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도 나이도 넘은 ‘애니의 위력’

김민정 기자 2025. 7. 31.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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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서 제작한 한국적 소재 애니 ‘케데헌’ ‘나 혼자만 레벨업’ 인기
한국은 ‘애니=아동용’ 인식 깨야
한국 배경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넷플릭스

한국적 소재를 맛깔나게 활용한 미국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12세 관람가)는 지난달 20일 공개 후 지금까지 넷플릭스 주간 글로벌 시청 순위 1~2위를 오가고 있다. 실사 영화를 제친 장기 흥행이다.

한국 웹소설·웹툰을 원작으로 일본 제작사가 만든 애니메이션 ‘나 혼자만 레벨업’(Solo Leveling·19세 관람가)도 올해 두 번째 시즌이 공개되며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유력 애니메이션 시상식 ‘크런치롤 애니메이션 어워즈 2025’에서 최고상인 ‘올해의 애니메이션’ 상을 포함해 9관왕에 올랐다.

◇넷플릭스 10위권 애니 3년 만에 두 배

애니메이션이 어린이를 위한 콘텐츠라는 건 옛말. 최근 성인 시청자 사이에서도 애니메이션 인기가 뜨겁다. 애니메이션 수요가 탄탄한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넷플릭스는 이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아니메 엑스포(Anime Expo)’에서 작년 한 해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10억 회 이상 재생됐고, 지난 5년간 시청자도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작년 애니메이션 서른세 작품이 넷플릭스 글로벌 시청 10위권에 들었는데, 이는 2021년 두 배 수준이다. OTT 구독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으며 애니메이션도 마니아층에 국한되지 않고 국경을 넘어 넓게 소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서도 2013년부터 방영된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19세 관람가)이 뒤늦게 ‘역주행’ 인기를 얻기도 했다.

애니메이션 시청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케이팝 데몬 헌터스’ ‘나 혼자만 레벨업’ 같은 작품 흥행을 한국적인 것의 성공으로 기뻐할 수만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배우, 작곡가 등 한국 창작자들이 참여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 한국식 인명과 지명이 그대로 나오는 ‘나 혼자만 레벨업’ 모두 해외에서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 코드와 IP(지식 재산권)를 가지고도 국내에서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제 해외에서 애니메이션은 아이부터 성인까지 전 가족이 보는 장르로 여겨지고 있어 잠재력이 큰 분야”라며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사실 한국 콘텐츠 업계가 한 방 맞은 것일 수 있다”고 했다.

한국 웹소설·웹툰이 원작인 애니메이션 ‘나 혼자만 레벨업’./Solo Leveling Animation Partners

◇‘애니=아동용’ 인식 깨야 국내도 발전

이는 1980년대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 하청 제작을 하던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가 2000년대 이후부터 영유아용 콘텐츠에 치우쳐 성장해온 탓이 크다. 유능한 한국인 애니메이션 감독들도 일본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웹툰 업계도 원작 IP를 활용할 때 성인용 애니메이션 제작 노하우가 있는 일본 업체와 우선적으로 손을 잡는 상황이다. 애니메이션이 어린이용 콘텐츠라는 인식이 여전해 과감한 투자가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CJ ENM은 2019년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 밀리언볼트에 투자했다가 올해 지분을 모두 매각하기도 했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드라마와 영화를 더 많이 보는 국내에서 성인용 애니는 시장성이 보장되지 않아 나오기 힘든 면이 있다”고 했다.

지난 4월 정부는 다양한 연령대의 글로벌 시청자를 겨냥한 애니메이션에 투자해 TV 편성에 구애받지 않고 OTT로 유통하는 전략을 담은 ‘애니메이션 산업 진흥 기본 계획’을 발표해 업계가 동력을 얻을지도 관심이다. 김헌식 평론가는 “애니메이션은 향후 제작에 인공지능(AI) 활용 가능성도 열려 있어 미리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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