반대 의견을 내는 임원들을 해고하며 스스로 에코챔버에 갇혔다. 최근 크레디트 스위스의 몰락도 마찬가지다. 일부 직원들이 반복적으로 위험신호를 제기했지만, 에코챔버에 갇힌 경영진은 긍정적인 전망만 바라보다 파국을 맞았다. 이처럼 현대 기업사에는 에코챔버의 함정에 빠져 실패한 사례가 넘쳐난다.

에코챔버의 함정이 현대 기업사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2천 년 전, 중국 한나라의 역사가 사마천은 '사기(史記)'를 통해 권력자들이 어떻게 자기기만에 빠지는지 생생하게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그가 이러한 함정을 피하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는 점이다. 2천 년 전에도 이미 예스맨들에 대한 경계는 리더의 중요한 자질이었던 셈이다.

# 에코챔버 속 권력자들: 사기에서 찾는 리더의 실패
사마천의 '사기'는 권력자들이 에코챔버에 빠져 몰락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사기'에 등장하는 세 명의 권력자를 통해 현대 비즈니스 리더가 기억해야 할 교훈을 살펴보자.

진시황은 천하를 통일한 위대한 군주였지만, 동시에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힌 인간이기도 했다. 50세가 넘자 그는 불로불사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방사 서복이 그런 진시황의 앞에 나아가 이렇게 말했다. "바다 건너편 봉래산에 신선들이 살고 있사옵니다. 신이 가서 불사약을 구해오겠습니다." 또 다른 방사 노생은 "황제께서는 반드시 영생하실 분이옵니다"라며 아첨했다. 진시황은 이들의 말에 완전히 빠져들었고, 막대한 국고를 써가며 헛된 꿈을 좇았다. 정작 신중한 조언을 하던 신하들은 "황제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며 하나둘 멀어졌다. 합리적 신하들은 멀어지고 아첨꾼들만 남은 결과, 진나라는 15년 만에 멸망했다.

한 고조 유방의 경우는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초기에는 뛰어난 포용력으로 다양한 인재를 등용한 그였지만 황제가 된 후에는 마음에 의심의 씨앗이 자랐다. 어느 날 여후가 "한신의 재능이 너무 뛰어나 언젠가 위험할 수 있습니다"라고 그에게 속삭였다. 측근 소하도 "팽월이 군사를 움직이는 모습이 심상치 않습니다"라며 거들었다. 유방은 이런 말들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결국 자신을 도운 공신들을 차례로 숙청했다. 여기에 반대하는 신하는 "공신들과 내통한다"는 의심을 받았다. 이렇게 의심과 두려움이 지배하는 에코챔버 속에서 유방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인재들을 스스로 제거해버렸다.

항우는 자신의 능력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리더였다. 홍문연에서 참모 범증이 간절히 조언했다. "유방을 지금 제거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됩니다." 하지만 항우는 고개를 저었다. "내 힘으로 충분하다. 비겁한 암살은 하지 않겠다." 범증의 얼굴이 굳어졌지만 항우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 후 항우 주변에는 그의 용맹을 찬양하는 사람들만 남았다. 결국 유방에 의해 해하(垓下)에서 포위당했을 때도 그는 여전히 말했다.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려는 것이다. 내가 전쟁을 잘못한 게 아니다.” 마지막까지 항우는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대상을 원망했다.

2천 년 전의 역사로 정리되었을 만큼 반복되었던 권력자의 패턴은 지금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엔론의 제프 스킬링이 복잡한 금융상품에 매몰되어 경영의 우를 범하고,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즈가 불가능한 기술을 고집한 것은 진시황과 같이 현실 인식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었다. 야후의 마리사 메이어가 구글 출신만 중용하며 기존 인재를 무시한 것은 확증편향에 갇혔던 유방의 모습과 같다. 우버의 트래비스 캘러닉이 회사의 문화를 지적하는 임원들을 내쫓은 것은 비판 의견에 귀를 받았던 항우의 모습과 닮았다.

사마천은 이런 실패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았다. 권력 구조 자체가 만드는 필연적 결과라고 분석했다. 권력이 집중될수록 주변에는 아첨꾼이 늘어나고, 리더는 현실과 단절된 채 잘못된 판단을 반복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치명적인 함정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 사기에서 찾는 에코챔버 탈출법
사마천은 실패한 권력자들과 달리 에코챔버를 성공적으로 깨뜨린 리더에 대해서도 함께 기록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팀원들이 솔직하게 진실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주공 단(후에 주나라 문왕의 아들 무왕)은 태공망과의 첫 만남에서 "나는 아직 배울 것이 많은 사람입니다. 선생의 쓴소리를 듣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겸손한 자세는 신하들에게 "솔직한 의견도 환영받는다"는 신호를 보냈다. 당 태종 이세민은 더 적극적이었다. 신하 위징이 황제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할 때마다 주변 신하들은 긴장했다. 하지만 이세민은 오히려 위징을 칭찬하며 "충신은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하는 법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후 조정에는 자유로운 토론 문화가 자리 잡았다.

한 문제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 반드시 반대 논리를 검토했다. 흉노 정벌을 두고 조조는 "지금이 기회"라고 주장했고, 가의는 "신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쪽 의견만 들으면 반드시 실수한다"고 믿었던 한 문제는 두 의견을 며칠간 숙고한 후 최종 결정을 내렸다.

그렇다면 현대의 리더들은 어떻게 에코챔버를 깨뜨릴 수 있을까?

우선 자신이 에코챔버에 갇혀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지난 3개월간 회의에서 반대 의견이 몇 번이나 나왔는지, 그리고 팀원들의 발언 시간을 측정해보면 명확해진다. 반대의견이 없거나 리더 혼자 80% 이상 말하고 있다면 이미 위험 수위에 도달한 것이다. 익명 설문을 통해 '리더의 맹점'을 묻는 것도 현실을 직시하는 좋은 방법이다.

다음은 팀원들이 진실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회의 시작 전 "오늘은 반대 의견을 특히 환영한다"고 선언하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는 달라진다. 리더가 먼저 자신의 실수나 잘못된 예측을 공개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리더의 솔선수범으로 팀원들은 '실패해도 안전하다'는 신호를 받게 된다. 한국 조직문화에서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처럼 우회적 표현을 격려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마지막으로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하다. 중요한 결정 앞에서는 의도적으로 찬반 팀을 나누어 토론하는 방법이 있다. 정기적으로 다른 부서나 고객의 시각을 들어보는 것도 시야를 넓혀준다. 그리고 결정 3개월 후에는 반드시 검증하여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 연차가 낮은 팀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회의 후 개별 면담을 통해 속마음을 들어보는 리더의 자세가 중요하다.

# 역사적 통찰로 구축하는 현명한 리더십
사마천이 2천 년 전에 기록한 권력자들의 흥망성쇠는 오늘날에도 유효한 교훈을 준다. 중요한 것은 에코챔버가 개인의 성격 결함이 아닌 권력 구조의 필연적 산물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현명한 리더라도 구조적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개인의 의지보다는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하다.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리더들이 내려야 할 의사결정은 갈수록 복잡해진다. 인공지능, 원격근무,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 과거 경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쏟아진다. 완벽한 해답은 없다. 하지만 다양한 관점을 수렴하고, 실수를 인정하며,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는 과정에서 더 나은 리더십을 만들어갈 수 있다. 역사는 반복되지만 역사에서 배우는 자는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다.

당신의 회의실에서 마지막으로 반대 의견이 나온 게 언제인가? 팀원들이 정말 솔직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사마천의 거울을 통해 자신의 리더십을 돌아보는 것, 이것이 바로 에코챔버의 함정을 피하는 첫걸음이다. 내일부터 회의에서 이렇게 물어보자. "이 계획에서 가장 위험한 부분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침묵이 흐르면, 기다려라. 진짜 답은 그 침묵 뒤에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김현수 휴넷L&D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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