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도입…커지는 ‘교육 격차’ 우려
[KBS 춘천][앵커]
올해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됐습니다.
현재 고1 학생이 대상인데요.
학교가 짜 준 시간표 대신, 학생이 직접 과목을 골라 듣고, 진로를 설계하는 구조입니다.
교육 다양성을 높인다는 취지인데, 교육 현장에선 혼란과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이 문제, 집중 보도합니다.
먼저, 고교학점제가 무엇이고 학교 현장의 반응은 어떤지 하초희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최근, 고등학교 수업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전에는 반 전체가 같은 시간표에 따라 같은 수업을 들었죠.
요즘 시간표는 조금 다릅니다.
A,B,C 라고 표시된 시간에는 학생들이 선택한 수업을 들으러 각자 다른 교실로 이동합니다.
마치 대학 수업 같죠?
올해 전면 시행된 고교학점제입니다.
학생 하나하나 맞춤형 수업으로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입니다.
그만큼 과목이 다양해졌습니다.
과학 교과를 볼까요?
기존엔 물리, 화학, 생명, 지구과학 정도를 떠올리실 텐데요.
하지만 지금 과학 과목은 10여 개가 훌쩍 넘습니다.
역학과 에너지, 행성우주과학, 기후변화와 환경생태 등 다양합니다.
고1 학생은 3년 동안 이렇게 다양해진 과목을 골라 최소 192학점을 따야 졸업할 수 있습니다.
출석은 2/3 이상, 학업성취율은 40%를 넘어야 합니다.
그런데 제도를 시행하자마자 학교 곳곳에선 혼란이 적지 않습니다.
[리포트]
고성의 한 고등학교에서 만난 고1 학생들.
고교학점제 도입이 마냥 달갑지 않다고 말합니다.
과목 선택부터가 고민입니다.
["장래희망이나 진로방향, 대학 정한 학생 손 들어봐 주세요."]
11명 가운데 7명이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했습니다.
무슨 과목을 고를지 어떤 과목이 유리한지 판단이 힘듭니다.
[김지현/고성고등학교 1학년 : "아직 과목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도 모르고 제가 아직 진로가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아서 과목 선택하는데 조금 어떻게 해야 될지 잘 모르겠어요."]
내년부턴 집중적으로 과목을 선택해야 합니다.
다양한 선택 과목이 개설돼야 진로에 맞춰 들을 수 있지만 현재로선 없는 과목이 허다합니다.
학교 규모가 작아 교사 수가 30명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용석찬/고성고등학교 교사 : "물리, 정보, 중국어, 독일어 이런 과목들은 아예 선생님이 안 계시고. 이 근처에도 안 계시는 선생님 과목이라서 개설이 어렵습니다."]
농어촌의 작은 학교는 더 열악합니다.
이 학교 교사 수는 7명.
개설할 수 있는 과목 수를 꼽는 게 더 빠를 정돕니다.
[신남고등학교 학생 : "제가 화학과를 희망하고 있는데 저희 학교에는 생명과학만 개설이 됐기 때문에 화학1이나 화학2를 듣지 못한다는 점이. 실험 같은 것도 실제로 수업을하면 할 수 있는데…."]
도시와 농어촌의 학교 고교학점제 과목 수를 비교해 봤습니다.
먼저 춘천, 원주, 강릉의 일반계 고교 10곳을 골라, 고1 학생들이 3년 동안 들을 수 있는 과목을 세 봤습니다.
평균 100개가 넘습니다.
반대로 도내 60명 이하 소규모 학교 10곳의 경우, 과목 수가 평균 70여 개에 그쳤습니다.
40여 개인 학교도 있습니다.
당장 교사를 늘릴 수 없는 만큼 현재 대안은 온라인 강의뿐입니다.
강원 온라인 학교나,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타학교와 함께 수업을 듣는 겁니다.
하지만 수업과 평가의 질이 걱정입니다.
[최서율/고성고등학교 1학년 :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온라인 수업을 경험해 봤었는데 그때 온라인 수업 때 제대로 수행했던 적이 딱히 없었던 거 같아서 온라인 수업으로 하면 제 학업 수행에 좀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학생도, 교사도 커지는 교육 격차를 우려합니다.
[김은희/신남고등학교 교사 : "여건상으로 본다면 대도시의 친구들하고는 비교할 바가 없다고 생각하고요. 못해본 거 안 해본 거 너무 많죠."]
학생 한 명, 한 명 맞춤 교육을 하겠다며 도입된 고교학점제.
현실적으로 가능한 교육 여건인지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하초희입니다.
촬영기자:이장주
하초희 기자 (chohee2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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