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투어리즘 깃발 오른 송악산, 제주 ‘한’ 푸는 씻김의 행렬[투어테인먼트]
일제 사무친 제주민 살점, 제주땅에 눌어붙은 통한의 송악
이제야 피멍 삭아 새 살 돋은 한목소리…‘폭삭! 속았수다’

송악산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폭염과 바닷바람이 힘겨루기를 한다. 덥다. 땀이 삐질삐질 나고 나서야 바람이 위용을 발휘한다. 바다를 바라보고 오른쪽 탐방로로 들어선다.

덥다고 땀난다고 구시렁거리지만, 바람 스친 곳에 세월을 벗은 풀잎들이 들려준 바스락임에 그날 그 비명이 바스라져 각인됐다. 그 소리는 일제 강점기 유린당한 국토와 민초의 가슴 아린 통곡이다.

동굴진지는 2차 대전 당시 대정읍에 만든 일본의 군사 시설이다. 일본군은 제주 지역민을 강제 동원해 송악산 지하에 대규모 땅굴을 파게 하고 지하 진지를 구축했다. 송악산 알오름 쪽의 땅굴은 개미집을 뺨치고도 남는다. 전쟁에 동원된 민심은 슬픈 아리랑만 남겼다.

이곳 동굴은 군수 물자를 실은 트럭이 드나들 수 있도록 크고 넓게 만들어야 했다. 다른 지역에서 파 들어간 땅굴은 거미줄처럼 서로 연결됐다. 송악산 해안절벽에는 15개의 인공 동굴이 뚫려있는데, 너비 3~4m, 길이 20m에 이르는 이 굴들이다. 성산일출봉 주변의 인공 동굴처럼 어뢰정을 숨겨 놓고 연합군의 공격에 대비했던 곳이다. 국내 최대의 일본강점기 군사시설이다.
아름다운 제주의 속살은 그렇게 후벼 패이고 흠집이 났다. 마치 돌하르방처럼…. 제주는 그간 얼마나 아리고 병들었을까. 제주민의 온몸은 이곳에 뭉그러져 눌어붙어, 제주 땅에 피멍을 드리웠다. 그들의 몹쓸 총칼을 견뎌낸 송악산 그곳, 오늘 내딛는 발걸음은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와 함께 다크투어리즘의 이름으로 기억해 낸다.
피멍 삭아 돋은 새살은 제주에도 제주민에도 어울렁더울렁 새 다짐의 출정식을 펼칠 힘이 됐다. 그리 가다 보면 제주의 멍에는 어느새 월계관! 제주는 끝내 살아 한반도 지키는 문지기 되리~
송악산 진지동굴은 현재 안전상의 이유로 동굴 안으로 진입이 금지되어 있다. 송악산 아래 해안가에서 바라볼 수만 있다. 앞서 동굴 내부까지 입장이 가능했으나 동굴 주변 모래의 붕괴사고로 입장 불가다. 낙석이 워낙 심해 추후 통제해제도 알 수 없다.
그리 닳아 무너지는 이곳, 송악산은 ‘폭싹 속았수다’의 촬영지로 거듭났다. 세월의 역린을 참아낸 곳에 제주의 순수가 빛을 바랐다.

송악산은 104m의 오름으로 마라도·가파도를 볼 수 있다. 올레길 10구간 일부로, ‘폭삭, 속았수다’ 15화에 학씨 아저씨가 아내와 자전거 타는 모습이 연출된 곳이다. 이제 그 자전거는 제주의 과거를 버겁게 나와 미래로 가는 탄탄대로를 달린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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