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역대 최대 '지출구조조정' 윤곽…공공배달앱·수산물지원 예산도 ‘칼질’

권효중 2025. 7. 3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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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0% 이상 '고강도' 지출구조조정 돌입
수산물 할인·공공배달앱 등 일상 속 혜택 줄어들 듯
尹 색채 지우기까지…첫 30조원대 돌파 전망

[세종=이데일리 권효중 김은비 김미영 기자] 2번 주문하면 1만원 소비쿠폰을 받을 수 있는 공공배달앱 이용 혜택이 내년에는 줄어들 전망이다. 국내산 수산물을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정부 지원금도 대폭 줄어들 공산이 커졌다. 모두 이재명 정부가 내년도 예산편성을 앞두고 진행 중인 ‘지출 구조조정’의 대상에 포함돼서다. 전임 윤석열 정부와 관련 깊은 사업들도 줄줄이 수술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번엔 역대 최고 수준인 30조원 이상의 지출 구조조정이 예정된 상태다.

새 정부의 공약이행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선 기존의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여 ‘실탄’을 늘리는 작업이 불가피하더라도 서민 체감물가에 영향을 주는 사업예산 등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30.8조 ‘지출구조조정’ 목표…강도 더 높아졌다

30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 정부 부처는 올해 예산상 재량지출의 10% 이상을 줄이라는 기획재정부의 지침을 따르기 위해 정책 효과와 시급성 등을 따져 사업 구조조정안의 윤곽을 잡았다. 정부는 고강도 재량지출 구조조정과 함께 세제개편을 통한 증세로 마련한 재원을 공약이행의 마중물로 삼겠단 복안이다.

재량지출이란 법적으로 정부가 지출을 줄일 수 없도록 규정한 복지예산, 인건비와 같은 경직성 경비 등 의무지출을 제외한 나머지를 가리킨다. 올해는 본예산 기준 총지출(673조 3000억원) 중 재량지출이 307조 7000억원으로 책정됐다. 단순 계산하면 올해 재량지출의 10%, 즉 30조 8000억원 이상을 줄이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지난 3년간 ‘마른 수건 쥐어짜기’ 식으로 20조원대 지출 구조조정을 펴왔는데 이번엔 더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본예산상 재량지출의 10% 수준인 6100억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안을 마련한 걸로 확인됐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수산대전’ 등 수산물 할인 행사 지원에 투입해온 상생지원 할인예산이다. 해수부는 내년엔 수산물 상생할인 사업 예산을 600억원대만 요구하기로 했다. 올해 본예산 약 1000억원 대비 40% 가량 대폭 깎기로 한 셈이다.

수산물 상생할인은 2020년 코로나19 유행 때 수산물 소비가 줄자 어업인 피해 완화를 위해 도입한 사업이다. 마트와 전통시장 등에서 20% 이상 할인된 가격에 소비자들이 수산물을 구매할 수 있게 지원한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건으로 국내산 수산물에 대한 안전 우려가 제기됐을 때에도 소비를 떠받치는 역할을 했다. 최근엔 고수온 여파에 수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안정 수단으로 활용됐다. 정부는 올해엔 추가경정예산으로 500억원을 더 투입하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공공배달앱 할인쿠폰’ 예산을 지출 구조조정안에 담을 방침이다. 서민에 부담을 주는 배달비 부담 완화를 위해 올해 처음 650억원 규모로 편성한 사업이었다. 농식품부는 줄인 예산으로 농식품바우처나 스마트팜 투자 확대 등 새 정부가 역점을 둔 사업 위주로 재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ODA 사업 구조조정 1순위…“국민 삶 미치는 영향 고려해야”

윤석열 정부에서 주요하게 다뤄졌거나, 전임 정부와의 연관성이 높은 사업 예산도 삭감 수순을 밟을 걸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의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김건희’ 꼬리표가 붙은 이 사업은 올해 본예산 기준 433억원으로 편성됐지만, 2차 추경 당시 국회를 거치며 냈던 증액 요구안 21억원 전액 삭감됐다. 여권 관계자는 “기재부가 올해 예산을 과다하게 제출했기 때문에 추경에서 조정됐다”며 “예산 실집행률이 떨어지고 졸속 진행돼 (내년은) 올해보단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은 지난 22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납득되지 않는 사업이 많다”며, 재점검을 지시하면서 지출 구조조정의 0순위에 올랐다. 김건희 특검팀이 캄보디아 ODA 사업과 관련한 건진법사 청탁 의혹을 수사 중인 점 등을 고려하면 ODA 사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5월 기재부와 외교부에서 유·무상 ODA 예산요구안을 짜서 보냈지만 이 대통령의 말씀이 나온 후 사업들을 다시 보고 있다”며 “예년보다 더 엄격하게 사업과 예산을 따져볼 것이고,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지출 구조조정 목표 달성을 위해 서민 삶과 밀접한 사업 예산까지 대폭 줄여서는 안 된단 목소리도 있다. 수산업계 관계자는 “양식업·어업인들의 소득 감소가 우려되는 것은 물론 체감 물가 부담이 큰 상황에서 할인 지원을 줄이면 여파가 클 것”이라고 했다. 정부 다른 관계자는 “불용이 많거나 집행이 부진한 사업 위주로 국민 삶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결과물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권효중 (khji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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