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현, 그 어떤 혼란도 단단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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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내내 쭉 사는 게 무서웠어서 죽는 게 무서운지도 모르겠네."
tvN '견우와 선녀' 마지막 회에서 염화(추자현)는 자신이 만들어 낸 악신 봉수와 함께 죽음을 앞두고 이같이 말한다.
그래서 염화는 배우 추자현의 이력에서 가장 고통스럽고 가장 눈부신 순간일지 모른다.
그리고 이 비극의 끝자락에 남은 건, 염화라는 이름 대신 배우 추자현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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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사는 내내 쭉 사는 게 무서웠어서 죽는 게 무서운지도 모르겠네."
tvN '견우와 선녀' 마지막 회에서 염화(추자현)는 자신이 만들어 낸 악신 봉수와 함께 죽음을 앞두고 이같이 말한다. 눈에 불을 켜고 누군가의 불행이 되려 했던 그는, 끝내 그 불행을 자신이 삼키며 스스로를 벌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무너뜨리려 했던 세상 앞에 가장 인간적인 얼굴로 선 순간, 염화는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고 지키려는 선택을 한다. 염화의 마지막은 그렇게 담담했고, 그 담담함은 그 어떤 후회의 언어보다 먹먹했다.
'견우와 선녀'는 추자현이라는 배우가 불안과 결핍의 감정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임을 또 한 번 증명한다. 그리고 염화는 그 모든 감정의 총합이다. 무속계의 인플루언서로 화려하게만 보였던 삶은, 알고 보면 상처를 숨기기 위한 가림막이었다. 신엄마 동천장군(김미경)에게조차 외면받았다고 믿었던 시간들, 자식을 잃고 신마저 등졌다고 느끼며 내면의 폭풍을 꾹꾹 눌러온 시간들. 겉으론 강해 보였지만 염화는 가장 약한 존재다. 추자현은 그 약함을 결코 불쌍하게 만들지 않는다. 대신 고결하게, 그리고 두려울 만큼 단단하게 표현한다.
염화는 결국 자신이 저지른 모든 과오를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것으로 마무리 지으려 한다. 약한 자를 제물 삼고, 악귀를 악신으로 만들려 했던 파국의 계획은 애증하는 존재(동천장군)의 상실을 겪으며 결국 멈춰 선다. 이때 추자현은 죄책감과 미련, 단념과 애정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작은 떨림과 무너지지 않는 얼굴 하나로 염화의 내면을 모두 연기해 낸다.

염화는 단순한 악인이 아니다. 그는 커다란 상실을 겪고 끝내 사랑받지 못한 채 희망마저 믿지 않게 된 존재다. 그렇게 실의밖에 남지 않은 인물에게 세상은 때때로 악이라는 이름표를 붙인다. 그러나 추자현은 그 이면을 끝까지 응시하게 만든다. 악은 증오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끝내 치유되지 못한 상처에서 자라난다는 것을 말이다. 추자현은 말보다 깊은 시선, 침묵보다 묵직한 호흡으로 그 진실을 설득한다. 그래서 염화는 밉지 않다. 오히려 그 행복을 빌게 되는, 상처로 빚어진 누군가의 거울 같은 존재다.
사실 '견우와 선녀'의 내면 구조는 염화가 가장 오래된 상처를 마주하는 참회의 이야기다. 주인공인 천지선녀 성아(조이현)가 "살린다"는 외침으로 누군가의 내일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염화는 "죽는다"는 결심으로 자신의 어제를 정리한다. 같은 스승에게 배운 두 제자의 극단적인 방향 속에서 추자현은 자신이 맡은 서사의 무게를 정확히 안다. 그리고 그 무게를 오롯이 짊어지며 극의 균형을 세운다. 염화가 단지 악역이나 반전 카드가 아닌 이 이야기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는 걸 잊게 만들지 않는다.
추자현의 염화는 그간 그가 연기해 온 수많은 인물의 그림자를 모두 끌어안은 존재다. '그린마더스클럽'의 춘희가 그러했고, '작은 아씨들'의 화영이 그러했으며, '사생결단'의 지영이 그러했다. 추자현은 이 모든 여자의 목소리를 통해 지금의 염화에 도달했다. 그래서 염화는 배우 추자현의 이력에서 가장 고통스럽고 가장 눈부신 순간일지 모른다.
추자현은 또 한 번 잊힐 수는 있어도 결코 묻힐 수 없는 연기를 해냈다. 그리고 이 비극의 끝자락에 남은 건, 염화라는 이름 대신 배우 추자현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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