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하나 없는 교차로…불볕 속 ‘땀에 젖은 수신호’

주성학 기자 2025. 7. 30.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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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삶의 현장] <2>광주남부모범운전자회
오전 8-9시 남구 용대로 사거리서
호각 불며 차선·꼬리 물기 등 정리
“안전 보람되지만 지원 부족 애로”
남구·남부서 등도 교통질서 캠페인
30일 오전 8시30분께 광주 남구 용산IC 방향 용대로 사거리에서 남부모범운전자회 박기업씨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을 위해 경광봉을 들고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주성학 기자
“그늘 하나 없는 사거리에 서 있으면 뜨거운 햇볕과 아스팔트 열기에 숨이 턱 막힙니다.”

30일 오전 8시께 광주 남구 용산IC 방향의 용대로 사거리. 삼복더위 중 하나인 중복(中伏)답게 오전부터 이미 바깥 온도는 30도에 육박하고 아스팔트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날 출근길 교통 봉사에 나선 이들은 광주남부모범운전자회 소속 회원 10여명으로 목에는 호루라기를, 손에는 빨간색 경광봉을 들고 사거리 인근 100m 이내 지점에 흩어져 교통정리에 나섰다.

태양을 피하려 선글라스와 팔토시로 중무장했지만, 그늘 하나 없는 뙤약볕 아래에서는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이마와 뒷덜미로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 와중에서도 호각 소리와 함께 경광봉은 쉬지 않고 움직였고 회원들은 차선 위반을 막거나 꼬리물기를 시도하는 차량에 경고를 보내는 등 분주했다.

또한 횡단보도를 지나는 보행자를 위해 차량을 일시 정지시키거나 건널목 위 보행자 유무에 따라 우회전 차량 통행을 유도하기도 했다.

박석인(76) 남부모범운전자회 회장은 “꼬리물기나 신호를 무시하는 차량이 여전히 많다”며 “현장에서 제지하지 않으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한데 일부 시민은 ‘당신들이 뭔데 통제하냐’며 욕을 하는 경우도 있어 씁쓸하다”고 말했다.

도로교통법상 모범운전자들은 경찰 보조자로 교통 수신호 권한이 있는 만큼 지시에 불응할 경우 신호위반으로 간주하지만 단속 권한은 없어 직접 제재는 할 수 없다.

이어 박 회장은 “도로 통제의 최일선에 있음에도 정부의 실질적 지원이 부족해 봉사를 위해 들어왔다가도 탈퇴하는 회원이 있다”며 “광주경찰청에서 소액의 지원을 하지만, 옷과 장비를 포함해 1인당 15만원가량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회비나 자비로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광주 지역 모범운전자회는 1981년 서부모범운전자회를 시작으로 자치구별로 설립됐으며, 현재는 약 1천400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개인·법인택시, 관광버스, 화물차 운전자 등으로 구성됐으며 대부분 자원봉사에 손을 보태고 있다.

남부모범운전자회는 매주 수요일 백운광장, 용대로 사거리 등 주요 교차로에서 교통정리를 하는데, 폭염으로 8월 한 달은 활동을 중단한 뒤 9월부터 봉사를 재개한다.

이날 용대로 사거리에서는 남부경찰서, 남구청 등 관계자 40여명이 ‘교통질서 확립 합동 캠페인’도 실시했다.

남부모범운전자회 소속 박기업(65)씨는 “오늘처럼 더운 날 교통정리 봉사를 하면 온몸이 땀으로 젖어 집에 가서 씻고 조금 쉰 후 오후에 일을 나간다”며 “폭염에 서 있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고 무시하거나 욕을 하는 이도 있지만, 사명감으로 계속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회원 양영윤(32)씨는 “많은 회원이 봉사의 마음으로 나서지만 생업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며 “힘든 일이지만 안전한 도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행동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오후 5시 기준 광주·전남 지역 최고기온은 31.7-36.5도였으며, 31일은 33-35도, 8월1-2일은 32-36도의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주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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