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안 나는 담배 팔아요"…法 사각지대 노린 `학교 앞 담배가게`[르포]
‘담배’ 미분류 액상 전자담배, 학교 앞 버젓이 영업
학생들, 담배 구하려 대리구매·가짜 민증 활용까지
학원·주택가 곳곳서 교복 입고 담배 피우기도
연초부터 전자담배에 주민들은 ‘진절머리’
[편집자주] 담배는 건강을 위협할뿐 아니라 환경오염의 주범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서 매년 버려지는 담배꽁초는 약 7억 6600만kg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버려지는 단일 폐기물로 꼽힌다. 담배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커지고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침투한 담배의 위해성을 총 3회에 걸쳐 짚어본다.


같은 날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A 중학교 앞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정문부터 걸어서 1분쯤 걸리는 곳에는 전자담배를 파는 무인점포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매장 벽에는 ‘미성년자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었지만 입장 시 어떠한 제재 장치도 없었다. 이 점포 주변으로는 A 중학교를 포함해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무려 네 곳이나 몰려 있다.
청소년들이 담배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다. 정부가 청소년 흡연을 막기 위한 ‘노담(NO 담배)’ 캠페인을 의욕적으로 펼치고 있고 학교 주변 담배 판매 규제에도 여전히 전자담배 등이 청소년들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들이 교복을 입은 채 버젓이 담배를 피우거나 담배를 구하기 위해 불법 행위도 서슴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복사한 민증이면 OK…무용지물 성인인증, 마음만 먹으면 산다
30일 이데일리가 찾은 무인 전자담배 점포 2곳은 모두 학교 코 앞, 100m도 안 되는 거리에 있었다. 이 점포들은 ‘냄새 안난다’ ‘예쁘다’ 등의 광고 문구를 붙여 청소년들을 현혹하고 있었다. 이들 무인 점포에서는 성인인증을 해야 담배를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지만 이마저도 허술했다. 실제 기자가 한 무인 점포에서 실물 신분증이 아닌 신분증을 출력한 종이로 시도해보니 곧바로 성인 인증에 성공했다. 성인 신분증을 복사해 출력하기만 했는데도 담배를 살 수 있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허술한 규제와 법적 공백에 빈틈을 노려 담배를 구하고 있었다.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이모(18)양은 “민증(성인의 주민등록증)을 갖고 있는 애들이 무인 판매점에서 인증해주거나 전담 판매하는 사이트에서 뚫어주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편의점, 술집, 전자담배 가게 등에서 사용 가능하다’며 허위 정부24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만들어 판매하는 계정도 여럿 찾을 수 있었다. 이 계정 운영자는 “카카오페이 2만5000원, 문화상품권 3만원에 이름, 원하는 주민 번호로 만들어준다”고 홍보했다.

담배 대리구매를 미끼로 미성년자에게 ‘조건만남’을 요구하는 남성들도 있었다. 온라인에서 추가금을 주고 담배를 대리 구매한다는 중학생 A(15)양은 “다른 친구들은 (대리 구매자인) 남자분들이 원하는 성적인 행위가 있어서 그런 걸로 담배를 구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했다. 또 다른 중학생 B(15)양은 “조건을 안 하면 대리구매 연락이 안 올 정도”라고 말했다.
“하루에 300번 빨아요”…교복 입고 담배 태우는 청소년들
손쉽게 담배를 구할 수 있는 경로가 있다 보니 익숙한 듯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을 보는 건 어렵지 않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3시간여 동안 살펴본 결과 오후 10시쯤 하원 시간이 지나자 가방을 멘 학생들은 빌라나 상가 골목, 차 뒤편 등 곳곳에서 담배를 피웠다. 이곳에서 만난 고등학생 이모(19)군은 “담배를 일주일에 세 갑 피운다”며 “친구들이 피우니까 나도 한 번 피워볼까 하고 피우게 됐다. 좀 멋져 보이기도 하고 해서”고 말했다. 이양은 “저는 전담(전자담배)만 피워서 하루에 한 300번 정도 피운다”며 “담배를 피우는 애들이 많아서 문제라고 잘 못 느끼는 것 같다. 10명 중 9명정도 피운다”고 했다.

인근 주민은 학생들의 흡연으로 진절머리가 난다고 토로했다. 대치동의 한 주상복합 건물 관계자는 “주위 사람들이 신고를 계속하는데도 막을 수 없는 것 같다”며 “아침에 청소하러 나오면 담배꽁초가 쌓여 있어서 눈이 온 것처럼 바닥이 하얗다”고 전했다. 상인들은 담배를 달라는 학생들을 가려내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염리동의 한 편의점 사장인 A씨는 “위조 신분증을 가져와서 담배를 달라는 애들이 많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정윤지 (yun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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