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천만 신화’ 원동연 “‘전독시’는 의미 있는 도전…국가대표 된 기분” [인터뷰]

손미정 2025. 7. 3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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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신과 함께’ 시리즈 트리플 천만 제작
“운명처럼 만난 전독시…누구라도 해야 해”
연대·협력 메시지 강조 “원작 훼손 아니다”
“성공의 경험, 후배들에도 기회 주고 싶다”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리얼라이즈픽쳐스 본사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자본에게 영화가 ‘여전히 섹시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지난 23일 개봉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은 동명의 메가히트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액션 판타지다. 제작비 추산 300억원. 오랜만에 극장가에 찾아온 국산 초대형 블록버스터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그리고 개봉 일주일여가 지났다. 반응은 원작 파괴라는 거센 비판과 신선한 장르적 시도에 대한 호평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냉온탕을 오가는 평가 속에 전독시의 누적 관객 수는 29일 기준 74만명을 넘겼다. 상반기 337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야당’이 개봉 8일째에 100만을 터치한 것을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소재 사무실에서 만난 ‘전독시’ 제작자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매일 성적표를 받아 드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마음 졸이며 보내고 있다. 6년 이상의 세월 동안 자신의 에너지를 모두 쏟아부어 만든 영화가 일반에 공개된 것이다 보니 관객들 반응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제작자로서 영화에 대한 자신감은 변함이 없었다.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리얼라이즈픽쳐스 본사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자기가 만든 작품이 민망하거나 모자란 것들이 보일 수도 있잖아요. 저는 제 작품만큼은 늘 재밌다고 자신해요. 저부터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영화에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어떻게 같이 화이팅하자고 하겠어요”.

원 대표는 ‘미녀는 괴로워’, ‘신과 함께’ 등 원작 IP(지식재산권)가 있는 작품의 영화화에 성공한 대표적 제작자다. 그 중 ‘신과 함께’는 1, 2편이 모두 관객 천만 이상을 동원하며 이른바 국내 최초 ‘쌍천만’ 영화라는 기록을 남겼다. ‘광해, 왕이 된 남자’까지 포함하면 지금까지 그의 손에서 태어난 천만 영화만 세 편이다. 그런 그가 이번엔 웹소설 원작의 ‘전독시’를 선택했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는 광고 문구처럼, ‘전독시’가 어느 순간 마음속에 들어와 버린 거죠”.

원 대표는 ‘신과 함께’ 시리즈를 끝내고 얼마 되지 않아 ‘전독시’를 읽었다. 동명의 웹툰이 나오기도 전이었다. 원 대표는 “일부러 IP를 찾아다닌 게 아니었다. 여러 IP를 비교해 보고 전독시를 고른 것도 아니다”면서 “그저 원작을 읽음과 동시에 이야기에 빨려 들어갔다”고 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원작을 읽으면 읽을수록 머릿속에 신선한 그림이 그려졌다. ‘신과 함께’에서 시각특수효과(VFX)를 맡았던 정성진 엠83 대표에게 우선 연락했다. 정 대표에게 “이걸 구현할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무조건 잡아야 한다. 뼈와 살을 갈아넣겠다”는 답이 왔다. 확신을 갖고 영화화를 마음먹었다. 그는 “누가 만들어도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작품에 꽂혀서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고 했다.

김병우 감독에게 메가폰을 맡긴 것은 ‘영화는 감독처럼 나온다’는 생각에서였다. 원 대표가 평소 생각하는 김 감독은 그가 바라는 ‘전독시’의 결과 꼭 맞았다. 강렬한 스펙터클 속에 따뜻한 메시지가 있는 영화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사실 김 감독이 2013년에 ‘더 테러 라이브’를 하고 나서 여러 번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었어요. 그러면서 같이 이야기하다 보니 겉으로는 거침없고 열정이 지배하는 것 같지만, 속은 따뜻한 사람이더라고요. 저는 영화가 그렇게 나오길 바랐어요. 화룡 앞에서 ‘내가 죽겠다’고 나서는 그런 휴머니즘이 김 감독의 손에서 더욱 잘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했죠”.

원작 웹소설의 분량은 총 551화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방대한 세계관을 어떻게 영화에담아내야 할지 고민이 컸다. 원 대표는 “영상화는 원작에 대한 재해석인 만큼 의미 있는 시도였다”는 원작 싱숑 작가의 인터뷰를 언급했다. 그는 ‘전독시’를 2시간짜리 ‘영화’란 매체에 맞춰 이야기를 완결성 있게 담아내되, 세계관과 메시지는 재해석 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접근했다. 그는 “원작 훼손이 아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리얼라이즈픽쳐스 본사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원 대표는 “프랜차이즈 1편은 세계관과 캐릭터를 설명함으로써 IP에 대한 정보를 관객들에게 이해시키고, 세계관에 그들을 진입시켜한다”면서 “동시에 2시간에 완전히 이야기를 끝맺어 줘야하기 때문에 제작의 허들이 많다. 단순히 원작과의 차이점만이 아니라, 영화화 과정에서 원작이 담고 있는 연대와 협력이라는 메시지를 어떠한 방법으로 강조하고 살리려고 했는지를 함께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물론 그는 영화를 향한 원작 팬들의 비판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특히나 세계관의 축약과 일부 캐릭터의 설정 변경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원 대표는 “‘신과 함께’와 ‘전독시’는 다르다. 오랫동안 ‘전독시’를 봐온 원작 팬들의 애정이 유독 깊은 작품”이라면서 “원작 팬 모두가 작품에 청춘과 청소년기를 갈아넣은 김독자 같은 사람들이다. 그대로 그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극 중 김독자는 10여년 이상 ‘구독자가 1명’인 웹소설을 읽으며 청소년기와 청년기 동안 위안을 받다 작품 완결과 함께 소설 속 인물이 돼버린다.

원 대표는 국내 영화시장의 침체를 누구보다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다. 와중에 고예산 영화를 제작해 여름 성수기에 개봉까지 했다. 그런 전독시를 향한 기대는 비단 국내 관객들에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전독시의 성공을 바라는 영화계의 바람은 어느 때보다 크다. 많은 이들이 전독시가 다시 영화 산업에 자본이 돌 수 있는 마중물이 되길 바라고 있다.

원 대표는 “영화 산업을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냐”는 질문에 “아니다”고 딱 잘라 말한다. 그러면서도 “본의 아니게 국가 대표가 돼 있다”며 웃었다. 원 대표는 자기 어깨 위에 놓인 기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물론 그도 전독시를 통해 국내 영화 산업의 ‘건재함’을 보여주고 싶긴 했다. 흥행이 간절하지 않은 적은 없었지만, 유독 전독시의 흥행이 간절한 것도 그 때문이다. 원 대표는 “나는 혜택을 많이 본 사람이다. 흥행도 많이 해봤고, 성공도 많이 해봤다”면서 “이제는 나보다 훨씬 재능 있는 후배들에게 기회가 가야 한다. 우리 영화에 투여된 투자자들의 손실이 없어야 그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열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영화 산업의 미래에 대한 원 대표의 고민과 걱정 덕에 ‘전독시’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가 아니라 영화로 제작됐다. 그는 “극장과 OTT는 공존해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없지만, 그럼에도 ‘우리마저 OTT로 간다면 어떻게 될까’란 고민이 있었다”면서 “‘전독시’ 같은 프로젝트가 극장용 영화로 개봉해야 동료들에게 여전히 영화에 미래가 있다는 기대를 심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영화가 가진 ‘연대’의 메시지가 영화관이라는 공간에서 수백 명이 함께하는 집단 경험을 통해 관객 개개인에게 더욱 와닿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무엇보다 영화가 주는 화려한 시각적 효과와 스펙터클을 스마트폰 화면으로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컸다.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리얼라이즈픽쳐스 본사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흥행이 영화의 전부는 될 수는 없다. 원 대표는 ‘전독시’는 영상화 시도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마치 게임과 같은 설정과 차원을 뛰어넘은 세계관, 이세계물과 아포칼립소물의 결합. ‘전독시’는 그간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또 하나의 장르적 도전임에는 분명하다. 원 대표는 “전독시 같은 영화는 없었다”고 했다.

그는 “‘파묘’가 고무적이었던 것은 마이너라고 생각했던 오컬트 장르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것이다. 콘텐츠만 잘 만들면 장르는 더 이상 의미 없다는 것을 파묘가 보여줬다”면서 “‘전독시’의 시도는 후배들이 창작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혔다는 의미가 있고, 이런 시도를 한 것도 관객들이 애정을 가져주면 고마울 것 같다”고 밝혔다.

최대 관심은 ‘전독시’ 2편 제작 여부다. 당초 후속편을 염두에 둔 영화지만, 실제 제작은 흥행 여부에 달렸다. 2편의 구상에 대해 슬쩍 물었다.

“지금(1편)보다는 훨씬 더 원작에 가까워요. 하지만 2편도 만만치 않은 숙제죠. 아마 축약과 생략이 불가피하지 않을까요. 1편과 마찬가지로 영상적으로나 서사적으로도 닫힌 영화를 만들어야 하니까요. 더불어서 1편을 모르더라도 2편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2편은 그 나름대로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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