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창업 스토리] 홍천 ‘농부의 사과빵’

유승현 2025. 7. 3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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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10년차 이용석·김태희 부부
전기과 전공·자영업 도중 결심
홍천 사과 특산물 개발 몰두
제과제빵 기능 취득·1년 연구
체험형 베이커리 카페 탄생
농업 단순 수확 아닌 콘텐츠 의미
“경험하고 기억하는 공간 목표”
지자체 시행 창업 지원 사업 등
계절 근로자 프로그램 도움 톡톡

홍천 공작산 자락서 빚은 ‘사과빵’ 귀농부부 꿈 부풀다

“진짜 사과보다 더 맛있는 사과빵, 홍천에 있습니다.”

홍천군 영귀미면 공작산 자락, 탁 트인 사과밭이 펼쳐진 곳에 정갈한 베이커리 카페가 문을 열었다. 이름은 ‘농부의 사과빵’. 빵 이름 같기도 하고, 농장을 부르는 듯도 한 이 공간은 귀농 10년 차 부부 이용석(40)·김태희(41) 씨가 함께 일군 또 하나의 농작물이다.

“처음부터 농사를 지으려던 건 아니었죠.”

이용석 씨는 홍천 출신으로 고교 졸업 후 대학에서 전기과를 전공하며 외지에서 생활했다.

농사는 주말에 가끔 부모님을 도와드릴 뿐, 생업이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규모 있는 농장을 운영하며 고단한 일상에 지쳐가는 부모님을 보며 점차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때부터 사과, 인삼 농사를 지었고, 아버지도 외지에서 생활하다 돌아오셨죠. 저도 그 길을 밟게 됐습니다. 거창한 포부보다는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이 일에도 내 길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2013년 귀농을 결심했다. 초반엔 일찍 일어나야 하는 농사일에 적응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땅과 친해졌다.

“농사? 생각도 안 해봤어요.”

김태희 씨는 홍천읍에서 4~5년간 등산복 매장을 운영하던 자영업자였다. 군인 집안에서 자라 농업은 완전히 남의 일이었다.

하지만 농부로 살아가는 남편의 곁에 자연스럽게 서게 됐다.

“남편은 농사를 지었고, 저는 판매를 맡으며 자연스럽게 베이커리 카페 창업까지 고민이 커졌어요.”

지금은 남편이 주로 농장을 관리하고, 아내는 체험장과 제품 개발, 고객 응대까지 전반을 이끈다.

■ 춘천 감자빵을 넘어설 홍천의 맛 꿈꾼다

이들 부부는 이상기후 영향으로 강원도가 사과 주산지가 될 날이 올 것이라 생각했고, 그에 걸맞은 특산품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홍천에도 춘천 감자빵 같은 히트 상품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사과빵 개발에 몰두했다.

태희 씨가 지난해 제과제빵 기능사 자격을 취득하고, 용석 씨와 함께 1년 넘게 연구를 거듭한 끝에 사과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진짜 같은 사과빵’이 탄생했다. 케이크 시트 위에 사과 타르트를 얹고, 초콜릿을 재료로 사과 껍질 색을 그대로 구현했다. 일일 생산량이 50개에 불과할 정도로 손이 많이 간다.

이 빵을 중심으로 올 5월 부부는 베이커리 카페 ‘농부의 사과빵’을 열었다. 사과밭이 한눈에 보이는 창가, 체험 프로그램까지 함께하는 복합 공간이다.

단순히 빵을 파는 곳이 아닌, ‘농부의 이야기를 전하는 공간’을 꿈꾼 결과다. 사과 단팥빵, 애플파이, 미니파운드, 사과차 등 다양한 사과 기반 메뉴와 더불어 수확 체험, 베이킹 클래스, 동물 체험장 등 가족 단위 고객을 위한 콘텐츠도 준비 중이다.

■ 탁 트인 창가 너머로 사계절 내내 사과나무를 감상할 수 있는 곳

부부는 농업을 단순한 수확의 과정이 아니라, 창의성과 콘텐츠가 더해진 융복합 산업으로 바라봤다. “농업은 단단한 성실함이 필수로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다양한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직업이라 매력적”이라는 부부의 말에는 확신이 묻어났다.

‘사과빵’ 개발은 물론, 농장과 카페를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부터 어른까지 가족 단위 방문객이 농장과 수확물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도록 설계 중이다.

“농촌을 단순히 소비하는 공간이 아닌, 경험하고 기억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사과가 어떻게 열리는지, 계절마다 농부들이 어떤 작업을 하는지 볼 수 있다는 것도 ‘농부의 사과빵’만의 매력으로 키워 나갈 거예요.”

카페 공간 역시 이런 철학을 담아 설계됐다. 탁 트인 통유리 너머로 사계절 내내 사과나무를 바라볼 수 있고, 계절별로 농부의 작업도 눈에 들어온다. ‘사과가 열리는 과정’, ‘계절마다 하는 일’을 직접 보고 느끼게 하겠다는 것이 이들 부부의 목표다.

▲ ▲ 김태희·이용석 부부

■ 같이 붙어 있어 서로를 더 잘 알게 된 창업 준비 기간

고교 시절 풋풋한 사랑으로 시작해 결혼한 지 11년 차로 8살, 11살 자녀를 둔 부부는 함께 일하며 갈등도 있었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도 그만큼 깊어졌다. 용석 씨는 말수가 적고 추진력이 강한지만 태희 씨는 꼼꼼하고 계획적인 스타일이다.

성향이 전혀 다른 부부는 오히려 이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제품개발, 공간 마련 등이 계획대로 안 되면 갈등이 생기기도 했지만, 서로 믿고 가다 보면 결국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서로 의지하며 창업을 준비하다 보니, 카페 이름을 정할 때나 가게 인테리어를 원목으로 디자인할 때 등 서로의 마음이 꼭 맞는 순간도 있었다. 이렇듯 부부의 장점을 살린 창업 준비와 부모님의 든든한 지원으로 체험형 베이커리 카페의 기틀이 잡혔다.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창업 지원사업도 큰 도움이 됐다.

강원대 창업 중심대학 지원사업과 홍천군농업기술센터 청년 농업경영 개선사업 등의 지원으로 기기를 구매하고, 체험관 운영을 준비 중이다. 이런 지원 덕에 창업 시기를 앞당길 수 있었다. 또 홍천군에서 운영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을 통해 들어온 근로자도 사과 농사에 톡톡한 도움이 되고 있다.

■ 챗GPT에 ‘농부의 사과빵’을 검색한다면

“사과밭의 초록이 주는 힐링이 가득한 아이들과 함께하기 좋은 곳, 홍천 가면 꼭 먹어봐야 할 사과빵이 있는 곳.”

이용석·김태희 부부는 자신들의 공간이 그렇게 기억되길 바란다. 오늘도 이들 부부는 사과밭과 체험장, 그리고 베이커리 오븐 앞에서 홍천의 새로운 맛과 이야기를 빚어낸다. ‘진짜 사과보다 더 맛있는’ 그 사과빵처럼, 작지만 확실한 감동을 전하는 공간이 되길 바라며.

유승현 기자 yoos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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