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마리아 슬픔을 느린 템포로… ‘붉은머리 사제’式 위로[이 남자의 클래식]
병약하고 가난해 일찍 사제의 길
10년 수학 끝 25세때 서품 받아
천식탓 미사 집전대신 교육·작곡
예수 수난 담아… 모든 母情 노래

‘스타바트 마테르(Stabat Mater)’ 또는 ‘스타바트 마테르 돌로로사(Stabat Mater Dolorosa)’란 라틴어로 ‘어머니가 비통하게 서 계셨다’는 뜻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처형 당시 곁에서 아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성모 마리아의 슬픔과 고통을 노래한 작품명이기도 하다.
‘스타바트 마테르’는 서양 고전 음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교회 음악 장르 중 하나로 페르골레시, 로시니, 드보르자크, 베르디 등 수많은 작곡가에게 음악적 영감의 원천이 되어 왔다. 하지만 그중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걸작이 있으니 바로 깊은 신심으로 작곡된 비발디(Antonio Lucio Vivaldi, 1678∼1741)의 ‘스타바트 마테르’ RV 621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클래식 작품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비발디의 ‘사계(四季)’ RV 269, 315, 293, 297번일 만큼 비발디는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이자 클래식 음악 전체를 대표하는 작곡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가톨릭의 사제, 신부님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보통 음악사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에겐 근사한 수식어들이 따르는데 그에겐 ‘교향곡의 아버지’나 ‘가곡의 왕’ 같은 음악적 수식 대신 ‘붉은 머리의 사제(il Prete Rosso)’라는 별칭이 붙어있다. 그의 별칭마저 사제로 불리는 걸 보면 비발디에게 사제로서의 삶이 생애와 음악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지 잘 알 수 있다.
비발디는 1678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바이올린 연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칠삭둥이로 허약하게 태어났지만 일찍이 음악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특히 바이올린 연주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는데 이는 산마르코 성당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리니스트였던 그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었다. 하지만 15세가 되던 1693년, 비발디는 가톨릭 신부가 되기 위해 수도원에 입교한다. 그가 음악가로서의 진로 대신 사제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이유는 아마도 그의 병약한 몸과 가난한 가정형편 때문이었으리라. 한낱 병약한 평민으로 사는 것보단 가톨릭 사제가 되어 사회적 신분을 상승시키는 것이 비발디로선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결국 25세이던 1703년, 10년의 수학 끝에 비발디는 가톨릭 사제서품을 받게 되고 같은 해 9월 베네치아의 병원과 보육원을 겸하던 보육시설인 오스페달레 델라 피에타(Ospedale della Pieta)에 바이올린 교사로 부임하게 된다.

1706년 비발디는 교회 당국으로부터 더 이상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지 않아도 좋다는 통보를 받게 된다. 비발디의 심한 천식으로 미사 중 기침이 잦아지자 더 이상은 집전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던 교회가 내린 처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비발디에겐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비발디는 보육원생들의 음악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었고 1710년쯤부터는 작곡가로서의 왕성한 개인적 활동을 펼쳐나가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이 시기에 작곡된 곡이 바로 스타바트 마테르 RV 621로 이때부터 비발디는 종교 곡을 비롯해 오페라, 협주곡 등 본격적인 작곡활동에 접어들게 되었다. 그렇게 비발디는 이 보육원에서 무려 35년간이나, 신부이자 교사로서 거의 평생을 음악 교육과 작곡에 헌신한다. 57세가 되던 1735년, 오스페달레 델라 피에타의 최고 책임자에 오르고 3년 뒤인 1738년 은퇴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저자
■ 추천곡 들여다보기
1712년 중 단 두 달 만에 작곡되었으며 같은 해 3월 18일 이탈리아 브레시아의 산타 마리아 델라 파체(Santa Maria della Pace) 성당에서 초연되었다. 성모 마리아의 시점에서 본 예수의 수난을 담은 곡으로 모든 어머니들의 슬픔을 위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비발디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작품으로 후배 작곡가들인 스카를라티와 바흐에 의해 편곡되기도 했다.
전체 9악장으로 제1 바이올린과 제2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악기 편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합창은 등장하지 않으며 오직 알토 또는 카운터테너의 독창으로 자식의 고통을 바라보는 성모의 슬픔을 어둡고 느린 템포로 노래한다.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의 ‘2000억 달러+α’ 투자제안까지 걷어찬 미국… 당혹감 안긴 2시간 협상
- 기관총 실탄 들고 서울중앙지검 들어가려던 20대 남성 체포
- 7대륙 최고봉 등정… “자신을 넘어서는 그 순간이 정상”[부고]
- “유명해져 죄송” “70 넘으면 추해” 국민 인내 시험하나[사설]
- “소녀가 먼저 유혹” 10대 임신시킨 한국 유튜버의 해명
- [속보]트럼프 “한국과 무역 협상 타결하기로…韓, 美에 3500억달러 투자·관세 15%”
- 코브라 물어죽인 한살배기 아기, 인도서 화제
- 정부 “미, 우방에 이럴 수 있나” … 결렬 각오 벼랑끝전술 거론
- “그거 뭐야?” 전자발찌 본 여친 이별통보에 성폭행 30대
- 홍준표 “신천지·전광훈·통일교·틀튜버 놀아나…분하고 원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