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포용’으로 선회한 독일…“메르켈의 유산, 파괴되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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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는 내전을 피해 온 시리아 난민들은 어느 나라를 거쳐 유럽에 들어왔는지에 상관없이 독일에 머물 수 있다고 발표하는 결단을 내렸다.
지난 5월 취임한 기민련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메르켈 정부의 2015년 난민 수용 지침을 폐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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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는 내전을 피해 온 시리아 난민들은 어느 나라를 거쳐 유럽에 들어왔는지에 상관없이 독일에 머물 수 있다고 발표하는 결단을 내렸다. 난민이 처음 발을 들여놓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난민을 수용하고 보호한다는 내용의 ‘더블린 조약’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결정이었다. 같은 해 9월2일 튀르키예 휴양지의 해변에서는 3살 시리아 난민 아이 알란 쿠르디가 숨진 채 발견돼 전세계에 큰 슬픔을 안겼다. 독일에는 2015년과 2016년에 120만명 이상 난민이 들어왔고 메르켈 정부의 결단은 세계 각국에 큰 영향을 미쳤다.
10년 뒤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지난 5월 취임한 기민련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메르켈 정부의 2015년 난민 수용 지침을 폐기했다. 메르츠 총리의 새 연립정부는 연정 합의문에서 국경에서부터 망명 신청자에 대한 추방을 강화하고, 자국으로 들어오는 난민을 제3국으로 이주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관련 규정도 완화하기로 했다.

강화된 이민 통제는 지난 10년간 발생했던 주요 사건과 위기에 대응해 온 방식이기도 하다. 셰퍼 선임연구원은 지난 12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2015년 이후 독일의 이민자 관련 정책의 변화엔 크게 4가지 변곡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2016년 12월 튀니지 출신 난민의 베를린 크리스마스 마켓 트럭 돌진 테러 △2016년 새해 중동·북아프리카 이민자들에 의해·발생한 쾰른 집단 성폭행 △코로나19 대유행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다.
이민자 흉악범죄가 언론에 집중 보도되며, 2015∼2016년 120만명의 난민을 수용한 독일의 난민 ‘환영정책’은 ‘제한된 포용’ 정책으로 점차 선회했다. 반난민 정서를 부추기며 급성장한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창당 4년만에 처음 연방 의회에 입성한 해는 2017년이었다. 셰퍼 연구원은 “이후 팬데믹으로 여행 제한 조치가 시행되며 이민과 추방이 (중단되는) 영향이 있었고 그 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난민이 독일로 유입되는 등 전환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중동이나 아프리카 난민에 비해 신속한 난민 인정과 광범위한 사회 보장을 받았던 우크라이나 난민의 처우도 약화되는 추세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의 연정는 올해 4월부터 독일에 입국한 우크라이나인은 독일 시민과 동등하게 받을 수 있던 기초생활보장제도인 시민수당 수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난민 신청자나 난민으로서 받는 혜택을 축소할 계획이다.
국경을 통제하고 시민권 규정을 강화하는 등의 이민정책이 인권은 물론,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도 효과가 있는 것인지는 논쟁적이다. 특히, 의료와 돌봄, 아이티(IT) 등 여러 분야의 노동 인력 부족 문제는 앞서 독일이 대규모 난민을 받아들인 배경이 되기도 했다. 독일의 정책 싱크탱크 베르텔스만 재단은 독일 노동 시장에 2040년까지 매해 28만8000여명의 이민자 노동인력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11월 내놓았다. 이들이 없다면 2040년 독일의 노동 인력은 10% 감소한다는 추정치도 제시했다.

폭발적인 이민자 증가로 주택 시장과 교육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논리는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정치인들의 주요 논리로도 활용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는 반박도 제기된다. 셰퍼는 “한 연구 결과, 지자체의 약 70%는 주거 문제에 어려움은 있어도 여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답했다”며 “실제 상황은 보다 복합적이다”라고 말했다.
극우 세력을 필두로 반이민 정서를 부채질하는 정치권과 사회적 분위기를 거스르며 유럽의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경 검문과 난민 추방 조처를 강화한 독일은 최근 검문소에서 소말리아 국적 난민 3명을 폴란드로 돌려보냈지만, 지난달 베를린 행정법원은 이러한 추방은 위법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최초 입국한 국가가 망명 절차를 책임져야 한다는 더블린 조약에 따라, 필요한 절차가 마무리도 되기 전에 난민을 추방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불법 이민 근절을 목적으로 강화된 추방 조치를 취하는 독일 정부에 제동을 건 사례다.
독일 최대 규모의 난민·이민 인권단체인 ‘프로 아질’(Pro Asyl) 프로 아질은 이 소말리아 난민의 법률 보호와 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코프 대표는 “유럽법 등에 근거하면 독일은 이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처우를 할 책임이 있다”며 “편협한 국경 통제 정책으로 독일은 이웃 폴란드와도 정치적 갈등을 빚게 됐고, 폴란드의 극우 세력은 난민들을 독일로 돌려보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가 피하고 싶었던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코프 대표는 독일과 유럽연합이 극우 세력의 주장에 단호히 맞서고, 유럽의 시민과 거주민의 권리를 명시한 유럽연합 기본권 헌장에 따른 민주적 유산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극우의 메시지를 단순 복사, 붙여넣기 할 것이 아니라 (유럽의) 본질인 민주주의와 헌법을 지켜야 한다”며 “메르켈 전 총리의 정당에 의해 메르켈의 유산이 파괴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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