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득세는 현상일 뿐… 극우 개신교 뿌리를 파헤쳐야"

문지수 2025. 7. 31.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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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불법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각종 특검 수사를 받고 있다.

개신교계가 극우 선봉에 나선 배경에 대해 배 교수는 "한국 교회는 정치적 동맹을 맺어온 보수 세력의 몰락과 교회 내부 문제로 인한 신자 이탈 등으로 사회적 영향력을 잃어갔다"며 "전광훈 같은 극우주의자들이 이 같은 불안을 파고들어 광장으로 끌어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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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현상의 기원' 펴낸 배덕만 교수]
역사 깊은 보수 개신교의 '반공주의' 세계관
종교의 역할은 '불안 조장' 아닌 '화합 노력'
배덕만 교수가 28일 서울 마포구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사무실에서 저서 '전광훈 현상의 기원'에 관해 말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12·3 불법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각종 특검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탄핵 정국에서 윤 전 대통령 지지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원로목사는 여전히 건재하다. 28일 서울 마포구 느헤미야 사무실에서 만난 배덕만 교수는 전 원로목사와 같은 이른바 '아스팔트 극우'들의 득세를 일종의 사회적 병리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아파서 병원 가면 가족력을 묻지 않나. 마찬가지로 전광훈 현상을 해결하려면 왜 이런 존재가 나타났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최근 '전광훈 현상의 기원'이란 책을 펴낸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대 종교학과, 예일대 신학대학원, 드류신학대학원 등에서 공부한 배 교수는 현재 대안 신학교육기관인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원장을 맡고 있다.


"광장서 함성 대신 골방서 성찰해야"

배 교수는 '''전광훈 현상'의 진짜 뿌리는 해방 이후 분단 시기를 돌아봐야 제대로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분단 이후 북한에 있던 목회자들이 남한으로 대거 내려왔고, 군부 정권과 긴밀히 관계를 맺으며 교세를 키웠다. 당시 집권 세력의 운명 공동체나 다름없었던 한국 보수 개신교계는 자연스럽게 '반공주의'를 받아들였다. 실제 광화문광장 집회에서 전 원로목사는 극단적인 반공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그는 지난 20일 설교에서도 "이재명은 우리나라를 연방제로 북한에 넘기려고 한다"고 말했고, 참가자들은 열렬한 함성으로 호응했다.

지난달 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사랑제일교회 전국주일연합예배에서 전광훈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신교계가 극우 선봉에 나선 배경에 대해 배 교수는 "한국 교회는 정치적 동맹을 맺어온 보수 세력의 몰락과 교회 내부 문제로 인한 신자 이탈 등으로 사회적 영향력을 잃어갔다"며 "전광훈 같은 극우주의자들이 이 같은 불안을 파고들어 광장으로 끌어냈다"고 풀이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집회 장소를 배 교수는 '민주주의를 거부한 광장'이라고 표현했다. 불법계엄에 동조했고, 일부는 법원에 난입하는 등 자유민주주의를 정면으로 위협해서다. 배 교수는 "개신교계는 광장에서의 함성을 멈추고 골방에서 자신을 성찰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위기감 유발' 말고 '포용의 메시지'

배덕만 교수가 저서 '전광훈 현상의 기원'을 앞에 둔 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원로목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배 교수는 지금은 다양한 집단 간 갈등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시기라고 봤다. 민주화와 경제 성장을 함께 경험했고, 성별에 따른 차별이 점차 해소되는 등 여러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 주류였으나 특권을 잃어가는 집단은 변화를 수용해야 하고,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집단은 이들의 상실감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종교계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양보와 나눔의 자세를 보여야 하고 서로 다른 집단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 하지만 극우 개신교계는 되레 '이러다 우리가 죽는다'며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고 배 교수는 지적한다. 그는 "극우 집단이 소멸하는 것과 대한민국이 소멸하는 건 별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종교계가 전광훈의 영향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며 "그건 전광훈의 발언보다 더 마음을 울릴 수 있는 화합을 담은 내용이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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