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 70% 넘는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대통령실 "대부분 보증액"

이성택 2025. 7. 3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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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억 달러 조선협력 펀드 투입
2,000억 달러 대미 투자펀드 조성
투자 수익 배분 두고 한미 시각차
경제 규모 대비 일·EU보다 큰 규모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관련 브리핑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31일 관세 협상 타결로 한국은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87조4,300억 원)를 투자하게 됐다. 이 가운데 1,500억 달러는 한미 조선 협력펀드에, 나머지 2,000억 달러는 원전과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등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1,500억 달러는 한미 조선협력 펀드에 투입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1,5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 협력펀드와 관련해 "선박 건조와 MRO(유지 보수 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며 우리 기업들의 수요에 기반해 구체적 프로젝트에 투자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정책실장은 "세계 최고의 설계 건조 경쟁력을 보유한 우리 조선 기업과 소프트웨어 분야 강점을 보유한 미국 기업들이 힘을 합한다면 자율운행선박 등 미래 선박 분야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나머지 2,000억 달러는 '대미 투자 펀드' 조성에 사용된다. 김 정책실장은 펀드 투자처로 원전과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등을 거론하며 "우리 기업이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미국 진출에 관심이 있는 우리 기업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펀드 운용에 따른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프로젝트 산출물은 미국 정부가 인수를 책임지기로 했고, 합리적 상업적 타당성이 있는 프로젝트 투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미 투자 펀드의 투자처별 투자 비중이 정해져 있느냐'는 질문엔 "정해지지 않았고, (미 측에서) 제안될 텐데 그 사업 영역도 우리가 예시로 적시해 놨다"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의 대미 투자와 관련해 "이번 협정에 따라 대한민국은 미국이 소유하고 통제하며, 대통령인 저 자신이 선정한 투자처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적었다. 이에 김 정책실장은 "미국 대통령이 선정한 사업이 오면 투자 적격인지, 대출할 만한지, 보증할 수 있는지 이런 것을 논의할 것"이라며 "(미 측이 사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그 단계에서 세부적으로 다뤄질 문제"라고 말했다.

구윤철(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상협의에 앞서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00억 달러 조달 방식과 관련해 김 정책실장은 "비중으로 보면 보증이 제일 많은 금액을 차지할 것"이라며 "직접 투자는 비율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매우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0억 달러 중 상당 부분은 한국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이 한국 기업의 해외 투자에 실시하는 보증 한도로 채워질 것이라는 의미다.


투자수익 90%가 미국?... 대통령실 "재투자 개념"

3,500억 달러 투자에 따른 투자 수익을 두고 양국 해석이 미묘하게 엇갈린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 장관은 SNS에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하는 대로 투자하기 위한 3,500억 달러를 미국에 제공할 것이며 그 수익의 90%는 미국민에게 간다"고 적었다. 이에 김 정책실장은 "90%는 저희 내부적으로 해석하기로는 재투자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미국이 진짜 좋은 사업을 추천하고, 미국이 (사업 성과물에 대해) 구매 보증을 해주고, 사업이 이익이 나고 그러면 거기 머물러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참여하고 계속하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김 정책실장은 "이익이 나는데 돈은 우리가 대고 이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간다는 것은 정상적 문명국가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대한민국과 전면적이고 완전한 무역 협정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전하게 되어 기쁩니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백악관 X 캡처

경제 규모 대비 일·EU보다 큰 투자 규모

3,500억 달러라는 투자 규모는 한국의 올해 예산총액(677조4,000억 원)의 약 72%에 해당한다. 앞서 관세 협상에서 일본은 미국에 5,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유럽연합(EU)은 미국에 6,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보다는 절대적으로 적은 액수이다. 그러나 일본·유럽연합의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상대적 투자 액수는 우리가 더 많은 셈이다.

김 정책실장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상호 관세 조치가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시작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과 우리의 투자 펀드 규모를 경제 규모만으로 단순 비교는 어렵다"면서 미국이 지난해 한국에는 660억 달러 적자를, 일본에는 685억 달러 적자를 각각 기록한 통계를 인용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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