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호통 리더십’…공무원도 기업도 바짝 긴장
국무위원들 향해 “직 걸라” 등 경고성 발언
李 ‘호통’ 한 마디에 부처·기업 ‘일사불란’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 운영 초반부터 ‘호통 리더십’으로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노동 현장부터 재난 대응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강한 어조로 실무 책임자들을 질타하면서 책임 정치의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한 마디에 부처와 기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풍경이 이어지면서 그의 단호한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30일 환경부는 국산 전기버스 보급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국무회의에서 “중국은 중국제품에만 보조금을 내주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중국제품에 보조금을 다 줘서 국내 전기버스 업체가 죽어버렸다더라”며 “지금이라도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쪽으로 보조금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문했는데, 환경부가 이 대통령의 호통에 국산 전기버스 지원 방안을 찾으려는 것이다.
‘호통’의 즉각적 효과는 기업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25일 이 대통령은 경기 시흥에 위치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김범수 SPC삼립 대표이사에게 ‘폭풍 질문’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사고 시간이 몇 시였냐”, “교대시간은 몇 시였냐”는 등 지난 5월 발생한 근로자 사망 사고 경위를 조사했다. 김 대표가 근로자 휴식시간 주기를 잘못 설명하자 이 대통령은 “왜 그렇게 얘기하냐. 알지도 못하면서”라며 “모르면 모른다고 하라”고 질책했다. 이 대통령의 방문과 질책 이후 SPC는 곧바로 ‘8시간 초과 야근 폐지’ 방안을 내놨다.
국무위원을 향한 책임감도 ‘호통’으로 부여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9일 사상 초유의 생중계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포스코이앤씨 근로자 사망 사건’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산재 사고가) 줄어들지 않으면 진짜로 직을 걸어야 한다”며 “불시 단속을 계속 하고 있나. 저도 한 번 가보겠다”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 “국방일보가 장관 말을 편집해서 주요 핵심 메시지는 빼버렸다고 하던데, 기강을 잘 잡아야 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국방일보는 국방부 기관지로, 국방부 소속기관인 국방홍보원이 발행하고 있다. 안 장관은 “12·3 불법계엄으로 인해서 우리 군은 군심이 흩어져 있다. 말고삐를 확실히 잡고 군 개혁을 이끌어 내겠다”며 “군심을 바로잡고 국민 군대를 재건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8일에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국회에 출석해 방송 3법에 대해 “이 대통령으로부터 방통위 안을 만들어보라는 업무 지시를 받았다”고 발언한 것에 “국무회의는 국정을 논하는 자리이기에 비공개 내용을 개인 정치에 왜곡해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생과 연관된 분야 어디든 이 대통령의 호통이 이어졌다. 7월 중순 집중호우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당시 백경현 구리시장의 야유회 참석이 알려진 직후,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정신나간 공직자들”이라는 거친 표현까지 쓰며 공직기강 해이를 지적했다. 백 시장은 시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곧장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민생회복 소비쿠폰 선불카드의 색상을 소득 수준별로 구분해 제작한 것을 두고 지난 23일 “인권감수성이 매우 부족한 조처”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즉각 지자체 선불카드를 전수조사하고 “부산과 광주에서 제작된 문제의 선불카드에 스티커를 붙여 카드 색상이 드러나지 않게 조처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논란이 일자 강기정 광주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죄송하다”며 “신속한 지급을 위해 (색깔 구분을) 추진했으나 결과적으로 시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됐다. 즉각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주노동자 인권’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는 지난 24일 스리랑카 국적의 30대 노동자가 화물에 묶인 채 지게차로 들어 올려지는 내용의 영상을 놓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야만적 인권침해를 철저히 엄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호통’에 고용노동부는 해당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한 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폭행, 직장 내 괴롭힘 여부 등에 대한 철저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등 기획 감독에 착수하기로 했다.
임기 초반이지만 이 대통령이 구체적인 현안을 세심하게 챙기면서 공직 사회는 물론이고 민간 부문까지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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