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서 철수할 수도” 미·유럽 기업 ‘노란봉투법’ 반발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우려와 반발이 우리 산업계에 이어 주한 외국 기업들로 확산되고 있다. 하청 기업 노조가 원청 기업과 단체 협상을 할 수 있게 길을 열고, 불법파업 손실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이 법안은 내달 4일 국회 본회의 통과만 남겨두고 있다. 입법 취지는 노동자 권익 보호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경영 활동 자체를 어렵게 만들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많은 부작용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 여당이 법 통과 강행 입장을 고수하자 대한상의·한경협 등 경제 8단체는 29일 공동 성명을 내고 “깊은 우려를 넘어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GM·보잉코리아 등 800여 미국 기업을 회원사로 둔 주한미상의(암참)도 법안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한국에 대한 미국의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고 밝히는 입장문을 냈다. 지난 28일엔 주한 EU(유럽연합) 상의가 “(노란봉투법은)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법”이라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성명을 냈다. 이런 주한 외국 기업들의 우려는 곧 각국 정부와 본사로 전달될 것이다. 통상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
법안이 시행되면 기업들은 수 백 개가 넘는 하청 기업과 일일이 노사 협상을 해야 하고, 해외 공장을 지을 때도 노조 동의를 얻어야 한다. 심지어 법상 ‘사용자’에 대한 규정이 애매해 소송을 당하면 사용자가 누군지를 별도 소송을 통해 다퉈야 한다. 특히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핵심 역할을 할 조선업의 협력사 비중이 높아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된다.
기업 활동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법적 리스크가 증가한다면 누가 한국에 투자를 하겠나. 그나마 산업 현장을 지키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대규모 탈출이 벌어질 수도 있다. 노란봉투법 같은 반(反)기업 법안들은 결국 기업들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증시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게 된다.
노동자의 정당한 권익은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에는 정도가 있어야 한다. 정부 여당은 우리 경제의 근간인 기업들이 지금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 듣는 시늉이라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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