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상 실크로드 ‘북극항로’, 개척 위해 넘어야할 山은
이재명 대통령과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해수부 부산 이전 명분으로 제시한 사유 중엔 ‘북극항로 개척’이 포함돼 있다. 북극항로는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새롭게 열리는 바닷길로, ‘신(新)해상 실크로드’로도 불린다.
북극항로가 개척되면 국내 조선업계의 쇄빙선·내빙선 수주가 증가하고, 부산항은 아시아 물류 거점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정치적 리스크, 낮은 경제성, 기술력 확보, 환경오염 우려 등 다양한 과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해수부와 외교부에 따르면 북극항로는 ▲러시아 북부 해안을 따라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북동항로(NSR) ▲캐나다 북부 해역을 지나는 북서항로(NWP) ▲북극 중앙을 관통하는 북극횡단항로(TSR)로 나뉜다. 이 중 한국이 가장 주목하는 노선은 러시아 북극해를 따라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연결되는 북동항로다.

해당 항로는 현재 약 4개월(7~10월)정도 운항이 가능하며, 이르면 2030년경에는 연중 일반 항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극항로를 이용할 경우, 부산-로테르담 간 거리는 1만5000km로 32%가량 줄어들고, 운항일수도 40일에서 30일로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홍해를 통해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항로와 비교한 노선이다. 현재 수에즈 운하 항로는 예멘 반군의 테러 위협으로 항행이 자유롭지 못하다. 이로 인해 해운사들은 수에즈운하 경로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을 지나는 우회 노선을 항행하고 있다. 희망봉 우회항로와 비교하면 북극항로는 부산-로테르담 간 거리를 2만km이상, 운항일수는 15~20일가량 단축할 수 있게 된다.
◇ 러 쇄빙선 서비스 비용, 쇄빙선 건조 비용에 해운사 관심 少
문제는 북극항로가 경제성이 있느냐다. 북극항로는 현재 비정기선인 유조선, 벌크선, 어선이 주로 운항하고 있다. 컨테이너선은 기항지가 많을수록 수익이 나는 구조인데, 북극항로는 중간 기항지가 거의 없어 수익이 나기 어렵다.
또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선박들은 유빙 충돌을 회피하기 위해 러시아 쇄빙선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북극항로를 항해하려는 선박도 내빙선이어야 한다. 내빙선은 철판이 더 두꺼워 건조 비용이 높은 편인데, 현재 한국 해운사 대부분은 내빙선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게다가 북극항로를 운항하려는 배는 친환경 연료 사용이 필수여서 오히려 비용이 더 증가할 수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화주들은 속도보다 비용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북극항로는 아직 경제성이 크지 않다”며 “운항일수가 10일 단축되더라도 비용을 줄이지 못하면 선택권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컨테이너선보다는 벌크선의 북극항로 활용이 늘어날 것”이라 봤다.
◇ 기술력 확보·환경오염 논란도 숙제

북극항로 활성화를 위해서 기술 발전도 필수적이다. 북극항로를 지날 때에는 내냉·내열 기능을 갖춘 기자재뿐 아니라, 북극 생물체들을 위해 운항 소음을 줄이는 기술, 안전 항해를 위해 얼음 두께·강도 등을 식별하는 기술이 요구된다.
정성엽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극지 운항 관련 원천기술은 핀란드가, 시범 운항 경험은 중국이 앞서 있다”며 “우리도 선박·쇄빙 기술을 고도화해 경제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경 오염 문제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현재 북극지역은 세계 평균보다 3~4배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어 MSC, CMA CGM, 에버그린 등 주요 해운사는 환경 보호를 이유로 북극항로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나이키, 갭 등 화주들도 북극항로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박상남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빙하 소멸, 생태계 변화와 생물자원 파괴 등에 대한 대응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 속에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북극해 연안 53%는 러시아 차지… 한-러 관계 개선 필수적
북극항로 개척뿐 아니라 북극해 자원 개발·운송·트레이딩을 위해선 러시아와의 관계 복원도 필수적이다. 북극항로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건 북극해 연안의 53%를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다. 북극해 북동항로를 운항하기 위해서는 서쪽에서는 무르만스크, 동쪽에서는 블라디보스톡 입항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2022년 발발한 러·우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중국 간의 관계 밀착이 지속되고 있다. 당시 서구 해운사들은 북극항로에서 모두 철수했으나, 중국의 뉴뉴쉬핑(NewNew Shipping)은 북극항로에서 컨테이너 운송을 확대하며 시범운항을 확대했다. 중국과 일본은 북극 자원 개발에도 활발하게 나서고 있지만, 한국은 사실상 소외된 상황이다.
홍성원 영산대 해운항만경영학과 교수(북극물류연구소장)는 “북극항로를 위해서라면 러시아와 협력 관계를 복원하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며 “지금부터 외교적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우리가 북극해를 가지고 있지 않은 데다, 북극이사회에도 포함되지 않아 목소리가 크지 않다”면서 “부산항이 북극항로의 중심이 되려면, 친환경 연료를 더 저렴하게 판매하거나, 항해 인력 수급이 쉽다거나, 입항세를 면제해주거나 등의 효용이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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